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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한강 작가 신작 <흰> 낭독회 현장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으로 글을 쓴다”
지난 6월 한강 작가의 신작 <흰> 낭독회 자리에는 그의 팬이 100명 남짓 자리해 작가의 소설 낭독을 경청했다. 오랜만에 ‘그의 편’을 만난 작가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글을 쓴다는 것, 작품을 이어간다는 것에 대해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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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6일 마포아트센터에서 한강 작가의 신작 소설 <흰> 낭독회가 진행됐다. 지난 5월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후 서점가에서 <채식주의자>의 판 매율이 급등했고 귀국 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리는 등 그에 대한 대중과 한국 언론의 관심은 크게 고조됐다. 기자간담회에서 “빨리 내 방에 숨어서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듯 갑자기 집중된 스포트라이트가 편하지 않았을 터. 그래서인지 낭독회를 시작하며 한강 작가는 “이제야 제 편이 모인 자리에 온 것 같아 기쁘다”며 긴장을 푼 듯 웃어 보였다. 온라인 서점 네 곳을 통해 참여를 신청한 독자들만 모인 자리였기에 그의 기존 작품과 수상에 대한 이야기보다 신작을 천천히 편하게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란 뜻이었다. 작가의 기대처럼 이날 낭독회는 작가와 사회자(문학평론가 권희철)의 소설 <흰> 낭독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세간의 열기와는 달리 작품에 집중된 차분한 대화와 소소한 유머가 오간 자리였다.

‘화이트’도 ‘하얀’도 아닌 ‘흰’

낭독회는 한강 작가와 사회자가 소설에서 준비한 부분을 낭독하고 중간중간 그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형식이었다. 몇 챕터의 낭독을 마치고 작가는 소설의 집필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흰>은 그가 2014년에 폴란드 바르샤바에 머물며 구상하고 집필을 시작한 책이다.
“<소년이 온다>를 쓸 때 넋들이 제게 아주 가까이 와 있다고 느꼈고, 혼에 대한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흰 것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고요. 그런 넋과 흰 것에 대해 생각할 때 바르샤바에 가게 된 거예요. 거의 완전히 파괴되었던 도시가 복원된 모습을 보면서, 그 도시를 닮은 사람을 상상하게 됐고 그런 이미지가 확장되어서 책을 쓰게 됐죠. (중략) <흰>은 저의 내면으로 좀 더 깊게 들어간 책이에요. 밝지만 그 안에 삶과 죽음이 다 들어 있는, 그런 흰 것에 대해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를 닮은 사람’은 실제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두었다는 한강 작가의 언니다. 소설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언니에게 작가가 건네는 나지막한 인사이자 담담한 선물로 느껴지기도 한다. <흰> 출간기념회에서 그는 “그 사람에게 삶의 어떤 부분을 주고 싶다면 그건 아마 흰 것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더럽히려야 더럽힐 수 없는 투명한 생명, 눈부신 것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65개의 소재와 ‘흰’이라는 제목 자체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이런 의미는 영어 부제에서도 드러난다. 한국판 <흰>에는 ‘The Elegy of Whiteness(엘레지 오브 화이트니스)’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이 부제는 영문판의 제목이기도 하다. “‘하얀’하고 ‘흰’은 느낌이 다르죠. ‘흰’이라는 형용사의 상태에 있을 때 삶과 죽음의 서늘함이 다 담긴다고 생각했어요. 영국의 편집자와 이야기 나누다가 ‘하얀’과 ‘흰’의 느낌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영어로는 다 똑같아서 그것을 표현하려면 제목을 이렇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물어보더라고요. 어쩌면 이 영문 제목을 부제로 넣으면 한국 독자들도 ‘흰’의 느낌을 조금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부제를 붙이게 됐어요.”

작가가 던지는 질문을 따라가는 경험

낭독회의 말미에 권희철 평론가가 “이 책의 구성이 나와 그녀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흰 것과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고 건네자 작가는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으로 글을 쓴다”고 답했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그런 믿음이 없다면 우리가 언어로서 무엇을 하는 게 불가능할 것 같아요. 제가 책 속의 아기에게 감히 줄 수 있다고, 주고 싶다고 생각한 그 흰 순간들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우리는 다 연결되어 있으니까, 라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이 흰 것들을 그녀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고 저 자신, 또 다른 모두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기도 해요.”
소설을 쓰며 질문을 던지고, 질문을 이어나가는 식으로 다음 소설을 쓴다는 한강 작가의 낭독회는 그녀의 현재에 대해 듣는 자리였고, 소설 <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가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독자와 만나는 자리를 여느 때보다 편하고 즐겁게 여기며 소설만큼 여백이 많은 이야기를 풀어보였다. 한강의 작품을 읽는 것은 끈끈한 대화라기보다는 지속적으로 연결된 질문, 어떤 끈을 따라가는 경험이다. 이 경험이 지금처럼 차분하게 오래, 지구 어딘가의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문화+서울

글 이아림
사진 김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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