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장의 영수증에는 한 인간의 소우주가 담겨 있다’라는 어떤 책의 문장처럼 이 영수증들의 글씨와 숫자들은 모두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나는 이 작은 영수증 위에 그날의 기억을 겹쳐 그림으로 남기고 있다. 나의 영수증들은 내 일상의 작은 기록이자 기억이다. _2화 은영의 영수증 부분
2 실패한 이야기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엮어 장소와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 지도가 탄생했다. 선원에게는 예쁜 신부도 금은보화도 없었다. 하지만 낡은 지도를 펼쳤을 때, 이미 빛나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_4화 샛별의 쓰레기 부분
3 미워 보일까 긴장한 사진은 시간이 오래 지나서 보아도 감동이 없다. 거기엔 내가 없고 그 순간의 불편한 마음만 남아 있다. 바로 이것, 나는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눈빛을 보고 나에게 사랑에 빠지고 있었다. _5화 휘리의 쓰레기 부분
다양한 문학적 실험을 ‘!(하다)’
'2018년 1월 창간한 문학웹진 [비유]는 매달 색다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운영하는 ‘!(하다)’ 코너는 기획자의 자리를 독자에게 열어 이들의 다양한 문학적 실험을 연재한다. 문학과 삶을 한자리에 두고 고민하는 누구나 함께 펼쳐볼 수 있는 이 코너는 쓰는 자와 읽는 자의 자리 구분을 지우고자 한 [비유]의 방향과 색깔을 잘 보여준다.
현재까지 16개 팀이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비유]는 다음 프로젝트 공모를 하반기에 앞두고있다. 시, 소설, 희곡 등 멋지게 익은 열매뿐 아니라, 더 많은 가능성을 품은 씨앗들이 궁금하다면 [비유]를 꺼내들자. 예비독자 혹은 예비기획자를 위해 ‘!(하다)’ 코너 속 씨앗 하나를 여기 살짝 올려둔다.
한 단어 세 가지 이야기 <단어 더미 탐미>
우리는 수많은 단어 더미 속에서 살아간다. 무수한 단어 더미 속에서 자기만의 빛나는 단어를 찾아내기란 어렵지만 귀한 일이다. 단어의 반짝임을 알아채는 순간, 내 안에 깃든 이야기들도 보석처럼 빛을 내기 시작할 테니까.
<단어 더미 탐미>는 하나의 단어를 탐미하고 시각이미지로 표현하는 프로젝트다. 그림 그리는 은영, 샛별, 휘리 세 사람이 프로젝트를 이끌어간다. 이들은 첫 낱말로 ‘이름’을 골랐고 이후 ‘영수증’ ‘오독’ ‘쓰레기’ ‘사진’ ‘음악’이라는 낱말들을 길어 올렸다. 그리고 단어를 둘러싼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냈다. 작업물 몇 개만 보아도 이들이 단어의 반짝임을 얼마나 소중히 들여다보았는지가 느껴진다.
은영은 영수증 위에 드로잉을 더하기도 하고, 샛별은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이야기를 꺼내보기도 하고, 휘리는 인화된 사진을 활용해 지난날을 현재로 끌어오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영수증이라는 작은 종이는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증거이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기록”이 되고, 내다버릴 뻔했던 쓰레기는 “오랫동안 봉쇄된 이야기”와 “빛나는 이야기가 쏟아”지는 보물지도가 된다. 그뿐일까. 서랍 깊숙이 간직해온 사진을 꺼내들어 “그 시절 나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기도 하며 사진 바깥으로 긴 “산책을 한다.” 단어가 불러온 질문에 답하는 <단어 더미 탐미>는 그들이 지나온 자리를 다정한 손길로 더듬을뿐더러, 단어가 가진 여러 가지 뉘앙스와 아우라를 우리 눈앞에 매력적으로 그려낸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어떤 단어가 가장 빛날까. 주머니 속 문학잡지 [비유]에 접속해보시라.(view.sfac.or.kr) 봄날의 빛처럼 눈과 마음을 환하게 할 단어 더미가 당신을 기다린다.
- 글 남지은_시인, [비유]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