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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OF SEOUL

6월호

스포츠로서의 춤, 예술에 점수 매기기

자유로움, 배틀, 즉흥성 등의 특성을 가진 브레이킹 ⓒIlja Tulit on Unsplash

2021년은 한국이라는 특수한 지형 안에서 춤에 특별한 해였다. 한창 무덥던 여름, Mnet에서 방영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라는 프로그램이 뜨거운 여름 날씨처럼 여러 매체를 달궜기 때문이다. 〈스우파〉가 지닌 몇 가지 특별한 요소는 대중의 관심을 단숨에 ‘춤’으로 돌리기에 충분했다. 2022년 초 방영을 시작한 JTBC의 〈쇼다운〉 역시 춤의 커다란 맥락에서 또 다른 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장르적으로 〈스우파〉가 스트리트댄스를 주제로 크루 간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쇼다운〉은 브레이킹Breaking(비보잉B-Boying으로도 부른다)이라는 장르에 집중해 브레이킹 댄서, 브레이커Breaker와 그 크루가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배틀’ 이라는 경쟁의 양상이 이미 내재된 브레이킹은 대결을 펼치는 형태의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루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였을 것이다.
한국에서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조금 독특한 형태로 춤이 대중적으로 다시금 새롭게 인식되기 전, 2020년 해외에서 놀랄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브레이킹을 2024년 파리 올림픽의 새 정식 종목으로 최종 채택한 것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국제 메이저 비보잉 대회를 비롯한 수많은 비보잉 대회가 존재하고 있기에 승패를 정하고 경합하는 비보잉이 ‘메달을 따는’ 것은 어색하지 않으나 춤이 스포츠의 영역 안에 들어가 스포츠가 요구하는 ‘몸’ 안에 자리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예술’로 인식해 왔던 어떤 특정한 형태의 움직임을 규율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IOC의 브레이킹 종목 포함 결정은 아마도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대중적 선택이겠지만 그로 인해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춤과 몸에 대한 질문은 예술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자못 흥미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스포츠란 신체 기술을 사용하는 경쟁적 신체 활동 혹은 경기의 형태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말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신체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춤은 동일한 지점에서 출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와 춤의 다른 지점은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경쟁적 활동’이라는 특성에 있다. 춤이 일련의 예술적 성취를 일궈내기 위해 노력하는 몸의 활동이라면, 스포츠는 신체의 활용을 극대화해 특정한(혹은 이미 알려진 것을 넘어서는) 기록을 창출해 내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참여자가 끊임없이 경쟁하고 스스로 향상하는 과정을 거친다. 스포츠는 확실히 판별 가능한 수치(시간, 횟수, 승점 등)를 통해 우위를 가리고 끊임없이 위로 올라가는 몸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예술이 스포츠의 영역에 들어갔을 때 필연적으로 어떤 난감함이 발생한다. 수치화가 불가능한 예술을 점수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삼고 누가 이것을 측정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육상 선수가 결승선을 몇 초에 넘었는지 확인하는 초시계를 구입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이다.
이렇게 발생하는 난감한 문제, 예술과 탁월함 사이에서 불거지는 고민을 안고 있는 스포츠가 의외로 올림픽 종목 안에 이미 포함돼 있다. 피겨스케이팅과 체조가 바로 그것이다. 두 스포츠는 그 안에서 기술성과 예술성을 엄격히 분리하고 ‘탁월함’을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변화해 온 역사가 있다. 그만큼 어떤 활동의 예술성을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임과 동시에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려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브레이킹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자유로움, 배틀, 즉흥성 등의 특성을 가진 춤이 전 세계인에게 공개되는 ‘공정성’의 규율 아래 놓이게 됐다. 올림픽 안에서 춤은 어떤 것이 될까? 스포츠로서 브레이킹이라는 종목은 앞으로 경험에 의해 규칙과 규율을 다듬어나갈 것이다. “어떤 몸이 더 예술적인가?” 이 질문은 춤이라는 개념이 하나의 장르로서 정립된 근대 이래 아주 오랫동안 춤의 곁을 맴돈 질문이다. 여기에는 어떤 몸이 탈락하고 어떤 몸이 승리하는지를 결정하는 경연의 묘가 숨어 있다. 궁극적으로는 몸과 예술을 선별해 내며 어떤 특정한 형상에 가치를 부여하는 권력이, 예술의 이름으로 예술을 규제해 온 역사가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춤을 보고 어떤 몸을 본 뒤에 인식이 정해지는 것은 역사에 의해서다. 그 아래에서 틀에 틈입해 새로운 구멍을 내는 일은 ‘몸의 규율’을 되짚어나가는 데에서 시작할 것이다. 브레이킹이라는 춤이 어떤 ‘스포츠’가 되어가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바로 거기에서 말이다.

조형빈_웹진 [춤in] 편집위원 | 사진 unsplash.com

※본 원고는 지면 관계상 편집되었습니다. 원문은 웹진 [춤:i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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