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비틀쥬스>와 <하데스타운> 따끈한 브로드웨이 신작, 세계 최초로 한국 상륙
팀 버튼 영화 원작, 이승과 저승을 오가다 <비틀쥬스> | 7. 6~8. 8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비틀쥬스>는 독특한 세계관으로 사랑받아 온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유령이 된 부부 ‘바바라’와 ‘아담’이 자신들의 신혼집에 당돌한 소녀 ‘리디아’의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98억 살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뮤지컬은 기괴하고 음침한, 그러나 매력적인 팀 버튼 월드를 한층 더 생생하게 옮겨왔다.
팝업북같이 입체감을 살린 세트부터 거대 인형, 손끝에서 터지는 불꽃까지 관객 혼을 쏙 빼놓는 볼거리가 쉴 새 없이 등장한다. 제작사는 기술적 완성도를 갖춘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개막을 연기한 바 있는데, 그만큼 다양한 무대전환과 특수효과가 ‘유령의 집’이라는 판타지를 완성한다. 이야기의 주된 배경이 되는 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다. 배우가 분장을 새로 하고 의상을 갈아입듯 상황과 분위기에 맞게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 아담 부부 스타일이 반영된 따뜻한 앤티크 양식은 리디아 가족이 이사 온 후엔 도시풍의 차가운 느낌으로, 유령 비틀쥬스가 공간을 장악했을 땐 뱀을 연상케 하는 줄무늬가 가득한 장소로 탈바꿈 한다. 집 세트는 총 네 번 다른 옷을 입는데, 다양한 조명으로 시각적 왜곡을 보여주고 초현실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대 아래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얼굴 모양의 인형과 왕뱀 모형 등 ‘비주얼 스펙터클’이란 홍보 문구에 걸맞은 시각적 신선함에 150분의 러닝타임이 금세 지나간다. 매력 넘치는 배우의 발견도 큰 수확이라 할 만하다. 타이틀 롤 정성화·유준상을 도발(?)하는 당돌한 소녀 리디아 역의 홍나현은 단연 돋보였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탄탄한 연기와 가창력도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볼거리와 말장난에 뒤덮인 작품 같지만, 그 안에 현실적 메시지도 적절히 버무렸다. “나중에 하면 되지”라며 미루고 쌓아두기만 한 아담 부부의 다락방 장면, 리디아를 향한 “너는 낯설고 이질적인 것이 아닌 용감하고 특별한 것”이라는 응원 등이 감정과 자극의 ‘강강강’ 속에서 쉼표 역할을 해준다. 모두가 지친 시기, 오감이 즐거운 경험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체험하고 싶은 ‘유령의 집’이다.
그리스 신화 이야기로 솔Soul 넘치는 록·재즈 선율을 울리다 <하데스타운> | 8. 24~2022. 2. 27 | LG아트센터
<하데스타운>은 2019년 토니 어워즈 최우수작품상, 그래미 어워즈 최고 뮤지컬 앨범상에 빛나는 명작으로 첫 티켓 오픈과 동시에 예매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록과 재즈가 뒤섞인 독특한 음악 스타일에 획기적 연출이 더해져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았다. 개막 3개월 뒤 열린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음악·편곡·남자 조연·무대 디자인·조명·음향상까지 총 8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리스 오르페우스 신화를 기본 뼈대 삼아 주요 설정을 현실에 맞게 재해석했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 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 사계절 중 봄과 여름은 지상에서, 가을과 겨울은 지하에서 남편 하데스와 보내는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엮어 지상과 지하 세계를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오르페우스는 가난하지만 음악적 재능은 뛰어난 뮤직 바Bar의 웨이터로 등장한다. 운명 앞에 수동적이던 에우리디케는 노래만으로 가난과 추위를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스스로 지하 세계를 선택하는 캐릭터로 변신했다. 하데스는 ‘저승 의 신’으로 등장하는 신화와 비슷하게 광산을 운영해 엄청난 부를 축적 한 또 다른 의미의 지하 세계의 왕으로 나온다. 하데스와 계약을 맺고 광산에서 일하는 자들은 영원히 지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데, 이점 역시 신화 속 죽음과 일맥상통한다. 신화 속 여신 같은 자태를 벗어던지고 자유와 반항의 전형처럼 변신한 페르세포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알리며 관객을 독특한 세계로 인도할 헤르메스 등 매력덩어리 캐릭터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야기의 ‘숨은 의미’를 찾는 감각적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관객은 단순한 바라고 생각한 무대가 극이 진행될수록 강철로 도금된 석유 드럼통의 밑바닥임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지상과 지하 세계가 교차하는 세트와 무대 전반의 이미지는 토니상 무대 디자인 상을 받은 레이첼 헉이 총괄한다.
글 송주희 《서울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 사진 제공 CJ ENM, 클립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