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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혹은 대담

7월호

2019 서울국제도서전 전자출판 콘퍼런스 넷플릭스의 공습, 도전받는 도서정가제

구매가 아닌 접근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구독경제는 음악과 영화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전자출판 생태계에 출현한 구독경제와 현재 시행중인 도서정가제가 공존할 수 있을지, 새로운 독자와 시장 창출에 기여할지, 출판산업 생태계를 고사시킬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구독경제 시대에 출판산업과 플랫폼 경제가 공존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과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같은 주제로 지난 5월 9일 열린 세미나의 내용을 보완해 진행됐다.

일시
2019년 6월 20일(목) 오후 4시 30분~6시 30분
장소
코엑스 B홀 이벤트홀1
주최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책연구소
진행
정원옥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발제
이중호 한국출판콘텐츠 대표
지영균 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eBook 사업팀 차장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한국전자출판학회 회장
강일용 아주경제 기자
토론
정우영 시인/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장
최승훈 문화산업정책협의회 문화산업정책센터 정책위원

이중호

(한국출판콘텐츠 대표)

지영균

(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eBook 사업팀 차장)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한국전자출판학회 회장)

강일용

(아주경제 기자)

정우영

(시인/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장)

최승훈

(문화산업정책협의회 문화산업정책센터 정책위원)

정원옥

(대한출판문화협회 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발제 1 미국 등 월정액 서비스 성공 요인과 도서정가제 국가의 구독서비스 현황
이중호 (한국출판콘텐츠 대표)

전 세계적으로 구독경제의 시대를 맞아 디지털 콘텐츠 구독 모델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디오산업에서는 넷플릭스(Netflix), 음악 산업에서는 스포티파이(Spotify)가 성공했다. 출판산업에도 다양한 구독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2010년 러시아의 ‘북메이트’에서 전자책 구독서비스를 시작했다. 2014년에 나온 아마존의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는 전자책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다. 저자에게 로열티의 70%를 주는 거래 조건과 연동해 단숨에 100만 종의 콘텐츠를 확보했다.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회원 수를 늘려간 것이 성공 요인이다. 현재 14개국에 진출했다. 출판사에게는 쪽수를 기준으로 정산해준다. 쪽당 5.45원으로 250쪽의 책은 1,362원이다. 국내 ‘밀리의 서재’는 10분의 1 정도이다. 전자책은 매절 계약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국내 출판사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출판사에 정산해주는 금액이 오를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정산법이 각기 달라 도서정가제를 적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부담스럽다. 전자책은 한 권 판매하면 140원에서 250원을 받는다. 저자 입장에서는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서정가제와 구독서비스는 솔직히 법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다. 독일은 강력한 정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구독서비스는 제외시켰다. 프랑스에서는 구독서비스가 정가제법 위반은 아니지만 시정명령을 내린다. 유럽은 출판사가 정가를 책정한다. 구독서비스는 유통사가 서비스 요금을 책정하게 하면 안 된다. 구독서비스는 부담 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읽어볼 수 있고, 해지와 이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한 달에 두 권을 선택하는 것이 더 어렵다. 넷플릭스는 무제한이라 성공했다. 국내의 무제한 구독서비스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 좋지만 현재 가격 경쟁이 붙은 상태다. 다독자에게는 좋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한 달 구독료 5,000원도 아깝다. 한국은 독서량이 미국과 유럽에 비해 적다. 독서량이 많은 나라에서는 성공 확률이 높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로섬 게임이 될 가능성이 있다. 독일은 넷플릭스에 소비하는 시간이 증가하고 독서량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구독서비스를 걱정하기보다는 많은 독자들이 책을 읽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발제 2 독서문화의 확산이냐, 플랫폼 경쟁이냐
지영균 (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eBook 사업팀 차장)

국내의 구독형 서비스 모델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Over The Top)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 음원과 영상뿐만 아니라 책 서비스 자체도 디지털콘텐츠 시장의 변화와 밀접하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독자를 한가운데 놓고, 고객에게 제공할 경험과 서비스, 출판사와의 생태계 선순환 구조, 작가와의 수익분배를 고민했다. 핵심은 유통사업자이다. 고객의 기준은 이미 넷플릭스와 킨들 언리미티드이다. 구독서비스는 도서정가제와는 거리가 있는 대여형 서비스이다.
국내에는 예스24 북클럽, 교보문고 sam, 리디셀렉트, 밀리의 서재 등이 있다. 고민은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이다. 매출이 적어 100만 명 이상으로 확장해야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다. 유통사업자들은 책을 읽지 않는 독자를 어떻게 끌어들일지 고민하게 되었다. 가장 큰 고민은 플랫폼 사업이 기술 기반 사업이라는 것이다. 국내 유통사업자들은 IT 회사가 아니다 보니, 기존의 서비스 환경에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얹었다. 구매 후 다운로드받는 형태는 불편해 스트리밍으로 해야 하지만 신기술을 개발하지 못했다. 아마존이나 넷플릭스처럼 기술개발에 투자하기는 어려워도,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다양한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무제한 서비스를 매력적으로 느낄까.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교보문고는 4만 2,000종인데 고객은 책이 없고 돈이 아깝다고 한다. 보다 많은 출판사들이 콘텐츠를 제공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현재 하루 100명 정도 가입한다. 여성과 35~50세 고객이 많다. 첫 달 무료 구독 후 유료 결제로 전환하는 비율은 20%가 안 된다. 구독자는 3개월 동안 약 6.4권을 다운로드한다. 한 권 이상 완독한 구독자는 24%, 열람하지 않는 구독자도 34%이다. 대부분 베스트셀러이고 완독 비율은 낮다. 한 번이라도 받은 콘텐츠는 1.7%밖에 안 된다. 인공지능과 큐레이션을 활용해 숨어 있는 콘텐츠를 다운받게 하는 것이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이다.
소규모 출판사는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입장이다. 반면 메이저 출판사는 도서정가제도 있어서 유통사에게 콘텐츠 비용을 많이 지불하라고 한다. 유통사 입장에서 전자책은 종이책 유통과는 다른 기술 기반의 사업이다. 지금은 법이 섞여 있다 보니 시장이 크지 못한다. 전자책 사업자들은 다 적자이다. 전자책을 출판유통 개념과 접목시켜 계속 규제한다. IT 사업으로 인식을 전환해 기존의 규제를 감소시키고, 독서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워주었으면 한다.

발제 3 넷플릭스형 월정액 서비스, 도서정가제와 공존 가능한가?
김기태 (세명대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한국전자출판학회 회장 )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가 실현되면서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구독서비스 방식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가장 둔감한 분야 중 하나가 출판이다. 전자책 구독서비스가 새로운 전형으로 부상하고 있음에도 종이책 중심의 출판업계는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독 모델의 유형으로는 무제한, 정기 배송, 대여형이 있다. 전통적인 출판사와 서점의 위기, 웹소설과 웹툰 등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과 발전, 전자 책 플랫폼의 난립과 불공정성 등으로 인해 출판 생태계가 상호 연계하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는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활성화는 물리적 소유와 디지털 소유의 시대에서 디지털 접근 방식으로 콘텐츠 유통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 구독경제 모델이 전자출판물 혹은 디지털콘텐츠를 취급하는 플랫폼의 주요 수익 모델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 출판 업계가 실현하고자 했던 도서정가제의 사각지대를 형성했다.
먼저 전자출판물이 도서정가제의 대상인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에 따르면 전자출판물은 출판사에서 정가를 서지정보에 명기하고 판매 사이트에 표시해야 한다. 또한 전자출판물이 면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또는 국가디지털콘텐츠식별체계(UCI)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근거로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결국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논란은 출판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저작자 및 저작권자는 콘텐츠 이용을 허락할 때 도서정가제를 적극 준용한다거나 어느 시점부터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전제를 계약서에 명문화할 수 있다. 디지털콘텐츠가 모두 전자출판물은 아니기에 모든 디지털콘텐츠에 도서정가제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관련 업계는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종이책과 전자책이 상생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 출판과 관련된 법제 개선을 통해 협력해서 독자층을 확산시켜야 한다.
구독경제 모델은 스트리밍과 네트워크 기술의 향상, 디지털 파일의 소유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 플랫폼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의 욕구에 기술을 접목시켜 활성화한 결과물이다. 구독경제가 얼마나 호황을 누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소유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는 시대를 다시 맞게 되면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구독경제의 재부상은 독자와의 관계를 개선하라는 시장의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출판의 개념에는 디지털화된 출판이 포함되어야 한다. 종이책 업계에서는 새로운 독자 창출 방식으로서의 구독경제의 장점을 이해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자책 업계에서는 도서정가제의 근본 취지를 이해하고 합의된 범주 안에서 이를 적극 반영함으로써 출판문화의 고유성이 말살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플릭스형 월정액 서비스는 도서정가제와 공존하겠지만 상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구독서비스와 도서정가제는 별개의 사안으로 취급해야 한다. 구독 모델이 독자층 확산에 기여함으로써 좋은 책을 내는 출판사들의 이익 창출에 영향을 주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출판사들은 구독 모델을 통해 독자와 소통에 나선다면 상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발제 4 구매의 시대가 가고 ‘구독의 시대’가 왔도다
강일용 (아주경제 기자)

구독경제가 2010년 이후 이슈인 이유는 스마트폰으로 모을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1999년 월 5달러에 DVD를 무제한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해 2007년부터 인터넷으로 무제한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1999년은 구독 모델, 2007년은 구독 모델이면서 접속 모델이었다. 페이지를 열어보고 콘텐츠를 구입해도 접속이다. 온라인상에서는 구독과 접속의 개념이 맞물리지만 오프라인에는 구독의 개념만 남아 있다.
디지털콘텐츠의 4가지 특징은 즉시성, 동시성, 확장성, 의존성이다. 오프라인 매장과 다르게 곧바로 구매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고, 다양한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 전자책은 스마트폰이나 단말기가 없으면 볼 수 없고 플랫폼에 의존한다.
현재 음악 소비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이뤄지고, 시장 자체가 구독으로 넘어갔다. 영화도 유통은 10년 전 DVD에서 멈췄고, 스트리밍과 구독형 서비스에 이미 지배당하는 상황이다. 반면, 게임과 전자책은 아직 멀었다. 게임은 판매가 주를 이루고 책도 마찬가지이다. 킨들 언리미티드는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못했다. 게임과 영화가 구독형으로 전환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과 영화는 콘텐츠 이용 시간이 짧다. 책은 최소 4시간은 읽어야 하고 게임은 더 길다. 구독할 경우 경제적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 구독형 모델에서는 출판사, 작가와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일일이 설득하기 어렵다. 영화와 음악은 저작권협회가 있어 해결하기 쉽다. 게임은 구독보다 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무료 배포 후 유료로 판매해서 이익을 얻는 앱 내부(In-App) 결제 방식이다.
책도 판매와 구독 외에 다른 수익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게임이 좋은 사례이다. 부분 유료화는 장르소설에서 보편화되었다. 1편만 보여주고 더 보고 싶으면 구매하게 한다. 책은 무료로 주고 관련 굿즈를 팔아 이익을 얻는 스타트업도 생기고 있다. 정체된 비즈니스 모델을 교체할 시기가 왔다. 도서정가제는 지켜져야 한다. 작가 입장에서 책이 가치를 인정받고 팔렸으면 한다. 유통사들의 고민도 필요하다. 구독용과 판매용 콘텐츠를 구분해, 빠르게 찍어서 유통하는 콘텐츠는 구독형으로 공급한다. 콘텐츠의 형태를 다양화해서 도서정가제와 구독형을 모두 만족시키는 형태를 고민했으면 한다.

토론 1 저는 아직 한 번도 구독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만, 이것이 과연 출판유통의 대세가 될 수 있을까요.
정우영 (시인/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장)

서점에서 시집 코너가 사라지고 있다. 시집 한 권을 내는 데 5년 정도 걸리지만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일주일도 안 되어 사라진다. 작가에게 구독서비스는 멀리 있는 개념이자 유통 방식이다.
최근 웹소설은 드라마 등에 이용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독자들의 요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기존의 문학은 대체로 계몽과 메시지 위주였다. 최근 문학을 읽는 독자들은 재미와 흥미 쪽으로 달라졌다. 예전의 독자는 끈기가 있었다면 지금의 독자는 효용성과 순간적인 변화와 재치에 관심을 보인다. 작가들은 아직 구독서비스를 잘 모르고 관심도 없다. 전자책 방식은 10여 년 전 도입되었지만 전자책을 통해 인세나 저작권료를 받는 사례가 많지 않다. 저작권과 2차 저작권 문제에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구독서비스는 전혀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에 새로운 계약서에 의해 저작권이 맺어져야 한다. 작가와 출판사는 이런 방식을 논의한 적도 없다. 음악이나 영화는 이용자와 저작권자, 공급자와 제공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이다.
책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구독서비스 방식과 전자책으로 넘어가면 기존의 책 형태가 아닌 파일 형식으로 달라져야 한다. 책의 정의를 새롭게 하고 개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이용자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요구한다.
답답한 매체이고 기술적으로 뒤지지만 종이책은 존재해야 한다. 아날로그는 개인과 개인이 결합된 사회에 상상력을 주는 중요한 도구이다. 우리 머릿속에는 해리 포터 캐릭터가 정해져 있다. 영화가 아닌 책으로 접하면 모든 독자가 마음속에 해리 포터를 가지게 된다.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은 공존해야 한다.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구체적인 얘기를 듣고 싶다.

토론 2 구독경제? 약탈하는 플랫폼
최승훈 (문화산업정책협의회 문화산업정책센터 정책위원)

출판산업은 굉장히 뒤처져 있는 산업이다. 많은 문화산업들이 고민하고 거친 지점 어딘가에 있다. 대부분의 산업들은 제작자 입장에서는 실패했다. 왜 구독과 구독경제라고 표현했는지, 지금의 문제를 잘 드러내는 표현인지 묻고 싶다. 대부분 온라인망에서 콘텐츠가 딜리버리되는 과정을 플랫폼화, 플랫폼 경제라고 표현한다. 출판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를 기술 우월주의자, 통신사업자가 설명하는 대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음원 서비스에서 스트리밍 음원은 곡당 3.6원이고 저작권자에게 0.6원이 돌아온다.
소비자가 얼마를 내는지와는 상관없다. 저작권자가 60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100만 다운로드가 일어나야 한다. 창작자는 더 많은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들지만 아직 가난하다. 왜 이런 환경이 되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다른 관점에서 질문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콘텐츠를 팔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 판매 사업자가 아니다. 트래픽을 플랫폼에 가둬놓고 지대를 받는 사업자이다. 콘텐츠의 가격은 제대로 책정되지 않는다. 많은 콘텐츠를 서비스하지만 수입은 광고에서 나온다.
트래픽에 의해 광고 단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콘텐츠를 무료로 서비스하려고 한다. 지금의 환경에서 개별 콘텐츠의 가격을 도서정가제 형태로 보호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콘텐츠의 비용을 충분히 지불할지가 문제이다. 콘텐츠 딜리버리 환경이 우물이라면 제작자, 창작자들은 우물가에 있지만 목이 마르다. 물이 모자란 것은 누군가 빼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물가에 저작자들이 모여 싸우는 방식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다른 콘텐츠 장르에서 이미 증명된 바이다. 근본적인 문제에 질문을 던지고 본질적인 방향에서 풀어가야 할 때이다.
발제와 토론에 이어 정원옥 사회자는 “공통적으로 전자출판산업과 구독경제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왔다. 구독경제가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면, 플랫폼 경제는 누구의 이익을 빼앗아 이익을 증대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용어이다.
플랫폼 사업자와 출판사의 공통 과제는 다른 콘텐츠산업에 독자를 뺏기지 않고 찾아오는 것이다. 서로 이해관계를 좁히고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김기태 교수는 “출판사들은 출판권이 저작권보다 위에 있다고 착각한다. 법대로 하면 출판사는 위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출판권자는 2차 저작권을 행사할 수 없다. 지금은 관행적으로 출판계약서에 위임한다. 출판권과 배타적 발행권의 문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면 많은 부분이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독은 과거 정기간행물에 쓴 말이다. 구독자가 많다고 원고료를 많이 준 것은 아니다. 단행본은 독자들이 알아서 사는 방식이다. 판매부수가 늘어나면 저작권 사용료가 늘어난다. 그런 부분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을 빗대어 구독경제라고 썼다. 책에서 파생되었지만 오늘날의 온라인 상황에 적합한 용어”라고 답했다.
플로어에서 질문이 이어졌다. 뉴스페이퍼 김보관 기자는 출판이나 유통업계에서 사용하는 인공지능이 있는지와 오디오북 관련 사업 계획을 물었다. 교보문고 지영균 차장은 “인공지능 서비스는 개발 중이다. 인공지능 엔진을 활용한 오디오북 사업을 연구하고 있고, 클라우드 서비스, 도서 추천 서비스 기술도 이관 받아 적용할 계획”이라면서 오디오북은 아직 시장이 없어서 조금씩 키워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점인이라는 참가자는 “서점은 최근에 나온 책만 판매하지 않는다. 좋은 책은 10년, 20년이 지나도 꾸준히 팔린다. 좋은 책이 정액제 서비스에 편입되면 기존 서점에서 판매가 될까. 판매되지 않으면 책의 생명력은 사라진다. 출판사에도 피해가 간다”면서 이에 대한 유통업계의 생각을 물었다. 지영균 차장은 “우리 역할은 독자가 책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그 책이 있는지 모르는 고객에게 계속 노출해주고 결과적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모델이다. 싼 가격에 제공하지만 대여 서비스라 한 달만 고객에게 권한을 준다. 다운로드만 하고 다 못 읽는 경우가 많다”면서 노출이 가장 큰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한 명의 청중은 최승훈 정책위원에게 기술 발전과 바람직한 플랫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기술 발전은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 기술은 끌어가는 자본의 성격에 의해 발전해간다. 음악 관련 기술은 발전해왔지만 음악 수준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스트리밍 기술만 발전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바람직한 플랫폼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플랫폼 사업을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는 콘텐츠를 싸게 제공하고 광고 등을 통해 부대 수익을 얻기 때문이다. 콘텐츠 제작자나 창작자에게 그들의 몫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큰 영업이익을 남긴다. 플랫폼 사업의 서비스 단가를 비판적으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영균 차장은 “플랫폼 사업자는 약탈자가 아니다. 상생하면서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목표이다. 전자책을 10년 했지만 매년 적자였다. 그동안 출판사와 작가가 매출을 가져갔다. 시장을 키우고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 것이 플랫폼 사업자”라고 반박했다. 이어 “네이버 웹툰이나 소설은 작가들도 많은 돈을 번다. 단행본은 워낙 규제가 강해 성장하지 못한다. 규모와 시장을 키워 상생하는 구조로 가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강일용 기자는 “뉴스는 가장 먼저 구독서비스를 도입했지만 플랫폼 때문에 망했다. 그렇다고 언론사가 플랫폼을 거부할 수는 없다. 플랫폼과 콘텐츠는 같이 갈 수밖에 없다. 콘텐츠 사업자는 플랫폼 사업자를 못 이긴다”며 “독자 입장에서는 플랫폼이 편하다. 콘텐츠가 있어도 독자에게 전달할 매개체가 필요하다. 이길 수 없다면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책이나 게임은 아직 독점 사업자가 없다. 플랫폼 사업자끼리 경쟁시키면 콘텐츠 사업자와 구독자가 이익을 얻는 상생 방안이 나온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정우영 시인은 “작가들도 알아야 한다. 독자도 의견을 내야 하고 작가도 마땅히 발제자의 한 명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건의했다. 정원옥 사회자는 다음에는 좀 더 다양한 관련 주체들이 만나 전자출판 생태계와 유통 플랫폼이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것을 약속했다.

정리 전민정_객원 편집위원
사진 백종헌

※ 외부 행사의 토론 내용은 서울문화재단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며 [문화+서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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