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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자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26살 박대현입니다. 저는 문화예술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게 좋아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청년예술단체를 설립 후 운영 중입니다. 저는 기획과를 나오고 전략기획 일을 하던 중 이 예술단체를 운영하게 되었는데요. 예술로 먹고사는 게 어렵다는 걸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삶 속에서 예술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소속 작가들과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너무 어렵습니다. 작년에는 다양한 공공기관 및 지원 프로젝트 등 10건도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현재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따내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공 프로젝트로는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카페도 준비하고 있고, 저희 분야가 아닌 예술교육도 공부 중입니다. 저와 소속 작가 모두 예술로 사회에 공헌하며 정말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저희들에게 “이런 걸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 이렇게 해봐”라고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문화기획자의 숙명
문의하신 내용과 고민에 대해 누구보다도 공감합니다. 왜냐하면 제게도 여전히 진행형인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공연을 처음 만들어본 것부터 치면 30년이 넘었고, 학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로부터도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어렵습니다. 기대하신 대로 “이렇게 해봐. 그러면 잘살 수 있어”라고 시원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면 저도 얼마나 뿌듯할까요?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쉽게도 그런 정답은 저 역시 알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제가 의뢰받은 원고 중에 가장 어려운 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매우 원론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문화기획을 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학습과 연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전략과 방안을 세우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스스로 생존역량을 꾸준히 키워나가는 것 외에 왕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하기에 어려운 결심 끝에 열정과 의욕을 가지고 문화 분야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하시는 데 대해 무한한 격려와 응원을 보냅니다. 저 또한 이 분야의 일을 하며 많은 난관과 시련이 있었지만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은 없습니다. 그것은 그런 어려움을 상쇄할 만한 충분한 유무형의 보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충분한 자존감과 직업적인 성취감을 느끼며 현실 안에서 품위 있는 생활을 하거나, 문화예술단체가 사회 안에서 인정받으며 꾸준한 활동을 영위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는 소위 문화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술시장의 협소함과 특수성의 극복, 좋은 정책의 수립과 지원 확보를 위한 끝없는 투쟁의 연속입니다. 그것은 어떤 대상이나 분야 또는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문화예술의 본질적인 속성상 대단히 오래된 숙명적인 미션입니다.
극장이나 미술관, 그리고 축제의 현장에서 찬사와 영광의 주인공이 되는 예술가와는 달리, 그 뒤에서 묵묵히 다양한 소임을 다해야 하는 문화예술 기획자의 고민은 더욱 큽니다. 이 일을 통해 재미와 보람, 만족을 느끼며,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고 나아가 경제적 성과를 거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소명 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며 자족할 수 있는 기제가 필요합니다. 그러하기에 많은 기획자들은 어려움을 토로하며 회의를 느끼다가도, 다시 새로운 힘을 얻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또한 독립 민간조직으로 문화예술단체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사업적 실적을 도출해낸다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고상한 문화적 환경보다는 수많은 정치적, 경제적 상황 속에서 선의의 비전을 정하고, 다양한 자원을 제한된 여건에서 효율적으로 동원하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구조 속에 갈등을 조정하고, 추상적인 효과를 매우 적절한 언어와 정량적인 숫자로 소명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과 사회 안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사투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문화기획자로 시장에서 살아남기
그래도 우리는 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우선 문화예술단체라면 설립의 목적과 존재의 이유를 규정하고 음악, 미술, 연극, 무용, 미디어 등 핵심 장르를 정한 후 이를 활용한 주력 콘텐츠의 개발과 함께 이들을 확장할 연계 영역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야 합니다. 시장을 존중하며 영업을 강화하고 지나치게 추상적인 가치나 거시적인 목표를 내세우기보다 현실적이고 실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세워야 합니다. 또한 각종 정부지원 사업도 일종의 공공시장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자체적으로는 돈이 안 되니 지원을 받는다는 인식보다는 공익사업의 주체이자 파트너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은 문화예술단체가 소망하는 공공지원 공모사업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 기회는 사업의 마중물 역할이나 인프라 구축 또는 수요 창출 등에 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영원할 수 없으므로 이를 수행하는 동안 단체의 자생력 강화나 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을 공고하게 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지원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너무 도외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책이나 지원은 필요시 선용하되 이를 통해 잠재적인 역량을 발휘해보거나 공공성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아울러 본질적인 문화예술 활동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으니 다른 영역에서 돈을 벌어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방도에도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합니다. 돈이 될 법한 다른 분야는 익숙하지도 않고 전문성도 떨어지며 시장의 변화에 부응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수익성이 높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별도의 부대사업을 고려한다면 핵심 활동과의 뚜렷한 인과관계나 시너지 효과가 날 경우에 해야 합니다. 또한 사업의 범주를 지나치게 문화예술 분야로 한정짓지 말고 적극적으로 다른 영역의 진출이나 부처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의 기회를 찾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청년이나 새 단체가 이 분야에 진입하여 연착륙하고 생존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참신하고 창의적인 기획으로 독창적인 요소를 부각하여 관계자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고, 가격의 탄력성을 가지고 기회를 도모하며 긍정적인 태도와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나가다 보면 어느덧 역량도 강화되고 인지도와 신뢰도 높아져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영향력이 생기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다소 허탈한 표현이지만 그때까지 잘 ‘버티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 답변 이선철_ 평창의 폐교 활용 문화공간 ‘감자꽃스튜디오’의 대표이며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