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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북한 예술에 대한 시각과 이해
북한 예술, 호기심을 허하라

‘북한의 예술도 예술인가?’라는 질문은 꽤 오랫동안, 아니 지금도 유효한 질문 중 하나이다. 남북의 예술은 예술에 대한 기본 인식,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전혀 다르다. 좀 더 파고들면 미학관도 다르고, 예술의 기원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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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예술과 ‘인민성’

북한 예술을 평가할 때도 예술성에 대한 논란은 비껴가지 않는다. 북한 체제에서 높게 평가하는 작품이 좋은 작품인가, 아니면 우리의 시각에서 예술성 있는 작품이 좋은 작품인가를 두고 논쟁하게 만든다. 북한에서 높게 평가하는 혁명 예술은 당의 정책을 인민생활에 잘 반영한 작품이다.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정치색이 가득하다. 반면 우리의 시각에서 좋게 평가하는 작품은 개성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작품, 현실 비판적인 내용이 포함된 작품이다.
사실, 북한 예술을 평가하는 작업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북한을 좋아하지 않으면 왜 북한 예술을 보느냐는 질문도 종종 받는다. 연구자의 시각이든, 예술가의 시각이든 북한 예술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지적 호기심’ 때문이다. ‘북한 사람들은 북한 영화를 보면서 정말 재미있어할까?’와 같은 호기심이다. ‘나도 북한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자라났다면 어땠을까?’라는 살짝 위험한 호기심도 있다. 북한에 대한 이해는 이러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퍼즐을 맞추는 작업이다.
북한 예술의 기본은 인민에 대한 복무이다. 예술은 인민을 위해 복무해야 한다. 인민을 영도하는 최고지도자의 지침과 실현체인 당의 정책을 잘 반영해 인민이 혁명투쟁에 잘 나서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북한 예술은 ‘당성’, ‘계급성’을 떠날 수 없다.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일방적인 선전과 선동이 된다.
하지만 ‘당성’, ‘계급성’과 함께 끊임없이 강조되는 것이 ‘인민성’이다. ‘인민성’은 인민이 즐기고 좋아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민성은 대중성과 다르다. 대중성은 대중 매체를 통한 문화적 대량 소비를 전제로 한다. 반면 인민성은 인민대중의 취향을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민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인민생활과 밀접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고 해도 인민성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어부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고 좋은 노래를 만들었던 작곡가가 퇴짜를 맞은 일이 있었다. ‘곡은 매우 훌륭하지만 어부들이 어떻게 부르겠느냐’가 핵심이었다. 예술적으로 훌륭한 곡이 아니라 어부들이 일하면서 부를 수 있는 ‘통속가요’를 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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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위에 자리하는 ‘현실’

‘인민성’을 살리기 위해 작가들은 현실을 체험한다. 공장에도 나가고 건설 현장에도 나간다. 영화 <우리집 이야기>의 주인공을 맡았던 백설미는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아이들 집에서 3개월을 보냈다. 북한 문학예술에서 현실을 반영한 실화문학이나 오체르크(ocherk) 같은 유형이 많은 것도 예술은 ‘인민’의 입장에서 인민의 생활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민의 생활을 반영하는 것은 예술이 ‘예술’이 아니라 ‘현실’임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예술을 예술 그 자체로 보는 것은 형식주의, 자연주의로 지극히 경계한다. 영화를 통해서, 미술을 통해서 드러내려는 것은 현실이다. 지금 살고 있는 주체시대의 현실과 혁명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만들려는 인민대중의 의지, 수령과 인민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신심, 사회주의제도에 의해 변화하고 발전하는 조국의 낙관적인 미래를 보여주려 한다.
예술에서 상상력은 사실의 간극을 메워주는 윤활유일 뿐이다. 상상력이란 소재를 마음대로 선택하고 사건을 새롭게 구성하는 창의력이 아니다. 북한 예술에는 ‘무제’, ‘추상’이 없다. ‘판타지’, ‘공포’도 없다. 이런 것들은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과학적인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상상을 해도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북한에서 환상은 ‘과학환상’, ‘중세환상’으로만 존재한다. ‘과학환상’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주는 SF이다.중세환상’은 현실 사회에 대한 비판이 허용되지 않았던 중세시대에 인민들이 자신의 심정과 소망을 표현했던 유산이다. 하늘에 복을 비는 것이나 황새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 산신이나 용이 도와주는 것은 중세시대의 인민들이 꿈꾸었던 유산일 뿐, 현대의 인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주적이며, 창조적으로 역사를 만들어가는 인간이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려는 인간의 의지, 신념, 사상이 중요하다. 자연을 그려도 있는 그대로의 자연미에 취해서는 안 된다. 인민의 생활과 역사, 정서가 곁든 자연이어야 한다.
북한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설명을 덧붙여야 한다. 예술은 그 사회의 문화정체성 속에서 독해(讀解)된다. 북한 예술도 북한의 정체성 속에 형성된 북한의 예술로 이해할 때 해석의 영역은 넓어진다. 북한 예술에 대한 호기심은 오랫동안 금기시되었다. 이제는 깨야 할 때다.

글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그림 백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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