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문화정책위원회는 2016년 사회적 예술, 예술가, 지역화전략, 생활문화 4개 소위원회로 활동하면서, ‘문화담론 순환선’이라는 이름으로 이 시대의 주요 문화정책 의제와 관련된 문화자원 밀집지역을 찾아 창동, 은평 숲속극장, 성수동, 광화문 4개 지역을 순환하며 4회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4개 소위원회의 활동을 돌아보면서 1년간의 활동 결과를 토대로 문화담론 순환선의 취지였던 재단 정책 거버넌스 활성화와 서울시 문화정책의 지역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올해의 활동 방향을 잡아보는 자리를 가졌다.
- 사회 |
- 이창현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문화정책위원장
- 토론 |
- 김연진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 김종휘성북문화재단 대표
- 김준기제주도립미술관 관장
- 임인자독립기획자
- 라도삼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오진이서울문화재단 시민문화본부장
- 일시 |
- 2017. 1. 16.(월) 16:00~18:00
- 장소 |
- 서울연극센터 1층
문화정책위원회는 ‘문화담론 순환선’으로 2016년 한 해 동안 달려왔습니다. 서울시 4군데를 다니면서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된 문화예술, 공공예술과 사회적 예술의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했고 마지막에는 블랙리스트 예술가와 관련된 얘기도 했습니다. 한 도시에서 문화생산자,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상황 속에서, 거꾸로 몇몇 예술가가 광화문광장에 텐트를 치고 천막을 만들어서 공연하는 이 전대미문의 예술 현장에서 차기 정부 문화정책의 가능성과 방향성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새로운 문화정책은 어쩌면 광화문광장에서 벌어지는 다층적인 블랙리스트 운동과 저항적인 몸짓에서 비롯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그런 이야기까지 풀어냈으면 합니다.
김준기 사회적예술 소위원회에서 제안하고 싶은 내용은 첫번째, ‘사회적 경제와 사회예술’입니다. 이미 제도적으로도 진도가 많이 나간 사회적 경제 틀과 결합한 예술활동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협동조합 운동이나 지원 체계 안에서 사회적 예술이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에 관한 고민이 더 필요합니다. 또 하나는 경제 부분입니다. 이제는 자본주의 시장으로부터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공공이 지켜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넘어서야 합니다. 시장경제의 소외, 국가 지원의 불안한 구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데 사회예술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다음은 ‘행정과 예술’입니다. 예술가들은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무엇을 하고 싶어 하고 부분적으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행정은 행정 단위대로 힘을 쓰는데, 자발적으로 커뮤니티 아트를 하고 싶어 하는 동력과 만나지 않습니다. 고립과 분산을 현장에서 제대로 묶어주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예술행정과 사회예술의 만남일 것입니다. ‘미래예술과 사회예술’은 새로운 창제작(창작+제작) 기반의 확산과 사회예술이 만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접목할지를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의 정책 차원에서 짚어보아야 합니다. ‘커뮤니티 아트와 사회예술’은 예술가들이 사는 동네와 창작 활동하는 근거지가 다른데 이를 결합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커뮤니티 아트는 1년 단위로 할 일은 니기 때문에, 재단은 좀 더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중장기 프로젝트로 해야 합니다. ‘예술행동과 사회예술’은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예술의 사회적 실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커뮤니티 아트가 장소 중심이라면 예술행동은 의제 중심입니다. 현장활동을 정책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을지, 다른 차원으로는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문화재단이 현장의 꿈틀거리는 에너지와 결합할 수 있다면 예술행동과 못 만날 이유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예술에 대한 비평적 조망 채널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이것은 공공예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커뮤니티 아트가 장소 중심이라면 예술행동은 의제 중심입니다.
현장활동을 정책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을지, 다른 차원으로는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 관장
자본의 실패, 국가의 실패로 인해 예술가들이 나선 것이 문화행동입니다.
천막 농성과 블랙리스트에 대한 항거가 있었고
그때 예술가는 가장 빛났던 것 같습니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문화정책위원장
시장의 실패는 우리가 예견한 결과인데, 이제 국가의 실패, 공공의 실패도 논의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정적인 블랙리스트뿐만 아니라 문화재단의 긍정적인 지원 프로그램도 역할을 제대로 못한 거라면 여기에는 국가의 실패도 있습니다. 결국 자본의 실패, 국가의 실패로 인해 예술가들이 나선 것이 문화행동입니다. 그래서 천막 농성과 블랙리스트에 대한 항거가 있었고 그럴 때 예술가는 가장 빛났던 것 같습니다. 문화행동이 앞으로의 문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예술가들이 왜 광화문에 나타났고, 거기서 얻은 것, 추 구할 것은 무엇인지 예술가 소위원회에서 얘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임인자 2016년 예술가 담론은 급격한 사회적 변화와 함께 진행되었는데요. 첫 번째가 국가 실패, 공공 실패에 대한 부분입니다. 검열 사태에 대한 예술가들의 끊임없는 저항과 싸움은 2016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2014년 말 시작해서 2015년까지 쭉 이어져왔는데요. 2016년에 그것이 블랙리스트라는 존재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대학로X포럼 등 연대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싸우기 시작했고, 2016년 6월부터 10월까지는 ‘권리장전-검열각하’를 통해서 22개의 작품이 연속으로 공연되었습니다. 예술계는 검열과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일련의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6년 11월 4일 블랙리스트 관련 기자회견 이후 광화문캠핑촌을 만들고 지금까지 노숙과 예술행동을 이어가며 예술검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사회에 알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것의 정점으로 ‘광장극장 블랙텐트1’ 마련되었습니다. 광장극장 블랙텐트가 표방하는 것은 ‘빼앗긴 극장, 여기 다시 세우다’입니다. 2014년에는 공공극장에서 예술가들이 배제되었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한 공공성에 대한 논의였다면, 지금 블랙텐트에서는 우리 시대의 사라진 목소리를 포함한 논의가 되어야 하는 장으로서의 공공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정책적인 측면으로 돌아오면 ‘예술지원체계와 예술인 참여에 대한 변화 요구’입니다. ‘서울예술인플랜’과 같은 예술가를 위한 정책이 마련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 예술가가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열과 통제 정책의 일환으로 지역문화재단 자체도 편향된 주체로 보면서 자율적인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옥죄는 시도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문화재단에서 예술인들을 파트너로 삼아서 같이 이 문제를 해결해가야합니다. 자연스럽게 세 번째 문제로 연결되는데 예술과 정치 사이의 독립적이지 못하고 주종적인 관계 설정에 대한 견제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앞으로 시정 변화에 따라 재단도 크게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보았을 때,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오래되었지만 기초적인 명제에 대한 실질적인 확립, 그리고 예술가를 정책 수혜자가 아닌 재단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며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것, 그리고 이 관계 속에 파괴된 공공성의 문제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계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이나 노동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장치, 계약, 고용보험 등 행정적인 안내 사항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공공예술, 사회적 예술도 오픈 공모사업을 통해 예술가가 직접 어젠다를 재단으로 가지고 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보았으면 합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기초적인 명제를 확립하고
예술가를 정책 수혜자가 아닌 재단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며
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임인자 독립기획자
서울문화재단은 올해 지역화, 지역분권, 균형발전의 맥락에서
광역 문화재단으로서 기초자치단체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그 체계를 작동시켜야 합니다.
김종휘 성북문화재단 대표
검열 연극을 보면서 연극인들이 왜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니 연극인들의 최소한의 공간, 연극 무대에 서려고 하는 최소한의 존립 조건마저 박탈한 박근혜 정부의 문화정책이 있었습니다. 자본은 더 이상 연극에 돈을 투입하지 않고 있고, 국가는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투입하면서 결국 블랙리스트와 같은 일들을 벌인 겁니다. 화난 예술인들이 광장에 텐트를 치고 극장을 세우는 이 역사적인 전복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수렴할 수 있을지는 간단치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과 똑같이 다음 정권에서도 문화정책을 한다면 이들이 해놓은 역사적인 증거들은 효과가 없는 것 아닌가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김종휘 성북문화재단 대표님의 발표 내용에는 지역의 담론이 살아 있을 것 같습니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은 25개 자치구 기초권, 동 단위 근린권까지 촘촘한 지역협력체제를 통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이를 전담하는 플랫폼 조직으로서 위상과 역할이 더 분명하게
요구되는 구도가 나온 것 같습니다. 2년간 지역화 전략 얘기를 해왔는데 2년 전 첫 시범사업이 ‘정릉예술마을만들기’입니다. 앞으로 국가정책에서 볼 때 ‘예술마을마을기’가 입체적으로 손쉽게 조명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삼
돌아보니 서울문화재단, 자치구문화재단의 협력체계, 자치구 차원의 민간 예술 네트워크와의 협치가 거칠더라도 다 종합되어 있는, 서울의 자치구 문화분권의 모델사업이었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이 공모사업을 하지 않고 기초문화재단과
협약을 맺고 준(準) 포괄적 예산 지원 방식으로 했는데, 행정 실무적으로도 앞선 경험이었습니다. 기초문화재단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권한을 위임하고 믿고 처리하는 방식으로 갔습니다. 이후 서울문화재단 안에서 이런 방향성이 확대
적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서울문화재단 예산에 큰 폭의 변동이 있습니다.
‘예술창작 활성화’에 올해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이 신규 사업으로 들어오는데 54%를 차지합니다. ‘문화도시 생활예술
활성화’에서도 생활문화 활성화와 매개자 양성이 58%를 차지합니다. 예술교육사업도 ‘어린이청소년창의예술교육’이
66%를 차지합니다. 3개 사업의 대표 사업이 50%를 넘는데 이것을 잘게 쪼개진 기존 사업들과 한데 묶어서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지역화 전략을 세워서 지원할 것인지 아닌지의 기로에 섰습니다. 이 기로에서 선택을 잘 해서 지역분권에 입각한 기초권-근린생활권의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에서 광역이 기초와 어떻게 할 것인지 그 체계를 지금부터 작동시켜야합니다. 사업예산 구성에 큰 변동이 있었기 때문에 사업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재단에 생활문화지원단이 신규로
들어왔는데, 구조적으로 생활문화지원단과 지역문화본부가 25개 자치구, 동 단위로 간다면 주민예술가를 놓고 사실상 선의의 경쟁관계가 됩니다. 성북문화재단은 정릉예술마을만들기 사례에서 시작했습니다. 서울문화재단도 이것을
모듈화하고 지역문화본부를 채널로 25개 자치구가 광역과
공통 부문과 특화 부문의 기준을 세우고 가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지역문화본부가 이런 채널로 간다면 차차 생활문화
지원단의 사업과도 어떻게 조정할지, 이런 체계 안에서 예술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창작지원은 어떤 것을 건드려주어야 하는지의 숙제가 남을 것 같습니다.
오진이 생활문화지원단은 생활문화사업팀, 생활문화교류팀, 시민청까지 3팀을 아우릅니다. 공공예술센터가 지역문화팀으로 바뀌고, 축제팀과 거리예술창작센터가 하나로 묶여서 지역문화본부가 됩니다. 지금은 각각 독립되어 있지만
아마 지역문화를 바탕으로 생활문화가 활성화하도록 자연스레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합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적 예술도 공모형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안해주셨는데 지역 대상 사회적 예술활동 지원영역으로 신설되어 공고될 예정입니다.
김연진 생활문화 소위원회는 10개 이상의 현장 사례 발표 중심으로, 두 번의 세미나와 한 번의 정책포럼을 진행했습니다. 생활문화는 친숙한 개념이긴 하지만, 주체나 대상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특히 상황과 사례별 특성이 중요하다보니, 현실 여건에 따라 유연성을 가지고 조율해가는 매개자의 숙련된 소통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이
생활문화의 중요 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올덴버그(Ray
Oldenburg, 1932~)의 제3의 공간(Third Place)적인 의미들을 도서관에서 이미 많이 구현하고 있습니다. 작은 도서관을 포함해 지역도서관이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생활문화 정책 전달 체계에서는 이런 부분이 충분히 고려되고 있지 않기때문에 어떤 식으로 역할 배분을 해야 하는지가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생활문화 정책은 철저하게 현장 기반으로 돌아가서 현
장 파악과 모니터링이 끊임 없이 수반되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를 위한 법적인 근거와 예산 마련도 중요하고요. 생활문화 정책 자체가 공간이나 시설 중심이 아니라 거점이나
조직, 유동적인 네트워크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생활문화는 보통 지역에 주민등록 인구를 대상으로 하지만, 사실상
활동하는 곳과 거주하는 곳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책
대상을 어떻게 설정할 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다층위적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고 접근 방식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도입 검토 중인 생활문화센터인증제는 사업 단위가 아닌 시설 단위로 고려되고 있는데, 서울에서는 생활문화 관련 사업에 대한 인증제도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요즘 4차산업혁명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생활문화
측면에서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4차산업
혁명을 촉발하는 메이커 운동에 대해 정부에서 많이 지원함에도 활발해지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메이커 문화의 부재가
꼽힙니다. DIY의 생활화, 내 것을 내가 고치는, 서구사회에
서 발달한 개러지(garage) 문화 자체가 보편화되지 않았고,
내 정보를 나누고 펼치는 공유 문화가 부족한 것이 이러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생활문화의 차원에서 풀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활문화를 ‘The way of Life’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
예술과 문화에 대한 접점은 인간다움에 대한 기본적인 성찰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팔길이 원칙 등과 같은 문화정책 상의 원칙을 넘어서, 어떻게 보면 4차산업혁명을 포함한 미래사회 이슈와 관련된 사회적인 방향성을 제고하는 부분이 서울시 생활문화 정책에서도 근간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인간이 기계와 어떻게 다른가부터 나의 인간다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등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차원에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준기 지금 해주신 말씀이 중요한 대목 같습니다. 생활문화
지원단까지 들어오는 상황은 예술이 만들어내는 문화를 중심으로 사고하던 것에서, 생활문화를 가지고 문화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접근 방식 자체를
달리해야 합니다. 생활문화지원단에서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생활문화를 잘 발굴하고
지역 단위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임인자 2012년 변방연극제에서 사카구치 교헤(Sakaguchi
Kyohei)라는 일본 건축가를 초청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한
것이 ‘움직이는 집’이라는 프로젝트2였습니다. 우리는 거대한 구조를 받아들이는 데만 익숙하고 만드는 데는 익숙하지
않습니다. 건축가는 노숙자의 집을 통해 건축물을 고안했다고 하는데 문화가 삶의 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고 그 양식을
만들어가는 것이 문화이고 인간의 삶이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문화와 철학이 부재하기 때문에 메이커스 운동도 잘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왜 만드는지에 대한 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화가 삶의 양식을 포함한 것이라는 전제가 되고 왜
이러한 양식을 만들어가는지가 기본이 될 때, 생활문화도 적용될 거라 생각하고 메이커스 문화도 사유될 것입니다.
사회적 예술도 공모형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해주셨는데
올해부터 신설되어 공고될 예정입니다.
오진이 서울문화재단 시민문화본부장
새로운 창작·제작 환경과 급속한 사회 변화를 앞두고,
4차산업 혁명을 넘어서는 미래사회 이슈에서 예술과 문화에 대한 접점은
인간다움에 대한 기본적인 성찰일 것입니다.
김연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
‘우리가 만들어낸 정책이 결국은 인간다움이 부재한 문화정책이었다, 앞으로 인간다움을 지향해보자’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재단의 모든 정책이 사실은 인간 없는 문화로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우리도 결국은 인간다움과는 관계없는 기형적인 관변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 게 아닌가 하는 성찰을 하게 합니다.
김종휘 생활문화와 지역을 떼어놓고는 설명이 안 된다고 봅니다. 종전의 취미 장르별 생활문화를 기반으로 하되 이것에 고정되지 않고 생활문화의 사회적 경제적 차원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메이커 스페이스 같은 것을 잘 검토해야 합니다. 기초권-근린생활권 단위의 생활문화 시스템을 잘 엮어
놓는 것에 훨씬 많은 동력을 들이고, 매개자를 준비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동아리가 몇 개 늘어났고 참여자가 몇 명인지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세세한 포인트를 짚어내는 매개자들 없이 광역권으로 수요를 잡고 일방향으로 공급해서는
생활문화가 지속되기 힘들 겁니다.
김준기 생활문화 신에서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액티비스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티스트들은 매개 역할에 약합니다.
아티스트로부터 출발하더라도 활동가 기반의 정체성이나
훈련이 잘된 분들, 매개자 역할을 잘할 수 있는 분을 다수 발굴하는 것이 생활문화 활성화 지원사업의 핵심입니다.
임인자 저는 액티비스트와 아티스트를 분류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매개자와 예술가를 분리하는 것에도 반대하는데요.
예술가들은 자기확장성이 분명 있습니다. 예술가들에게 어떤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공유공간 문제도 중요
하지만 우리 삶의 양식에 대한 질문도 동시에 중요합니다.
우리는 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지, 우리 동네는 왜 이러한
지에 대해 질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매개자, 예술가, 콘텐츠,
공유공간의 문제까지 통합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장으로서
생활문화와 지역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공공이 자꾸만 무너지는 사회에서 도서관은 자유로운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자치공간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술에서도 함께 먹고 마시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어디라도 있다면 지역에 계신 분들은 값지게 쓸 겁니다. 그것은 어느 동네 미용실일 수도 목욕탕일 수도 있습니다. 관에서는 무언가
만들기보다는 그런 공간을 잘 발굴하고요. 예술가들에게는
그런 틈을 잘 볼 수 있는 눈이 있습니다.
라도삼 두 분이 말씀하시는 것은 결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문화기획자들이 지역사회를 혁신하는 부분에선
성공사례를 많이 보여주었어요. 생활문화로 들어가면 문화
기획자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생활문화는 주민들의 생활을 바꾸는 것이라 자발적인 내부 동력 없이는 형성될 수
없습니다. 내부에서 지도자와 혁신가가 나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임인자 이번에 광주비엔날레를 할 때 <도롱뇽의 비탄>이라는 작품으로 도시 속 논에서 같이 연극을 했는데, 조직적이고 활성화한 커뮤니티와 연극이 만나니 폭발력이 강했습니다. 예술이 원래 갖고 있는 속성이 생활과 만났을 때 파급력이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올해 문화정책위원회는 예술교육, 생활문화, 청년예술가 지원
세 가지 문제를 현장 속에서 어떻게 풀어가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미디어로서의 역할,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 아티스트로서의 역할, 액티비스트로서의 역할이 완전히 구분되기는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 역할이 공유되는 부분도 있고요. 관념적으로 공유되었다고 개념을 통합해버리면 각각 갖고 있는 특성 또한 사라집니다. 완전히 상반된다기보다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1년 동안 정책 거버넌스를 해왔는데 마지막으로 이것에 대한 평가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라도삼 소위원회에서 방향은 다 논의된 것 같은데 어떻게 갈
것인지의 문제가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생활문화는 생활
문화기본계획이 만들어졌지만 논의하는 플랫폼은 없습니다. 생활문화와 지역화는 현장으로 오면 같은 단위입니다.
행정 단위에서 지역화가 안 되면 생활문화는 될 수 없습니다. 공모사업을 한다거나 돈을 주는 방식으로 가면 자치구 단위에서 하는 동아리 지원사업들을 서울문화재단이 하게
되는 사태가 옵니다. 재단의 역할이 예술가 지원인지 생활문화 지원인지 혼동되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올해 문화정책위원회는 예술교육, 생활문화, 청년예술가 지원 세 가지 문제를 현장 속에서 어떻게 풀어가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떨어진 문제가
생활문화입니다. 지역화 문제를 풀지 못하면 생활문화도 풀
수 없습니다. 동아리 지원사업으로 가게 되면 삶의 방식을
바꾸는 생활문화가 아닌 여가시간에 예술활동을 하는 것으로 갈 확률이 있어서 어떻게 할지 고민이 깊습니다. 생활문화는 플랫폼을 무엇으로 까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진이 인간다움을 일상에서 경험하려면 지역 안에서 생활문화가 일상화되어야 가능합니다.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겠지요.
2016년은 풍성한 해였습니다. 4군데를 순환하면서 다양하게 얘기한 것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사회적 예술, 공공예술, 생활문화, 블랙리스트 등 최소한 시대의 화두는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기록을 남겨주고, 차기 정부에서 지자체 문화정책을 이야기할 때 문화정책위원회의 보고서를 레퍼런스로 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1 광장극장 블랙텐트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theaterblack/
2 제14회 서울변방연극제 공식 초청작: 사카구치 교헤 <움직이는 집(A Mobile House)>, goo.gl/JkbI63
- 정리 전민정
- 객원 편집위원
- 사진 김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