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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OF SEOUL

6월호

비극과 개인



<쓰다> 29호 포스터

28호부터 30호까지의 <쓰다>는 ‘초대 특집’으로 꾸려집니다. 갓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인 작가가 좋아하는 선배 작가를 추천하여 <쓰다>의 지면으로 초대하는 기획입니다. 기성 작가가 신인을 추천하는 기획은 많s이 보았으나 반대의 경우는 접해본 적이 없어서 이 기획의 신선함에 사로잡혔습니다. 저는 신인 작가에게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어떤 신인의 작품이 마음에 들면 꼭 등단 소감을 찾아봅니다. 이 작가가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어떤 작가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인 작가의 작품과 그가 영향 받은 작가의 작품을 한 지면 안에서 볼 수 있다니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뻤습니다.
추천에 응하는 선배 작가들의 메일에 ‘고맙다’는 말이 꼭 적혀 있었습니다. 추천하는 후배의 마음과 추천의 의미를, 추천받은 분들이 모두 헤아리셨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후배의 추천을 받는 일은 선배로부터의 격려와는 분명 다른 기쁨일 것입니다. 28호와 29호 그리고 30호의 작품 아래에서 #작가의 작가 해시태그를 발견하시면 꼭 눌러보세요. 권위 바깥에서 서로의 작품을 격려하는 특별한 작품들을 모아 보실 수 있습니다.

29호에 실린 이현석 소설가의 작품은 간호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날을 배경으로 당시 광주의 급박한 상황을 간호원이라는 개인의 시선을 통하여 포착해 내는 것입니다. 세월호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4월의 지면에서 광주의 참혹한 5월을 읽어 내려가는 일이 고통스럽지 않을 리 없습니다. 특히 작가의 태도가 절망이나 체념과는 동떨어져 있기에 저는 독서가 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 앞에서도 최선을 다하여 죽어가는 사람들을 치료하고 기어이 그들을 살려내려는 주인공 ‘개인’을 그리고 있습니다. 4월의 세월호를 떠올리면, 그날의 비극을 텔레비전 앞에서 무력하게 지켜보던 개인으로서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 나라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먹었으나 간호전문학교를 다니는 동안 독일은 간호원 수급을 멈췄고 물거품이 된 꿈에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정혜는 이곳에 남기로 했다.

그러므로 그것은 어떤 사명감 때문이 아니었다.
어떤 책임감 때문도 아니었고 어떤 숭고함 때문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러니까 오후 1시 10분경, 갑작스런 총성에 정혜가 몸을 벌떡 일으켰을 때, 끊임없이 이어지는 총성에 일제히 침상 아래로 내려간 간호원들이 바닥에 엎드린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중략)…… 의료진들 사이로 제 몸을 밀어넣어 아래로 내달린 까닭은 그 순간 그곳에서 그렇게 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현석 <너를 따라가면> 부분

주인공 정혜는 전남대병원에서 간호원으로 일합니다. 위로는 언니와 오빠, 아래로는 남동생 사이에 낀 셋째 딸로 부모의 관심 바깥에서 자랐습니다. 마음 둘 곳 없던 정혜는 동네에서 제일 평판이 안 좋은 한 ‘언니’에게 깊은 애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언니의 영향으로 간호원이 됩니다. 어쩌면 정혜의 삶은 소외받는 여성 서사의 전형입니다. 그런 그녀가 5월의 광주를 온몸으로 겪어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이 모두의 삶을 망가뜨리려 하는 순간, 특별한 능력으로 자기와 주변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특별한 능력이란 “그 순간 그곳에서 그렇게 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을 찾지 않는 ‘일상적 성실함’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발휘하는 특별함에서 삶을 지켜낼 힘을 얻습니다. 바로 주인공 정혜 같은 사람에게서요.
우리 일상에 비극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를, 평범하게 선한 사람들이 매일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바람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혜와 같은 사람이 귀한 대접을 받고, 이런 삶이 더 조명되기를 바라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극을 함께 겪어낸 사람, 우리의 일상을 복구하려는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 일상을 지키려고 애쓴 사람의 이야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닮은 개인을 통해 사건을 돌아보게 될 때, 우리는 그 슬픔을 더 오래, 더 가깝게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요.

글 김잔디_웹진 [비유] 편집자
사진 제공 웹진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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