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테마토크

3월호

무대를 만드는 젊은 목소리
인큐베이팅 시스템 선정작 창작자 인터뷰

우리가 무대에서 접하는 연극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가들의 노력과 더불어 마음 놓고 작품을 창작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받쳐주어야 한다.
남산예술센터 · 두산아트센터 · 국립극단은 젊은 예술가들을 위해 탄탄한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그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치는 젊은 예술가들과 이야기 나누었다.

<왕서개 이야기> 연출가 이준우 남산예술센터 ‘초고를 부탁해’ ‘서치라이트’ 선정작

사실주의 기법으로 인간의 무의식을 탐구하고자 하는 연출가.
2011년에 국립극단에서 조연출 인턴으로 연극을 시작했고, 2013년에 <버스 기다리는 남자>로 연출 데뷔를 했다.
<수정의 밤> <포트폴리오> <아록과 루시> <무순 6년> <박씨전> <못> 등 다수의 연출작이 있다.

남산예술센터와 함께 작업한 공연을 소개해 주세요.
이번에 남산예술센터와 함께 준비 중인 공연은 <왕서개 이야기>라는 작품입니다. 2020 시즌프로그램 공동제작 공모를 통해 올리게 된 작품입니다. 1932년에 일본군에 의해 아내와 자식을 잃은 왕서개라는 남자가 21년이 지나서 그 가해자들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4월 15일부터 26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를 예정입니다.

남산예술센터의 창작자 인큐베이팅 시스템(초고를 부탁해 · 서치라이트 등)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남산예술센터의 단계별 제작 시스템을 통해 완성된 작품이 바로 <왕서개 이야기>입니다. 상시 투고 시스템인 초고를 부탁해부터 서치라이트를 거쳐 시즌프로그램으로 올라간 것인데, 이를 통해 작품이 단단해졌습니다. 대본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들을 수 있고, 낭독 형태로 발표함으로써 무대화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었습니다. 무대화 이전에 여러 의견을 듣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에게 의미 있는 시스템입니다.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신진 작가와 연출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요?
창작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지원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활동에 도움이 된 워크숍, 프로그램, 교육 등이 있었나요?
2017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하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를 통해 공연으로 올린 적이 있습니다. 창작자가 원하는 연구 활동을 지원해 주고, 이를 바탕으로 쇼케이스 발표를 하고, 최종적으로는 공연까지 올리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김도영 작가와 함께, 과거 중국의 무순전범관리소에서 일본 전쟁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교화 정책 프로그램을 다룬 <무순 6년>이라는 작품을 연구하고 발표했습니다. 이 작품에서 전쟁범죄자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바탕으로 연극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현재 남산예술센터에서 작업중인 <왕서개 이야기>는 여기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입니다. 한국 예술창작아카데미를 통한 충분한 연구 조사와 멘토 선생님들의 피드백이 있었기에 지금의 <왕서개 이야기>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동안 연출가로서 어려웠던 점,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어떤 일도 쉬운 건 없지만, 연극은 하면 할수록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제 작업에 대해 의심하고, 재미없다는 소리에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멘토인 강량원 선생님께서 바로 지적해 주셨습니다. 재미없다는 말에 지면 안 된다고. 작업을 뚝심 있게 밀고 나아가야 한다고.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열심히 작업하고 있습니다.

연출가로 극장과 공공기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창작자들과 공공기관이 지속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정기적인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간극을 좁힐 기회를 자주 가진다면, 그 시간이 쌓여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왕서개 이야기>가 끝나면, 우란문화재단에서 제작하는 <붉은 낙엽>이라는 공연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올해 가을 무대에 올라갑니다.

<왕서개 이야기> 작가 김도영 남산예술센터 ‘초고를 부탁해’ ‘서치라이트’ 선정작

1988년생 극작가. 2013년 단막극 <심야정거장>으로 데뷔해 <로드 시어터> <못> <리비도 3부작>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무순 6년> <아록과 루시> 등의 작품 활동을 해왔다. 취미는 책 읽기 및 상상하기이며 ‘하면 된다’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남산예술센터와 함께 작업한 공연을 소개해 주세요.
남산예술센터와의 작업은 처음입니다. 앞서 초고를 부탁해와 서치라이트를 통해 <왕서개 이야기>를 발전시켰고, 비로소 공연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1953년을 배경으로 한 <왕서개 이야기>는 만주의 사냥꾼 왕서개가 21년 전 다섯 마리의 말을 탔던 일본인을 찾아가는 복수의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왕서개는 가족사의 비극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로, 그의 여정에 1930년대에서 1950년에 이르는 세계사적 아픔이 담겨 있습니다.

남산예술센터의 창작자 인큐베이팅 시스템(초고를 부탁해 · 서치라이트 등)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작품의 발전 혹은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초고를 부탁해의 경우 작품이 여러 동반자를 만나기 바로 전 단계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서치라이트는 공연으로 만들기 전 관객을 통해 극의 완성도나 성공 여부를 미리 확인하도록 해줍니다. ‘자, 이제 이 다음은 어떻게 할 건가’ 하고 창작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인큐베이팅 시스템의 중심 요소가 아닐까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신진 작가와 연출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요?
그동안 정신없이 극을 써왔습니다. 그 탓에 뭐든지 빨리 해내야 한다는 어떤 조급함과 섣부름이 있었습니다.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참여하면서부터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차분하게 글을 쓰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 밖에 활동에 도움이 된 워크숍 · 프로그램 · 교육 등이 있나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가 제가 참여한 첫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희곡을 대하는 관점, 생각, 깊이, 속도 등을 스스로 관찰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라 도움이 됐습니다.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희곡이 곧 작가의 세계이며, 작가는 작품에 신뢰를 가져야 합니다. 때로는 기다리며, 때로는 더 멀리 봐야 하는데, 저는 여전히 횃대에 앉은 듯 오락가락하곤 합니다. 그래도 무엇이든 끝내 극복할 수 있다는, 힘든 일도 견딜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젊은 작가로서 극장과 공공기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너무 광범위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시는 것 외에 큰 바람은 없습니다.

<Ciphers-암호문> 연출가 신진호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랩 2020’ 선정작

2017년 <이해는 무슨>으로 데뷔,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랩 2018’ <종이인간>,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낭떠러지의 착각>, 연극 <햄릿연습> 등을 연출했다. 2019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차세대 예술가 연극 연출 분야에 선정됐다.

두산아트센터와 함께 작업한 공연을 소개해 주세요.
첫 작업은 ‘두산아트랩 2018’의 <종이인간>입니다. 연극 <종이인간>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 가상으로 형성된 다양한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번 두산아트랩 2020 선정작은 연극 <Ciphers-암호문>입니다. 이 연극은 주목받는 영국 극작가 던 킹(Dawn King)의 작품으로 현대 사회가 만들어내는 시스템의 문제점을 다룹니다.

두산아트센터의 인큐베이팅 시스템(두산아트랩)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두산아트랩 2018을 통해 창작자로 처음 소개됐고, 이후 많은 실험적인 작업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2년 만에 다시 두산아트랩 2020에 참여하게 돼, 굉장히 뜻깊게 여깁니다. 두산아트랩은 작품을 실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발표 장소와 무대기술, 부대장비, 연습실, 제작비를 지원해 주고요. 창작자로서 좋은 극장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실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신진 작가와 연출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나요?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과정 중심의 연극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신진 작가와 연출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 입니다. <Ciphers-암호문> 역시 완벽한 제작 공연 형태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작품이 가진 성격이나 모양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갈지 판단해 보는 것입니다. 작품이 동시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먼저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 밖에 활동에 도움이 된 워크숍, 프로그램, 교육 등이 있나요?
저는 전공자도 아니고, 연극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배우고 싶은 마음에 여러 기관의 연극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처음에 서울연극센터의 ‘PLAY-UP 아카데미’에서 강량원 선생님께 연출의 기본 구성을 배웠고, 이후 국립극단 ‘마스터클래스’ 프로그램에 선정돼 여러 형태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2019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차세대 예술가’ 연극 연출 분야 연구생으로는 다양한 장르에 대한 이해와 연극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떤 색깔을 갖춰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젊은 연출가로서 극장과 공공기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 급하게 공연을 올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극을 위한 것인지 사업을 위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좀 더 확실히 검토하고 더 나은 작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작품이 설익은 상태로 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볼 때 마음이 굉장히 아픕니다.
앞으로의 지원 사업은 완벽한 공연 형태를 갖추기보다 과정을 좀 더 중요시했으면 좋겠습니다. 과정 자체를 응원해 줄 수 있는 방식의 지원 사업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저의 멘토 선생님이신 전인철 연출님께서, 제 스펙트럼을 좀 더 넓혔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어떤 창작자가 되겠다 미리 단정 짓지 말고 여러 작업에 참여하라는 것입니다. 그 말대로 실험적인 작업에 다양하게 참여하며 경험을 많이 쌓고 싶습니다. 2020 청소년극 시리즈 연극 <환한밤>에서 연출과 각색을 맡게 됐는데, 이를 통해 저의 삶을, 그리고 미래를 이끌어나갈 청소년들을 자세히 바라보려 합니다. 또 극단 비밀기지의 연출가로서 단원들과 앞으로 이 세계를 어떻게 그려갈지 깊이 고민하며 재밌게 연극하겠습니다.

<사랑의 변주곡> 작가 유혜율 국립극단 ‘희곡우체통’ 선정작

그림책과 희곡을 쓰고 있다. 오래 생각하고 천천히 쓰는 사람이다. 2017년에 첫 번째 그림책 《사막의 왕》을 출간했으며 올해 12월 <사랑의 변주곡>으로 첫 연극 공연을 올린다.

국립극단과 함께 작업한 공연을 소개해 주세요.
<사랑의 변주곡>은 희곡우체통을 통해 2020년 제작공연으로 선정돼 올해 12월에 공연될 예정입니다. 저는 인물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고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고 이야기할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김수영의 시를 읽었습니다. 그의 시는 언어가 실패하는 자리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질문하는 용기를 주기 때문입니다. 무대 위의 배우가 서 있는 동안, 조명이 켜지고 꺼지는 동안, 같은 질문을 사유하는 작은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극장에서 김수영의 시를 다시 읽고, 듣고자 합니다.

국립극단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관련 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학교 극회 활동을 한 적도 없기에, 연극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작품 개발 프로그램 중에는 나이 제한이 있는 곳이 있어 저처럼 늦게 시작한 경우에는 지원 자체를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요. 희곡우체통은 어떤 제한도 두지 않고 투고된 모든 장막극 대본을 익명으로 검토하기 때문에 저 같은 신인 극작가에게 좋은 기회입니다. 저는 희곡우체통을 통해 처음으로 제가 쓴 대사들을 배우의 목소리로 들어보고 관객의 반응을 봤습니다. 희곡을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했고 부족한 점이 그대로 드러나 부끄럽기도 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진 작가에겐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첫 시작입니다. 사람을 만나고,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는 방향과 진행 중인 작업에 대해 피드백과 조언을 들으며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써내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이 제 길을 가게 해준다는 믿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렵고 막막하더라도 힘을 내서 쓸 수 있습니다.

그 밖에 활동에 도움이 된 워크숍, 프로그램, 교육 등이 있나요?
오랫동안 혼자 글을 쓰다가 2018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평생교육 프로그램인 ‘스토리텔링과 극작’ 수업을 3개월 들었습니다. 선착순 모집으로 누구나 들을 수 있는 무료 수업입니다.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재미있었고, 부족한 것에 대한 지적보다는 좋은 점을 찾아 격려해 주는 교수님 덕분에 많이 배우고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극작가로서 어려웠던 점,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사랑의 변주곡>은 두 사람의 목소리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있는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막막한 마음으로 빈 화면을 보고 있을 때 두 사람의 주고받는 대화가 ‘들렸고’, 짧은 대화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어떤 사람들일까?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대화가 멈춘 사이, 둘은 어떤 표정으로 앉아 있을까? 아주 느리고, 힘겹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쓴 이야기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여줄까요? 답은 알 수 없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노력하는 일만이 제게 남았습니다. 내가, 왜, 꼭, 희곡을 쓰려고 할까? 앞으로는 쓰는 일뿐만 아니라 무대를 준비하고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어려움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때마다 저는 이 질문을 다시 던질 것입니다. 확신에 찬 답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빈 화면을 보다가 어떤 목소리가 희미하게라도 들리면 저는 다시 글쓰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올해는 <사랑의 변주곡> 대본에서 충분히 말하지 않은 것을 찾고 수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고요. 그 외에는 아동 뮤지컬 극본을 작곡가와 함께 수정하고 음원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아직은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낮에 꾸는 짧은 꿈같은 공연을 올리고 싶습니다.

정리 권민경_객원 기자. 시인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