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어떤 고민도 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리는 ‘예술적 상담소’. 온라인으로 별도 공간을 마련해 고민 상담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올려주신 고민에 대한 예술적 대책을 찾아 답변을 달아드립니다. 서울문화재단 페이스북 탭에서 ‘예술적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다른 사람의 고민에 댓글을 달 수도 있답니다. 채택된 질문은 [문화+서울]에 게재되며, [문화+서울]을 1년 동안 보내드립니다.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문화예술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입니다. 그런데 성격상 불만이 있거나 화가 나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고 넘깁니다. 주변에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있는데,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계속 이렇게 쌓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우울증이 찾아올까 무섭습니다. 술을 먹거나 잠을 자는 것 외에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만한 문화예술 활동이 있을까요?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될 만한 음악이나 그림 같은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예술치유허브 8기 입주작가 김해리입니다. 질문자님의 이야기에 어떻게 답변할지 고민하다, 최대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질문자님의 문장에 응답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에 앞서, 질문자님의 우울증, 공황장애 등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상쇄하기 위해 제 이름을 본뜬 ‘해리성장애’라는 콘셉트로 이야기를 진행하겠습니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입니다. 그런데 성격상 불만이 있거나 화가 나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이고 넘깁니다.
참으면 안 됩니다! 물론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살아내고 있겠죠.
하지만 속으로 삭이지 않고 안전하게 표현하는 방법(사람 혹은 장소 등)을 만나면 참 좋겠습니다. 제 꿈이 한때는 배우였는데요(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곧장 그만두었습니다). 대학 연기 수업 당시, 독백1) 을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연기가 끝난 후,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해리야, 너는 슬프면 그냥 울면 되는데 왜 자꾸 웃으면서 우니? 그냥 울지. 그래도 되는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는 오열을 했습니다. 아이처럼 ‘엉엉’요. 그날 저는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도 아무 문제없을 거라는 생각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연기라는 가면에 숨어서라면 그동안 숨겨왔던 나의 슬픔과 분노 그리고 우울을 마음껏 표현해도 되겠구나. 그때의 짜릿함이란!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들겠죠? 아니, 나보고 연극영화학과를 가라는 거야, 뭐야? 물론, 아닙니다. 직업으로서 배우의 길을 선택하겠다면, 그게 누구라도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다닌답니다. 다만, 연기라는 기술이 주는 이점을 가지고 시민 대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멋진 예술가들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나 서울예술치유허브 페이스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5월부터 관련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_한때 배우가 꿈이었던 김엉엉 드림
주변에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있는데,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계속 이렇게 쌓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우울증이 찾아올까 무섭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질문자님에게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싶지만, 저도 실은 가벼운 공황장애를 앓았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은 서울역에서였는데요, 갑자기 숨을 쉴 수가 없더라고요. 그 후로 저는 지하철을 못 탑니다. 특히 출퇴근길의 지하철은 정말 견딜 수가 없어요. 그래서 직장인을 마음 깊이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냥 조금 일찍 일어나거나, 돌아가더라도 버스를 타거나, 걸어가는 등의 방법으로 제 자신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그래도 일상을 살아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답니다. 세상에는 그냥 감기나 두통처럼,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관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_지하철로 30분 거리를 버스 타고 2시간 동안 가는 김버스 드림
술을 먹거나 잠을 자는 것 외에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만한 문화예술 활동이 있을까요?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될 만한 음악이나 그림 같은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많습니다! 서울예술치유허브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따로 또 같이 다양한 ‘예술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해소나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뽑아내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거죠. 저는 작년에 보이스와 이야기를 결합하는 작업을 했는데요. 자신의 보이스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남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데만 익숙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을 했습니다. 프로그램 말미엔 작가, 보이스 코치, 작곡가, 기타리스트 등 4명의 예술가가 협력해 참가자의 이야기로 노래 한 곡을 만들었고요. 이외에도 자신의 삶으로 영화를 찍기도 하고, 자신의 삶을 그림과 사진 등으로 엮어 책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중 몇 가지를 경험해보고 본인의 호와 불호를 확인해보면 어떨까요? 그것이 결국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니까요. 또한 예술치유 프로그램은 예술을 할 때 발생하는 고통과 고단함은 창작자들에게 맡기고, 오직 예술을 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활동이기도 합니다. 저는 지난 1년간 참가자들과 함께 많이 웃고, 많이 울었습니다. 그 시간을 보내며 저 또한 창작 활동을 하면서 모나진 부분들이 다시 둥글어지는 것 같아 행복했고요. 질문자님도 올해 그런 시간을 보내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 허브에서 만나요!
_서울예술치유허브 홍보대사 김허브 드림
- 배우가 상대역 없이 혼자 말하는 행위. 또는 그런 대사. 관객에게 인물의 심리 상태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 글 김해리_자큰북스(서울문화재단 서울예술치유허브 8기 입주단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