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어떤 고민도 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리는 ‘예술적 상담소’.
온라인으로 별도 공간을 마련해 고민 상담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올려주신 고민에 대한 예술적 대책을 찾아 답변을 달아드립니다.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sfac.or.kr) - 열린광장 혹은 페이스북 탭에서 예술적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다른 사람의 고민에 댓글을 달 수도 있답니다.
채택된 질문은 [문화+서울]에 게재되며, [문화+서울]을 1년 동안 보내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사랑하는 고양이와 효과적으로 놀아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이제 갓 한 살이 된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직장을 다녀와서 틈틈이 놀아주려고 애쓰지만 고양이에게는 부족한가 봐요. 늘 더 놀아달라고 간절히 울어댑니다. 제가 놀아주기 시작할 때 환희에 찬 고양이의 눈을 보면 정말 시간을 더 내서라도 놀아주고 싶지만, 저도 집에 돌아오면 쉬고 싶은지라, 고양이의 애원을 애써 무시할 때도 많네요. 제 수고를 좀 덜 들이고 고양이와 효과적으로 놀아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10분만 성의를 다해보세요
안녕하세요.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집사입니다. 이 질문을 받고 저 역시 ‘우와, 나도 이거 정말 궁금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예술적 상담소’라니요.
고양이는 놀이를 통해 튼튼한 몸과 심신의 안정을 얻습니다. 놀이는 운동이기도 하고 커뮤니케이션이기도 합니다. 집사가 성실하게 놀아주면 종일 혼자 있던 고양이가 고맙다는 기분을 느끼는 거죠. 놀아주는 시간은 한 번에 5~10분 정도가 적당하다고 합니다. 일단 시간에 대한 답이 나왔습니다. 10분만 열심히 놀아주면 됩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10분간 성의를 다해봅시다.
그럼 어떻게 놀아주어야 하는가. 여기서부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고양이는 같은 패턴에는 반응해주지 않잖아요. 이것은 우리가 창의성을 기르도록 하는 고양이의 배려입니다. 기본적으로 놀이는 사냥을 흉내 내는 것이므로 사냥감인 벌레나 새, 쥐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하지만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다 갑자기 멈추거나, 숨겼다가 내보이거나 변화를 주어도 이내 시들해집니다. 고양이는 유난히 새 것을 좋아하는 동물이니 자주 새 장난감을 구비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금전적 부담이 크죠. 머리끈이나 뒤집은 양말, 털실 등 집에 굴러다니는 잡동사니를 활용해봅시다. 고양이가 레이저 포인터에 반응한다면, 집사는 편히 앉아 고양이가 말처럼 달리는 걸 지켜볼 수도 있습니다.
쥐 모양 인형은 어떨까요. 갓 태어난 고양이라면 ‘쥐돌이’에도 흥분하지만 조금만 커도 쳐다보지 않죠. 진중권 교수가 쓴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에서 고양이 루비가 말하길, 고양이는 쥐의 모양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쥐의 동작에 흥분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고양이답게 노는 법의 첫 번째 계율은 “인간이 사주는 장난감은 거들떠보지 말라”라네요. “장난감 쥐는 무시하고 차라리 인간의 발을 쥐라고 생각하고 공격해보라”고 하니, 집사님의 발을 희생해보는 건 어떨까 조심스레 권합니다. 양말에 끈 같은 것을 달고 움직여보는 거죠. 쇼트트랙에 출전한 듯 방바닥을 발로 밀며 돌아다니면 최소 몇 번은 격렬한 반응을 보일 것 같네요. 또한 우리의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됩니다.
고양이가 바라는 건 관심과 존재감 확인
발을 내주더라도 곧 시들해질 겁니다. 그럴 때는 재빨리 캣닢(고양이가 좋아하는 풀)을 뿌려줍니다. 고양이의 격렬한 반응을 보면 왠지 죄책감이 들지만 몸에 나쁜 건 아니라고 하니까요. 그렇게 고양이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을 때 집사님은 자기 일을 시작하세요.
노트북을 펴면 잠시 후 고양이가 다가올 것입니다. 모른 척 모니터만 바라보세요. 그러면 키보드 위에 앉아 식빵 자세를 취할 거예요. 책을 펼쳐도 마찬가지입니다. 책과 얼굴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죠. 인간이 고양이를 필요로 할 때는 불러도 모른 척하면서 다른 일을 하면 나만 바라보라고 합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저희 집 고양이는 빵 봉지를 묶는 끈을 좋아하는데, 가지고 놀다가 자주 물그릇에 빠뜨립니다. 물그릇 속에 발을 담그긴 싫으니 물그릇 밖을 발로 칩니다. 물이 찰랑거리며 쏟아지고 집사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바닥을 닦고 끈을 꺼내줍니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가 얻는 건 뭘까요? 매번 같은 행위에 호들갑을 떠는 인간이란 역시 단순한 동물이라고 생각하겠죠. 여기서 일단 우월감을 느낄 겁니다. 그리고 자기의 영향력을 확인하겠죠. 생각해보면 고양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관심과 존재감 확인이 아닐까 싶어요. 뒤돌아 앉아 있는 고양이를 부르면 돌아보지는 않지만 귀를 뒤로 쫑긋하잖아요. “관심받고 싶지만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다 집사야. 그러니 네가 알아서 어떻게 해보렴”이란 뜻이겠죠.
주의할 점은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놀아주면 안 됩니다. 고양이의 상황을 몰라 사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 집 첫째 고양이가 ‘에어 조던’처럼 점프하던 시절, 착지하면서 턱을 상에 부딪친 적이 있었어요. 아프기도 하고 놀라기도 해서 구석으로 숨어들더니, 손길도 거부한 채 저를 원망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더군요. ‘내가 그런 거 아냐’라고 항변해봐도 소용없습니다. 놀이를 할 때는 고양이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점프를 유도할 때는 부딪칠 만한 것들을 치워둡니다. 고양이만 두고 외출할 때는 행여 끈 같은 것을 가지고 놀다 몸에 엉킬 수 있으니, 낚싯대 등은 잘 숨겨두어야 합니다.
고양이 집사의 운명은 선택이 아닌 간택
인간이 같이해줄 수 없는 놀이도 있습니다. 한밤의 우다다. 혼자서도 하지만 두 마리 이상이라면 훨씬 재미있죠. 서로 쫓고 쫓기며 도둑도 되었다가 경찰도 되었다가 아주 ‘꿀잼’입니다. 고양이가 한 마리라면 둘째를 들이는 것도 좋습니다. 갈 곳 없는 업둥이 한 놈 구제도 하고, 고양이를 낮 동안 혼자 둔다는 죄책감도 덜 수 있고요. 여건이 안 된다면 사람을 하나 더 들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싱글이라면 이참에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네요. 사람이 둘이면 두 배로 놀아줄 수 있잖아요.
고양이와 놀아주는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주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 놀이에 흥미를 잃기 때문이죠. 슬픈 이야기입니다. 흥미를 잃더라도 근력 유지를 위해 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집사가 더욱 기운을 내 창의력을 발휘할 때입니다.
마지막으로 고양이 루비의 말을 인용하며 정리하겠습니다. “초보 집사들은 자기들이 우리를 데려왔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 하지만 우리랑 좀 지내다 보면 슬슬 너희가 우리를 선택한 게 아니라 외려 우리에게 간택당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할 거야. 다시 말해 우리를 데려온 것이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고양이계의 어떤 영적인 힘에 의해 미리 결정된 사건, 그리하여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게 되도록 운명 지어진 사건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거지. 바로 그때 집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집사가 되기 시작하는 거야.”
모든 것은 고양이의 큰 그림 안에 있습니다. 집사님과 댁의 고양이가 오래도록 행복하길 바랍니다.
- 답변 김송은_ 스토리컴퍼니 웹툰 PD
- 참고한 책 <고양이 공부>(김병목 지음, 희목원), <고양이의 기분을 이해하는 법>(핫토리 유키 지음, 살림),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진중권 지음, 천년의상상)
- 참고한 사람 뉴, 이어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