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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9월호

MZ세대 미술 시장 참여 남다른 젊음이 미술계에 불어넣은 활기

MZ세대의 미술 시장 참여가 늘었다. 특히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정보를 쉽게 얻고, 빠르게 참여하고, 다른 이에게 정보를 공유하며 확산시키는 추세가 가파르다.
작품을 구매하는 활동은 물론 전시 개최 단계에 직접 참여한다.

MZ세대의 등장으로 변화하는 미술시장

그림은 작가에게서 탄생하지만 누군가가 감상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과거 미술은 부유층의 전유물로, 일부 소수가 즐기는 고급 취미 정도로 여겨졌다. 미술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이해하기도 어렵고, 수천만~수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든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이런 인식 때문에 미술에 관심이 있더라도 미술관 혹은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미술시장에 등장한 MZ세대는 이 같은 편견을 깨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여러 SNS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전시회 방문 및 작품 구매 인증샷이 이를 증명한다.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는 미술관에 직접 가지 않고도 온라인 미술관을 통해 언제든 원하는 작품을 보고 즐긴다. 이들은 스스로의 만족과 가치관을 위해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고전적 컬렉터 이미지 벗어던진 MZ세대

MZ세대가 미술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 등 미술에 관심이 많은 K-팝 스타의 영향이 없지 않다. 그들이 SNS에 다양한 미술 작품을 노출하면서 젊은 세대에게 멀게만 느껴지던 미술에 대한 거리가 좁혀졌다. ‘RM 투어’가 가장 대표적 예다. RM이 다녀간 미술관은 국내외 팬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우상 같은 아티스트의 취미를 공유하며 그들을 따라 하고 싶은 욕구와 미술품을 SNS에 자랑하며 ‘힙’한 인물이 되고 싶은 욕구가 동시에 반영된 것이다.
MZ세대는 유명인이 다녀간 미술관을 따라서 가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 “현대미술을 사랑하고, 컬렉팅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카페”라는 소개 글을 적은 네이버 카페 ‘직장인 컬렉터 되다’의 회원 수는 2021년 초 4,000여 명에서 불과 7개월 만에 8,00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아트페어를 비롯해 갤러리를 방문하며 작품 보는 안목을 키웠다.
다양한 작품 판매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작품을 더욱 쉽고 편리하게 구매할 환경이 마련돼 미술 참여를 가속화하는 데 한몫했다. 대표적 방식이 한 작품을 여러 명이 공동 구매해 소유권을 나눠 갖는 ‘조각 투자’다. 실물 그림을 소유하진 못하지만 김환기·박서보 등 이미 수억 원이 넘어 구매하기 힘든 대가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테리어로 사용할 미술품을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해 빌리기도, 심지어 인스타그램에서 실물 확인도 안 하고 작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이미 미술시장의 주요 참여자가 된 MZ세대는 컬렉터 하면 연상되던 고전적 방식을 탈피한다는 특징도 있다. 수동적으로 전시를 감상만 하기보다는 직접 전시 기획에 투자·참여한다. K-콘텐츠 전문 펀딩 플랫폼 ‘펀더풀’에서 최근 펀딩을 진행한 <요시고 사진전>이 좋은 예다. 당초 모집 금액은 5억 원으로 1인당 투자할 수 있는 최소 금액은 50만 원이었다. 펀더풀은 지난 6월 9일부터 22일까지 목표액의 119%에 해당하는 5억 9,610만 원을 달성했다. 이 중 2030세대 비중이 8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문화콘텐츠 투자 플랫폼 펀더풀이 진행한 <요시고 사진전> 투자 프로젝트에 약 6억 원이 모였다.
미술시장 규모 커지고 다양한 시도 늘어나다

MZ세대의 미술 참여는 미술시장을 더욱 활성화하고 그 규모도 키우고 있다.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아트 바젤에서 발표한 ‘2021 아트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중국·멕시코 등 10개국 고액 자산가 그룹의 밀레니얼 세대가 작년 예술 작품 구입에 평균 22만 1,800달러(약 2억 5,900만 원)를 소비하며 전체 세대 중 최대 액수를 썼다. 50대 이상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MZ세대로 미술의 주요 소비계층이 변하고 있다. 국내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월 서울옥션 경매 거래 총액은 약 697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거래 총액 436억 원을 6개월 만에 160% 초과했다. 특히 온라인 거래에서는 MZ세대가 주로 구매하는 1,000만 원 이하 미술품이 전체 거래 미술품 중 과반인 59%가량을 차지했다.
젊은 세대의 참여로 미술계에 다양한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 예가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예술품이다. NFT 아트는 실물이 아닌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시각예술로,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로 콘텐츠에 고유한 표지를 부여한 디지털 자산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생소하던 NFT 예술품은 올해 들어 단숨에 주목받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MZ세대의 관심은 뜨겁다. 경매사 크리스티에 따르면 올 상반기 NFT 경매에 등록한 고객 중 73%가 신규 고객으로 평균 연령은 38세였다.
국내 미술관과 갤러리에서도 MZ세대를 사로잡는 관련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술품 공동구매 업체 ‘피카 프로젝트’가 지난 3월 아티스트 마리킴의 10초짜리 영상 <Missing and Found> NFT 작품을 6억 원에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갤러리에서는 너도나도 유명 작가를 앞세워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80년 넘는 전통을 가진 간송미술관도 젊은 후원자를 모집하기 위해 국보 제70호이자 세계기록유산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로 발행해 1개당 1억 원으로 100개 한정 판매했다.
미술계의 오랜 과제는 주요 소비층을 기존의 중장년층 이외에 다양한 세대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MZ세대의 미술 시장 참여는 그간 폐쇄적이던 미술이 더욱 다양해지고,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자본이 선순환해 미술계에 활기가 넘치기를 기대한다.

김은비 《이데일리》 문화부 기자 | 사진 제공 펀더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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