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SOUL OF SEOUL

11월호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클래식 음악계의 어벤저스
지난 10월 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환상적인 사운드로 첫 내한공연을 연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오케스트라다. 일정 기간 모였다가 흩어지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존재하지만 이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다르다. 처음 시작은 대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938년, 스위스 루체른의 바그너 집 앞에서 유대인 음악가들을 모아 나치의 유대인 탄압에 반대하면서 연 연주회였다. 이후 1943년부터 1993년까지 스위스 출신의 연주자들로 운영되다가 1999년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낸 아이디어로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장일범의 음악 정원으로 관련 이미지

최고의 연주자들이 한데 모이다

2000년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로 몸담았던 시기에 위암으로 쓰러졌던 아바도는 1999년 와병 직전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루체른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인 미하엘 헤플리거를 만났다. 그는 어떤 규칙도 제약도 없는 오케스트라, 아바도 자신이 손수 선발한 음악가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헤플리거에게 내비쳤다. 유럽을 대표하는 하겐 현악 4중주단, 알반 베르크 4중주단, 첼리스트 나탈리아 구트만 같은 저명한 독주자, 세계적인 트럼페터 라인홀드 프리드리히, 세계 클라리넷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자비네 마이어와 그녀가 이끄는 목관 앙상블, 플루티스트 엠마누엘 파위, 오보이스트 알브레히트 마이어, 호르니스트 슈테판 도어 같은 베를린 필의 수석들, 더블베이시스트 알로이스 포쉬를 포함한 빈 필의 수석 주자들, 아바도 시대 베를린 필의 악장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콜랴 블라허와 비올라 수석이던 볼프람 크리스트 등 최고의 연주자들이 아바도의 연락을 받고 모여들었다. 때문에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훌륭한 와인을 만들 때 포도알을 한 알 한 알 고르듯 손으로 고른 오케스트라(hand-picked orchestra)라고 불린다.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중심 앙상블은 아바도가 동구권의 젊은 연주자들을 중심으로 만든 말러 챔버 오케스트라이며 여기에 서유럽 출신 젊은 연주자들인 유러피언 챔버 오케스트라 멤버들도 합세한다. 매년 8월 초부터 3주 동안 함께 지내며 10번의 리허설을 갖고, 8월에 루체른 페스티벌의 오프닝 콘서트 무대에 선다. 아바도는 대편성 오케스트라이지만 마치 실내악을 연주하듯 서로가 서로의 소리를 섬세하게 들으면서 연주하는 것을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이상향으로 삼았다.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여름휴가를 기꺼이 반납하고 모여들어 2003년부터 잊지 못할 음악을 만들어냈다. 2006년에는 도쿄 산토리홀에서 최초의 해외 공연을 갖기도 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말러 교향곡 전곡 완주를 목표로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한곡씩 연주해왔다. 하지만 결국 대곡인 말러 교향곡 8번 <천인 교향곡>만큼은 부담을 느껴서인지 연주하지 못했고, 2012년에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으로 연주곡목을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말러의 8번 교향곡만 남겨놓은 채 2014년 1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2014년 루체른 페스티벌에서는 30대의 라트비아 출신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했으며 2015년 8월의 루체른 페스티벌은 이탈리아 밀라노 출신의 리카르도 샤이를 음악감독으로 선정, 2016년부터 5년간 계약했다.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미래

올해의 서울을 포함한 동북아 투어는 지휘자 샤이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루체른 이외의 지역에서 최초로 연주하는 공연이었다. 특히 쓰나미 피해를 입은 일본 지역을 위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공연장을 구상했다. 2013년 일본의 건축가 아라타 이소자키와 영국의 조각가 아니시 카푸어가 함께 만든 ‘아크 노바’(Ark Nova)는 텐트도 아니고 공연장도 아니지만 공연장의 어쿠스틱이 담긴 공간이다. 금년에는 아크 노바를 ‘롯폰기 아트 나이트’라는 주제로 도쿄 도심에 설치해 10월 1~4일 1시간 정도의 짧은 공연을 하루에 여러 차례 열었다. 이후 일본 투어를 거쳐 10월 1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 후 10월 14일과 15일에는 베이징에서 공연을 치르면서 동북아 3국 콘서트를 완주했다. 이어 10월 21일에는 클래식계 초미의 관심사인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24일에는 필하모니 에센, 26일에는 스위스 베른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가지면서 금년 가을 투어를 마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첫선을 보인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앞으로 ‘아바도 세대’의 후예인 64세의 리카르도 샤이와 얼마나 놀랍고 흥미진진한 교향악의 예술세계를 보여줄지, 또 어떤 단원들이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 참가하면서 이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전통을 이어나갈지 궁금하다.

글 장일범_ 음악평론가, 경희대 포스트모던 음악학과 겸임교수. KBS 클래식 FM <장일범의 가정음악>과 MBC <TV예술무대>를 진행하고 있다.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