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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감정화된 사회의 사이다 서사
2021년 웹툰 · 웹소설은 어떻게 콘텐츠 산업을 뒤흔들고 있나

웹툰·웹소설은 드라마·뮤지컬·연극·영화 등 이를 기반으로 만든 2차 창작물의 인기에 힘입어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고, 플랫폼을 통해 독자에게 전해지고, 독자의 반응은 끊이지 않는다. 1차 검증된 작품은 거대 자본을 투자받아 새로운 형식의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2021년에도 웹툰·웹소설 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답답한 현실에서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사이다 서사’이기 때문은 아닐까.

드라마로 제작 중인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을 쓴 산경 작가의 웹소설 작법서 《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위즈덤하우스)의 홍보 문구는 “퇴근 후 웹소설 써서 10억 벌 수 있다고?!”다. 억대 수익과 퇴근 후라는 키워드는 고용불안, 고용절벽에 시달리는 평범한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책에 소개된 유료 누적 조회수가 5,000만이니 편당 100원을 곱하면, 50억 원이다. 플랫폼 수수료가 ios 40%, 구글 플레이 30%고, 에이전시(혹은 출판사)와 3대 7로 나누면 50원 정도가 작가 수입이다. 유료 조회수가 5,000만이면 작가 수익은 25억 원이다. 2020년 12월 글로벌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에서 웹툰 원작 드라마 두 편이 돌풍을 일으켰다. 김칸비·황영찬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스위트홈>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넷플릭스 국내 순위 1위에 올랐다. <스위트홈> 공개 전까지 국내 순위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장이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경이로운 소문>이다. 넷플릭스 순위를 제공하는 플릭스패트롤(flixpatrol.com)에 따르면, <스위트홈>은 2020년 12월 글로벌 월간 순위 8위를 차지했다. <스위트홈>의 성공은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독특한 크리처(creature, 게임 속 신이 창조한 생물을 의미함)물 원작을 연재하고, 이를 발굴해 편당 30억 원을 투자해 제작한 회사들이 있다.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국의 콘텐츠 대기업 CJ ENM과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네이버웹툰이다. 2019년 11월 넷플릭스는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지분을 인수하며 스튜디오드래곤이 2020년부터 3년간 최소 21편 이상, 연간 7편의 작품을 오리지널 콘텐츠로 넷플릭스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11월 네이버는 유상증자한 스튜디오드래곤 신주를 취득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자연스럽게 웹툰 IP 발굴(네이버웹툰)-투자(넷플릭스)-제작(스튜디오드래곤)-배급(넷플릭스)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완성됐다. 철저한 기획과 분업 체계가 완성됐으니 웹툰 IP의 가치는 2021년에도 계속 확장될 것이다.

작가와 독자의 상호작용으로 확장하는 웹 콘텐츠

웹소설과 웹툰도 빠르게 연동되고 있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웹소설과 웹소설 원작 웹툰의 연계를 강화했다. 출발은 웹소설이다. 웹소설은 5,000자 분량이 ‘매일’ 연재된다. 유료 연재의 경우 한 화에 100원이 결제된다. 무료 연재 작가는 작품을 구독시키기 위해, 유료 연재 작가는 결제로 연계하기 위해 트렌드와 독자의 피드백을 반영한다. 산경 작가는 “웹소설은 작품의 완성을 위해서 독자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라고 웹소설의 특징을 설명한다. 콘텐츠 소비 환경이 모바일로 바뀌면서 상호작용성이 확장됐다. 레거시 미디어와 달리 플랫폼은 여러 콘텐츠를 연결해 준다. 웹소설과 웹툰, 그리고 OTT 드라마가 상호 연계돼 움직인다.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수용하거나 소비하는 전통 매체와 달리 플랫폼은 상호작용성을 통해 콘텐츠를 확장한다. 웹소설이나 웹툰 모두 아마추어를 위한 연재 게시판이 마련돼 있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별점, 댓글 등을 통해 유저도 생산과정에 참여한다. 별점을 누르고, 댓글을 달고, 링크를 퍼가는 피드백을 통해 콘텐츠를 성장시킨다. 플랫폼을 통해 작가-작품-독자가 긴밀하게 연계되면서, 소비의 속도가 빨라졌다. 이를 위해 리디북스에서는 해시태그(#)를 통해 작품을 설명한다. 2021년 1월 19일 5시 리디북스에서 ‘지금 사람들이 많이 읽고 있는 책’ 1위는 김수지 작가 원작을 나무·P 작가가 웹툰으로 만든 <상수리나무 아래>다. 첫 화면에 #로맨스 #로맨스판타지 #판타지/SF #시대/역사물 #드라마/일상물 #서양배경 #성장물 #결혼/동거 #첫사랑 #왕족/귀족 #엇갈림/오해 #다정남주 #순정남주 #능력남주 #달달함 #감동/힐링 같은 해시태그가 붙는다. 해시태그로 제공되는 세분화된 틀 안에서 독자는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한다.

고구마 현실에서 찾는 사이다 서사

끊임없는 상호작용성, 트렌드와 독자의 피드백 반영을 통해 웹툰·웹소설 콘텐츠는 세분화되고 독자와 연결된다. 2021년 웹툰과 웹소설은 서서히 갈등을 고조시키고 극복하는 전통적 스토리텔링보다는 감정이 단번에 해소되는 즉효성에 주목한다. 우정·노력·승리와 같은 전통적 성장 서사보다는 속 시원한 사이다 서사가 각광받는다. 감정화하는 사회, “이성이나 합리가 아니라 감정의 교환이 사회를 움직이는 유일한 엔진이 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감정’ 이외의 커뮤니케이션을 기피하게 되는, 즉 ‘감정’만이 유일한 관계성으로 통용”되고 있는 사회에서 대중은 사이다 서사를 소비한다(오쓰카 에이지 <감정화하는 사회>, 리시울,2020, p9).억대 연봉은 사이다 서사의 또 다른 자아다. 어디를 돌아봐도 변화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사회에서 대중은 스마트폰 앱을 켜고 쓰거나, 읽거나, 보는 행위 중 하나에 참여하며 탈출을 꿈꾼다.
글 박인하_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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