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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1월호

팟캐스트 <서교뒷방> 제작진을 만나다
“홍대 앞 문화예술 소식은 우리에게 맡겨라”

‘들어봐, 한 번만. 듣다 별로면 그때 꺼. (제발 끄지 마.) 밤에 자려고 누우면 생각날 걸. <서교뒷방>.’ 로고송 가사처럼, 이상한 듯하면서도 들을수록 빠져드는 팟캐스트 <서교뒷방>. 이를 운영하는 성진영, 안부, 조말 세 사람 역시 처음에는 어색한 조합처럼 보였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할 <서교뒷방>의 시작과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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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뒷방>의 탄생

서교예술실험센터는 홍대 앞 문화예술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2013년부터 ‘공동운영단’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의 현실과 요구를 다각도로 수용하기 위해 6명의 아티스트들을 공동운영단으로 두고, 그들을 서교예술실험센터의 기획 파트너로 활용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6기 공동운영단은 작은 예술 지원사업, 미발표 음원 지원사업, 예술가 교육사업 등 다양한 일을 진행했다. 그중 미디어 소통사업의 일환으로 팟캐스트 제작을 처음 시도했다. 싱어송라이터 성진영과 시각예술가 안부, 조말이 팟캐스트 기획과 제작을 맡았다.
“서교예술실험센터가 눈에 띄는 좋은 위치에 있고 전시와 작업에 있어 좋은 공간을 제공하는데도 이곳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 서교예술실험센터를 알리고 홍대 앞이라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함께 이야기하자는 목적으로 시작했다.” 제작진 중 안부가 팟캐스트의 제작 배경을 설명하자, 성진영이 덧붙여 말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를 고민해보니, 그간의 홍보 방식이 조금 어렵고 딱딱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로, 즉 팟캐스트를 이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목적에 맞게, 팟캐스트의 콘셉트에서도 무게감을 덜어냈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놀면서 대화하듯, 뒷방에서 뒷담화하듯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쉽게 말해서, B급 감성을 콘셉트로 잡았다”고 안부는 말한다. 듣고 보니 저예산에 개성 있는 제작진들,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실험적 접근 등 B급 감성이라는 콘셉트가 딱 맞아떨어진다.
장비도 없고 경험도 없는 세 사람의 첫 번째 팟캐스트. 마이크를 비롯한 장비들은 물론 녹음 장소도 필요했다. 주변의 녹음실과 문화공간 등을 두루 고려하던 중,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창고방’이 떠올랐단다. 실제로 각종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쓰이지만, 막힌 공간이라 울림이 적고 방음도 제법 되는 곳. 게다가 B급 콘셉트에도 딱 아닌가. 제작진에게도 편안한 공간이라, 첫 번째 팟캐스트를 한결 편안하고 부담 없이 시작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그렇게 해서 진짜 창고에서 녹음하기로 결정했다. 팟캐스트 작명에도 영향을 미쳤으니, 창고방을 네 번째 제작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성진영은 “팟캐스트 이름을 지을 때 공공기관의 이미지를 깨야겠다고 생각했다. 서교창고? 서교○○?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다가, 창고방이 실제로 제일 뒤에 위치한 방이고 뒷방에서 수다 떠는 듯한 우리 팟캐스트의 느낌을 나타내 <서교뒷방>으로 이름을 지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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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한 청취자를 위해 선물로 제작한 에코백과 배지

<서교뒷방>의 매력

서교예술실험센터의 2018년 사업 계획에 맞춰 진행한 <서교뒷방>은 2018년 5월부터 10월까지 한 달에 한 번씩 6회 방송됐다. (11월에 번외편이 추가되기도 했다.) 매회 시작 때 들을 수 있는 로고송은 성진영이 직접 만든 것. 그 외에도 팟캐스트의 모든 것이 세 사람의 손에서 탄생했다. “정보와 재미를 두루 추구하면서도, 제작진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코너들을 만들었다. 내가 고민을 잘 들어준다. 일반 청취자들도 듣겠지만, 예술인들이 많이 듣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이 각자 작업하면서 생긴 고민들을 사연으로 보내주면 함께 듣고 이야기하는 코너를 넣었다.” 조말의 설명대로, ‘그랬구나’는 그가 진행하는 고민 상담 코너. 비슷한 또래, 비슷한 일을 하는 예술인들의 고민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참견하거나 훈수하지 않고, 그저 듣고 공감해주는 코너다. 안부는 닉네임에 맞게 제작진 서로의 ‘안부’와 근황을 챙기고, 싱어송라이터 성진영은 스마트폰 속에 잠들어 있는 음악이나 미발표 음원을 재생하는 ‘누구나 음악은 있다’ 코너를 진행했다. 게스트를 초대해 궁금한 모든 질문을 해결하는 ‘탈곡기’와 비영리 목적의 예술 활동을 광고하는 ‘드루와 드루와’ 등 서교예술실험센터를 비롯한 서교동 일대 문화예술 전반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코너들도 준비했다. 참가한 청취자를 위한 선물로 <서교뒷방> 일러스트가 들어간 배지와 에코백도 제작했으니, 문화예술 팟캐스트로 손색없다.
여섯 번의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젊은 예술인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부터 SNS 이용에 대한 개인적 고민 등 제작진은 물론 청취자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또한 첫 회를 빛내준 책방 ‘퇴근길 책한잔’의 김종현 대표부터 뮤지션 강아솔, 녹색당 김범일 조직팀장, 미술가 김동규, 요리사 안아라, 영화감독 김보람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진솔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손님을 반기는 마음이야 누구보다 컸겠지만, 녹음실이 누추하다면 누추하다고 할 수 있는 공간이라 초대하기에 부끄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교뒷방>의 콘셉트가 뭔가? 게스트들에게도 B급 감성을 강조하며, 당당하게 그들을 초대했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녹음 공간 덕에 많은 에피소드가 생겼음은 부인할 수 없다. “섭외할 당시에는 게스트가 팟캐스트에 초대됐다는 사실에 기대했다가 막상 녹음하러 와서는 다른 반응을 보이더라. 첫 회 게스트였던 김종현 대표는 우리가 불쌍해 보였는지 짜장면을 사줬다. 뮤지션 강아솔 역시 빵과 커피를 사왔고. 창고방의 영향으로, 게스트가 오히려 우리를 대접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성진영이 창고방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 조말도 이어서 웃음을 참지 못하며 추억을 꺼내놓았다. “한 번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행사가 있어서 이곳에서 녹음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 작업실에서 녹음했다. 소리가 울리는 곳이라서, 영화감독 김보람을 비롯해 모두가 책상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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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뒷방> 다시 듣기

6회에 불과했던 방송이지만, 3명의 진행자들은 청취자들의 반응을 통해 방송의 성과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방송을 들은 후 서교예술실험센터를 방문해봤다는 사람들이 있더라. 무료 커피에 회의 및 작업이 가능한 조용한 다방, 전시와 행사.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는 곳인 줄 몰랐다고 하더라.” 성진영의 말에 이어서, 안부도 경험담을 전했다. “주위의 그림 그리는 친구들이 작업하는 동안 재밌게 들었다고 한다. 옆에 친구들이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도 하고. 게다가 다양한 장르의 게스트가 참여해 내용이 더욱 풍성하고 흥미로워졌다.” 조말도 이에 동의하며 말을 더했다. “어디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겠나.
그들을 만난 건 내게도 좋은 경험이었지만, 청취자들도 많은 걸 얻었을 거다. 특히 다른 데서도 할 법한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곳에서만 들려줄 수 있는 편안하면서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게 기쁘다.” 창고방의 매력은 여기에서도 빛을 발했는데, 조말은 “게스트들이 대학 동아리방에 온 것 같다며 편안하게 느끼더라. 그런 분위기 덕에 더욱 자연스럽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안부 역시 “그동안 일반 청취자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가들의 소박하고 사적인 이야기가 청취자와 예술가를 더욱 가깝게 만든 것 같다”며, <서교뒷방>의 친근한 매력을 강조했다.
세 사람에게는 첫 경험이었던 팟캐스트. 어려운 점도, 미흡한 부분도 많았지만, 무사히 계획된 방송을 마쳤다. “요즘 확산되고 있는 마이크로미디어를 직접 시도해보고, 그에 대한 거리감과 무게감을 덜 수 있는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힌 안부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송을 골라 들을 수 있는” 팟캐스트의 매력에 빠진 듯했다. 예전에 팟캐스트로 스페인어를 공부한 적 있다는 성진영은 “팟캐스트의 콘텐츠는 매우 다양하다. 뭐든 ‘파고’ 싶은 게 있다면 팟캐스트가 딱이다. 접근하기 쉽고, 여러 가지를 깊이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팟캐스트 이용을 추천했다. “언제까지고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도 좋다”는 조말의 말은 <서교뒷방>에도 해당한다. 성진영과 안부, 조말, 세 사람의 <서교뒷방>은 이미 녹음을 마쳤지만, 콘텐츠는 영원하다.
‘쿨한’ 마인드와 목소리로 진행의 중심을 잡은 성진영, 뜨거운 공감과 리액션으로 게스트와 청취자들을 끌어안은 조말, 진지하고 차분하다가도 어느새 옆길로 새는 친근한 매력의 안부. 세 사람의 결코 미약하지 않은 시작, <서교뒷방>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면 지금이 적기! 팟빵에서 <서교뒷방>을 검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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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민선 자유기고가
사진 손홍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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