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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문화예술계 지각변동
문화예술과 함께하는 퇴근 후 일상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기존 최장 68시간에서 최장 52시간으로 줄어들면서 한국사회의 직장 문화는 획기적인 변화를 맞았다. 자연스럽게 야근이나 회식은 줄어들고 퇴근 시간은 앞당겨졌다. 이는 상상 속에서나 존재했던 ‘저녁이 있는 삶’이 우리 생활 속으로 성큼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문화예술계는 이러한 일상의 변화를 도약의 기회로 삼고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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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가 도입된 이후 극장 관객이 늘긴 했어요. 이거 한다고 큰 영향이 있을까 했는데 정말 관객이 늘었더라고요. 직장인 대상 프로모션을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
“7월 이후 넥타이를 맨 관객이 전보다 더 눈에 띄긴 해요. 하지만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 확 늘어난 것 같진 않아요. 과연 주 52시간 근무가 관객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대학로 극단 관계자)
14년 전 도입된 주 5일 근무제가 한국인에게 ‘주말’을 찾아줬다면, 주 52시간 근무제는 ‘저녁’을 돌려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전례를 살펴보면 라이프스타일의 획기적인 변화는 관련 산업에 커다란 기회를 제공했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된 주 5일 근무제는 여행,레저, 숙박, 아웃도어 업계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주말 이틀간 연휴가 보장되면서 도심을 떠나 1박 2일의 짧은 휴가를 떠나는 라이프스타일이 정착됐고, 캠핑용품, 아웃도어 의류 등이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렸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1조 5,000억 원에 불과했던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주 5일 근무제 시행이 완료된 2011년 4조 원으로 성장했고, 2012년 5조 4,000억 원, 2013년 6조 9,000억 원, 2014년 7조 원을 기록했다.
주 5일 근무제가 레저, 아웃도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면 주 52시간 근무제는 영화, 공연, 전시 등 문화산업에 단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문화예술을 통한 여가 생활을 희망하는 응답자의 비율은 38.5%에 달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안겨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문화예술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를 재도약의 기회로… 발 빠른 움직임 보이는 영화계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이 감지되는 곳은 영화계다. 영화계는 예전보다 일찍 퇴근한 직장인이 큰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문화공간이 바로 영화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같은 기대는 영화계만의 막연한 바람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의 영향으로 CJ CGV가 3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CGV가 연합뉴스와 함께 6월 28∼29일 CGV 회원(20∼44세) 6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관객 10명 중 7명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영화관람 횟수를 늘릴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전의 주중 여가 활동으로 TV 시청(27.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극장 영화관람(11%), 게임(10.4%), 극장 외 영화관람(7.8%)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의 정착으로 여가가 늘어날 경우 주중 늘리고 싶은 여가 활동으로는 극장 영화관람(16.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헬스(12.4%), 맛집·카페(10.3%), 드라이브(6.3%), 게임(6.1%) 등을 늘리고 싶다고 답했다.
과거 주 5일 근무제 시행 때 극장 관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전례도 있다. 주 5일제가 도입된 2004년 6,825만 명이던 극장 관객은 2005년 1억 2,335만 명으로 배 가까이 급증했다. 물론 멀티플렉스가 급증하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극장과 관객 모두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하나, 근로 시간 단축이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서정 CJ CGV 대표는 7월 10일 CGV 강변에서 열린 ‘2018 영화산업 미디어 포럼’에서 “최근 국내 영화상영업은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은 희망적인 신호를 주고 있다”며 “주중 관람객의 증가를 기대하며 어떻게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극장들은 평일 저녁 직장인의 발길을 붙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저녁식사와 영화관람을 연계하거나, 직장인 맞춤 할인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CGV는 7월 2일부터 8월 30일까지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 오후 7시부터 8시 59분 사이에 시작하는 일반 2D 영화를 예매할 경우 2,000원을 할인해준다. CGV 씨네드쉐프는 ‘워라밸 패키지’를 출시했다. 2인 영화관람권과 각 극장 대표 셰프가 마련한 세트 메뉴로 구성되며, 기존보다 약 20%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롯데시네마도 7월 2일부터 24일까지 직장인을 대상으로 영화관람 할인 혜택 이벤트를 진행했다. 평일 오후 6시부터 10시 59분까지 사원증을 가지고 전국 롯데시네마 직영관을 방문하면 관람료 및 콤보를 할인해줬다. 메가박스도 ‘소확행’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제휴 및 할인 이벤트 등 각종 프로모션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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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GV 씨네드쉐프의 ‘워라밸 패키지’ 포스터.

2 CGV는 평일 저녁 관람료 할인을 제공하는 ‘칼퇴 적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자료 CGV)

3 롯데시네마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영화관람 할인 혜택 이벤트 ‘직장인 소확행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자료 롯데시네마)

4 세종문화회관의 ‘한夜(야)광 패키지’ 포스터.(자료 세종문화회관)

규모는 작지만… 팔 걷어붙인 공연·전시계

영화계와 비교하면 산업 규모는 작지만 공연계 역시 직장인 대상의 할인 프로모션을 늘리거나 공연 시간을 앞당기는 등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공연 전문회사 ‘연극열전’은 직장인 대상 티켓 할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 중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티켓 가격은 전석 5만 원이지만 ‘야근 넘어 도망친 직장인 할인’을적용받으면 2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는 실제 티켓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7월 2∼8일 직장인 대상 할인 티켓의 판매량은 전 주 대비 141% 상승했다. 또 9∼12일 직장인 할인 티켓 판매는 전 주보다 6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극열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함께 직장인 할인 티켓 판매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볼 때 근로 시간 단축이 공연 관객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히 있다”고 분석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첫날인 7월 2일, 공연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일찍 퇴근한 직장인을 타깃으로 평일 공연에 한해 뮤지컬<시카고>의 티켓을 50% 할인했는데, 1,000장 이상이 판매됐다.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평일 공연은 원래 할인율을 적용해도 티켓 판매가 확 늘기 어려운데 반응이 상당이 좋은 편”이라며 “저녁 여가가 늘어나면서 평일 저녁 공연도 할인율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의 퇴근 시간이 앞당겨지면서 공연 시간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현재 대부분의 평일 공연은 퇴근 시간을 고려해 오후 8시에 시작되지만, 하반기부터 공연 시간을 앞당기는 곳이늘어날 전망이다. 두산아트센터는 하반기 공연 예정인 연극 <외로운 사람, 슬픈 사람, 힘든 사람>의 시작 시간을 오후 8시에서 오후 7시 30분으로 당기기로 했다. 사실 퇴근 시간에 맞추려면 오후 8시에 공연을 시작할 수밖에 없으나, 2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을 고려할 때 오후 8시 공연은 너무 늦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울러 두산아트센터는 주로 청소년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백스테이지 투어’를 하반기 중 직장인 대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산아트센터 관계자는 “그간 직장인 관객은 공연 시간에 겨우 맞춰 도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퇴근 시간이 당겨지면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 공연 시작 전 무대 뒤의 모습까지도 여유 있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계기로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패키지 문화상품을 준비한 곳도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퇴근 이후 워라밸을 위한 ‘한夜(야)광 패키지’를 마련했다. 이는 세종문화회관이 직접 기획·제작한 작품관람과 광화문 인근 식사 및 숙박 등을 묶은 것이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서울시유스오케스트라단의 <썸머클래식>, 서울시합창단의 <신나는 콘서트>,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오늘 하루 맑음>, 전시 <드가: 새로운 시각> 등을 식사와 숙박이 연계된 패키지로 구매할 경우 최대 30%까지 할인받는다.
미술계에서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기존 야간 개관 프로그램을 보다 다양하게 꾸리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주 52시간 근무가 예고된 3월부터 금·토요일은 평소보다 3시간 늦은 오후 9시에 문을 닫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매월 둘째 주,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오후 10시까지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야간에는 단순한 전시관람 외에도 영화, 음악 등과 연계된 행사를 진행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현재 직장인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체험 행사들이 큰 호응을 얻는 만큼, 주 52시간 시대에 맞춰 앞으로 더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과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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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승욱 연합뉴스 기자
그림 최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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