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어떤 고민도 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리는 ‘예술적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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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올려주신 고민에 대한 예술적 대책을 찾아 답변을 달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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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졸업 후 우울증과 강박증을 앓고 있습니다. 건강한 마음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데, 도움이 될 만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지난 2월에 석사 졸업을 하고 허무함, 상실감이 갑자기 몰려와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제게 우울증과 강박증이 있다고 하네요. 갑자기 생긴 건 아니고, 이번에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성북구에 살고 있는데, 근처에 미술치료나 음악치료 등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을까요? 가을에 박사 과정을 등록할 예정이라, 건강한 마음으로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싶어요.
마음의 근력 키우기
안녕하세요. 예술로 마음을 치유하는 예술치유허브의 공간지기입니다. 공간의 모토와 운영방향성에 따라 ‘예술치유’와 가까이 있을 뿐, 저 또한 일상의 스트레스에 힘겨워하는 직장인인지라 상담자로서의 자격과 적절성에 대해 심히 고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핏 비슷했던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그간 들은 풍월로 선무당이 사람 잡지 않게 감히 조언을 드려봅니다.
그동안 학위 취득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던 심신을 새로운 무언가의 개입을 통해 안정화하려는 의욕을 잠시 중단하길 권합니다. 이를테면 100m 달리기를 완주한 후 잠시 ‘숨’을 내쉬고 고를 때처럼 말이죠. 달려왔던 심신에 ‘숨’을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을 내어주세요. 마음의 휴게공간에 예술치료를 들이고 싶은 의욕이 생긴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예술치료 세션에 참가하기 전, 무리한 ‘숨’ 고르기보다는 자유자재로 ‘숨’을 조절할 수 있는 ‘마음 들여다보기’ 연습을 선행했으면 합니다.
잠깐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직장 업무를 하면서 박사 과정을 2년 동안 병행했습니다. 2년 내내 한 마리 토끼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심정으로 늘 밀린 숙제를 등에 업고 일상을 보냈습니다. 드디어 수료하는 순간, 이제는 직장에서의 업무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과 물리적인 시간이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홀가분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2년 전의 평상심으로 신속하게 리턴하지 못함에 잠시 당황스러웠습니다. 어정쩡한 양육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만 양육했던 시절과는 달랐던 2년의 세월은 고단했지만 애착이 강했던 여정이었나 봅니다.
저의 경우와 대비해 상황을 이해하면, 단지 토끼 한 마리를 분가시킨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헛헛한 마음이 무리하게 무언가를 해야 안정감이 생길 것 같은 극단적 강박의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이 아닌지 진단해봅니다. 새로운 악기를 배울 때 반복 연습을 해야만 온전한 연주가 가능하듯,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돌보는 데도 연습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간 가열 차게 달려왔던 심신에 내면이 움직일 수 있는 마음의 이두박근을 만들어보세요. 이두박근을 어떻게 만드느냐고요? 우선 학업에 쫓겨 하지 못했던 감성 충전 운동을 시작해보세요. 1단계로 영화, 연주회, 전시회 관람 등을 통해 단련된 예술근육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방전된 마음을 예술적 감성으로 충전하기
1단계의 근육이 온전히 만들어졌다면 ‘예술치료’라는 충전재를 보충하시면 되겠습니다. 충전재를 보충하기 전에 잠시 안내 말씀을 드리자면, 예술치료는 “예술의 다양한 표현 매개체를 통하여 재생을 위한 탄력적인 내적 복원의 자율성을 경험하게 하고, 마침내는 자아의 조화로운 ‘내적 균형을 찾게 해준다”는 다소 거창한 이론적 틀이 있습니다. 이처럼 예술장르는 매개체로 동원될 뿐이기에 미술치료 과정에서 그리기에 대한 스트레스나 부담감은 의미 없음을 전해주고자 합니다. 음악치료에 있어 화음 따위의 고려도 마찬가지겠죠? 이때 1단계에서 만들어진 이두박근이 예술치료 체험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예술적 감성 충전을 거듭 강조합니다. 예술치료는 과학적인 영역에서 나아가, 예술의 자가 치유력이 내재된 예술의 근원적인 힘에 대한 공감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예술치유허브에서 예술로 삶을 어루만지기
마지막으로 거주지에서 용이하게 예술치료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드리겠습니다. 고려대 앞에 예전 성북보건소를 리모델링한 ‘서울예술치유허브’라는 건물이 있습니다. 각종 예술치유 콘텐츠를 취급하는, 은빛의 작지만 큰 뜻을 품은 공간입니다. 2017년 5월 현재 주부, 취업준비생, 성인 등을 대상으로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무용을 매개로 한 8개의 프로그램을 밤낮으로 가동하고 있습니다. 이후 9월을 기점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이 시작됩니다. 이때를 놓치지 마시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럼 9월이 시작되기 전, 이곳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냐고요? 1층 북카페에서 음악감상을 하면서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동네북’으로 에세이를 쓸 수도 있고, 2층 갤러리에서는 ‘힐링 전시’의 진수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지하 밴드실에서 마음껏 내질러보길 권합니다.
인용된 누군가의 고백으로 상담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아픔에 대해 크게 한 번 깨닫고 나면 그것을 극복하는 줄 알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픔은 깨닫는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른 이후에라도 가끔씩 예기치 못한 순간에 진물이 나와 당황스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상처는 계속 관리해야 한다는 것, 돌아보는 작업을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1)예술치료 체험을 계기로, 마음 돌보기와 한 숨 쉬어가기를 통해 회복 탄력성을 높이고 학업을 다시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미술치료 요리책> 주리애 지음, 2003.
- 답변 나희영_ 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치유허브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