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예술팀 곽해리나,
새로운 물결에 몸을 싣고
서울문화재단이 품기에는 너무나 큰 자아를 가진(!) 곽해리나입니다. 저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입사한, 소위 ‘코로나 키즈’로 불리는 세대입니다. 한창 마스크를 착용하고 지내느라 얼마 동안은 동기들끼리 서로 얼굴도 몰랐다지요. 대학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졸업하고 뭔가 좀 더 창의적인 일, 창작하는 일을 할 거라는 막연한 마음이 있었으나, 창작 작업을 지속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더군요. 대안공간에서 문화예술 기획 업무를 시작했고, 자연스레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고향이 인천이다보니 가장 먼저 인천문화재단에 발이 닿게 됐어요. 처음 근무했던 대안공간이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았고, 물리적으로 거주지와도 가까워 관심이 많았거든요. 당시 예술지원팀에서 지원사업을 담당하다 보니 예술가들과 직접 교류할 기회가 적었는데, 서울문화재단에 입사한 뒤로는 예술가들과 직접, 그리고 자주 마주하게 돼 굉장히 새로웠어요.
무용의 ‘ㅁ’도 몰랐던 제가 처음 서울무용센터에서 맡은 사업은 레지던시(입주예술가 창작지원)였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역량 강화 프로그램, 서울스테이지11, 공간 대관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했지만, 만 3년간 꾸준히 운영한 레지던시 업무에 가장 애착이 있었어요. 이전에 서울무용센터는 국제 교류를 위한 레지던시 기능이 가장 주요했는데, 팬데믹 이후 국내 예술가 지원에 방점을 두고 사업을 재정비했습니다. 저는 예술가가 입주해 퇴실하기까지에 이르는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했는데요. 수많은 이들을 맞이하고 떠나 보내기를 반복하면서, 예술가를 위한 레지던시 사업은 무엇보다 소통과 교류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루에 1/3 넘는 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머물다보니 가끔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이가 되더군요.(웃음) 특별한 에피소드보다는 매일매일 소소하게 즐거운 일이 참 많았습니다. 입주예술가분들이 종종 공용 주방에서 요리를 해주셨는데, 어쩜 다들 그렇게 솜씨가 좋으시던지요. 그리고 저는 서울무용센터에 자주 들르는 고양이 친구들의 밥을 맡아 챙겼는데요. 센터에 워낙 애묘가도 많고, 이 친구들이 공유회가 열리는 날마다 깜짝 출연하는 바람에 동물 친구들과도 함께한 순간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소소하지만 많은 일상을 공유하면서 다소 딱딱한 느낌의 담당자와 예술가 사이가 아니라, 협력 관계 혹은 한 팀이라는 결속이 생긴 것 같아요. 서울무용센터에서 리서치한 작업이 본 공연으로 올라간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그렇게 기쁘더라고요.
가장 정의하기 어려우면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장르지요. 서울무용센터에서 3년을 보내며 ‘반半 무용인’이라고 자부했는데, 융합예술팀에 오니 다시 신입으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처음 무용 장르를 만나 그 환경에 익숙해지고자 부단히 노력한 것처럼, 비록 시각예술 전공자이지만 다시금 새로운 장르를 접한 듯 융합예술에 어울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제가 바라본 융합예술은 굉장히 ‘핫’ 하고 미래 지향적이며 화려한, 거대 자본이 투여된 것 같은 영역이었어요. 익숙한 예술보다 생소한 기술에 더 눈길이 가곤 했죠. 예술사를 이루는 여러 전환점처럼, 융합예술 또한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물결이라고 느낍니다. 단순히 예술과 기술의 병치가 아니라 예술과 기술이 융합해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상상력이 등장하리라는, 적어도 제게는 그런 기대가 가득한 분야입니다. 저는 올해 융합예술 창·제작 지원사업 A트랙(신진)을 맡았는데요. 신설된 지원 트랙이라 더욱 실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중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는데요.(웃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게 영감을 주는 건 ‘대화’인 것 같아요. 누군가는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또 누군가는 직접적인 체험으로 경험을 얻는다면, 저는 만족스러운 대화를 하고 나면 에너지가 넘치고 새로운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이나 가치관을 발견하게 되고요. 또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와의 대화에서 새로운 방식의 해결점을 찾기도 합니다. 그렇게 제 삶이 한층 다채로워지는 것 같은 충만함을 느껴요.
아직 입사 4년 차인 제가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호에 인터뷰하게 돼 영광이면서도, 사실 무척 부담스러웠는데요. 한편으로는 단 한 번뿐인 재단의 20주년을 축하할 수 있어 뜻깊습니다. 특히 스무 살은 성인이 된다는 의미도 있지요. 아이가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처럼, 서울문화재단도 20년 동안 많은 도전과 경험,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화예술계 안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했다고 생각합니다. 더 큰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스무 살의 마음처럼, 떨리면서도 설레는 재단의 다음 행보를 기대합니다. 서울문화재단, 스무 살이 된 것을 축하해!
글 [문화+서울] 편집팀김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