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실감서재’ 도서관이 살아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미래 도서관의 모습을 상상하며 상설 체험관 실감 서재를 만들었다. 이름대로 도서관의 다양한 콘텐츠를 실감 나는 기술로 선보인다. 조선 시대 허준이 쓴 의학서 《동의보감》에 그려진 사람의 배꼽이 씰룩대는가 하면, 테이블을 터치할 뿐인데 추천 도서 목록이 나열된다.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하는 단순한 순간조차 뇌리에 각인될 만큼 실감 난다.
이용자가 실감서재 ‘검색의 미래’의 대리석을 터치하며 자료를 찾고 있다.
도서관은 온갖 종류의 도서와 기록물의 실물을 모아 보관하는 곳이다. 열람실 서가에 꽂혀 일반인도 접하기 쉬운 도서를 비롯해 보물로 지정된 귀중한 고문헌까지 규모가 방대하다. 실감서재를 담당하는 국립중앙 도서관 유지현 주무관은 지금껏 모은 자료를 어떻게 하면 많은 이용객이 쉽고 재미있게 누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한다. 어린이도 《동의보감》을 쉽게 읽는 미래 도서관의 모습을 실감서재에서 가늠할 수 있다.
미래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국립중앙도서관 실감서재는 크게 다섯 가지 콘텐츠로 구성됐다. ‘수장고 영상’ ‘검색의 미래’ ‘인터랙티브 지도’ ‘디지털북’ ‘VR 도서관’이다. 대체로 캄캄한 분위기의 내부 체험관에서 300인치의 화면에 움직이는 영상이 눈에 띈다. ‘수장고 영상’은 수장고의 미래를 상상한 모습을 대형 화면에 3D 영상으로 재생한다. 영상에는 로봇이 돌아다니며 서가에 빈틈없이 꽂힌 책을 점검하고, 민감한 종이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검색의 미래’는 평범한 대리석 테이블과 프로젝터의 합작품이다. 천장에 매달린 프로젝터가 대리석 상판에 영사하는 ‘START’를 터치하면 두 가지 선택지가 나타난다. 하나는 ‘클래식 모드’로 일반 PC에서 볼 수 있는 국립중앙도서관 누리집이다. 대리석을 가볍게 건드리면서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 다른 하나 ‘인공지능 추천 검색’의 기본 구성은 마인드 맵과 유사하다. 이용자에게 추천하는 여러 키워드 중 예컨대 한국문학을 고르면 이어지는 선 끝에 유수한 작가의 이름이 제시된다. 작가와 책을 하나 고르면 표지가 전면에 나타나고, 옆에 이용자가 관심 가질 만한 연관 책도 추천한다. 맘에 들면 ‘내 서가’에 저장하거나 ‘대형 월로 보내기’를 터치해 ‘수장고 영상’을 재생한 대형 화면에 보낼 수 있다. 동시에 일곱 명이 대형 화면 앞에 모여 각자가 고른 책을 두고 대화 나누는 일이 가능하다. 대형 화면과 2~3cm 정도 떨어진 허공에서 손을 움직이면 그에 따라 화면의 책이 이동하는 ‘에어 터치’ 기술도 체험할 수 있다.
입구에 “도서관에서 만나는 또 다른 상상! 실감나는 콘텐츠 체험하는 도서관!”이 쓰여 있다.
도서관 콘텐츠와 실감 기술이 만나다
TV와 비슷하게 생긴 ‘인터랙티브 지도’에는 <수선전도>와 <진헌마정색도> 두 가지 지도가 담겼다. 고지도는 지명 등의 정보가 한자로 쓰여 있는 경우가 많고 그마저 현재 지명과 달라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완성된 지도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정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인터 랙티브 지도’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이용자와 상호 작용해 옛 언어를 현대의 정보로 변환했다. <진헌마정색도>에 적힌 한자 ‘環場환장’ 위에 시스템이 제공하는 돋보기를 올리면 “말을 몰아넣어 수효 점검, 말의 등급 구별, 낙인찍기, 병 치료를 하는 곳이었다”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손가락을 움직여 확대·축소할 수 있으며 만질 때마다 말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모양은 덤이다.
‘디지털북’은 ‘검색의 미래’와 비슷한 구성이다. 천장에 매달린 프로젝터가 아래 놓인 대형 종이책에 《동의보감》과 《무예도보통지》를 영사한다. 대형 책은 실제 종이 재질의 물성을 지녀 이용자가 만질 수 있다. 영사된 지면에 “동의보감, 무예도보통지 중 열람하실 책을 선택해 주세요”라는 글이 보인다. 조선 후기의 무예 훈련 교범 《무예도보통지》를 고르니 책을 설명하는 글이 새로 적힌다. 다음 내용을 보기 위해서는 보통 책처럼 손끝으로 책장을 넘겨야 이어진다. 실감 기술을 구현한 책에는 두 무사가 칼을 빼어 서로에게 달려드는 움직임이 담기며, 한자로 쓰여 읽기 어려운 원문은 한 번 터치하면 이해 가능한 한글로 번역된다. 먼저 방문한 이용자는 ‘디지털북’을 보며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책을 실제로 봤다는 평을 남겼다. 책이 움찔거리며 이용자에게 읽어보라고 부추기는 듯하다.
마지막 ‘VR 도서관’이다. 가상현실 기기를 사용해 가장 먼저 독서하고 싶은 가상공간을 고른다. 왕의 서재·국립중앙도서관·바닷속 세 가지 가상공간에서 짧은 분량의 책을 읽거나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다. 아직 편히 읽을 만큼 기술을 구현하지 못했지만 e북 이후 등장할 ‘VR북’을 맛보기로 볼 수 있다.
유지현 주무관은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과 자료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가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많이 있습니다. 고문헌이 젊은 세대에게 재미없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발전한 기술을 사용해 영상도 만들고 재미있게 연출해 많은 이용자에게 다가가고자 실감서재를 조성하게 됐습니다. 많은 분이 방문해 실감 나는 도서관 콘텐츠를 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실감서재는 쾌적한 환경 조성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운영 회차와 관람 인원을 제한해 운영한다. 사전 예약 후 방문해 안내 요원을 따라 미래 도서관의 윤곽을 체험해 보자.
국립중앙도서관 실감서재
주소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201
예약 nl.go.kr
이용 오전 10시~오후 5시(회차당 40분 체험)
문의 02-3456-6169
휴관 매월 둘째·넷째 월요일, 일요일을 제외한 관공서의 공휴일
글 장영수 객원 기자 | 사진 제공 국립중앙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