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글은 《한겨레》의 <서울&>에 소개되는 ‘사람in예술’에 동시에 게재됩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람들은 수많은 경계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2018년 혜화역 불법 촬영 집회 참가자 대부분이 10대였다는 뉴스를 듣고 이 작품을 만들었어요. 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를 모두 겪었는데,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을 쥔 10·20대는 디지털미디어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어요.”
이 작품은 미디어 세계에 존재하는 혐오와 차별·가짜뉴스·양극화 등 수많은 폐해보다 이것을 둘러싼 현상에 주목했다. 즉 불완전한 의식이 거대한 악으로 확장하는 틈을 허락하지 않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관객이 일상의 재난과 공포를 체험하도록 한 것이다.
“반쯤 열린 창문에 새가 부딪혀 죽은 것을 보고, 총체적으로 볼 수 없는 사람의 선택에서도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는 법’을 고민했습니다.” 이런 의도처럼 그는 관객에게 극의 흐름만 따라가지 말고 스스로 선택할 문제를 생각하라며, 여러 선택지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출구를 찾아가길 당부했다.
유수연은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철학·정신과학·연극학·영화학을 전공했으며, 아트클럽농 대표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크라우드펀딩지원사업 선정작 <룩킹포잡>(2017, 노을소극장), 혜화동1번지 기획 초청 공연 ‘세월호2018’ <말테(Malte)>(2018, 혜화동1번지 연극실험실),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 다원예술분야 선정작 <#해시태그 악령>(2019, 문래예술공장) 등이 있다.
“당장은 쓸모없어 보이는 질문일지라도 누군가 쓸모 있게 해줄
답을 찾기 위해 애쓴다면, 그 곡진한 기운이 모여 사람들의 인식, 시대의 얼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이유를 물었는데, 위태로운 세상이 무너지지 않은 이유가 그 ‘질문들’에 있는지 모른다며,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가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 아니겠나 되묻는다.
“2019년 겨울, 소설집 《옛 애인의 선물 바자회》를 출간했는데, 당시 예정된 독자와의 만남에 차질이 생겼어요. 오랜만에 독자와의 소통을 기다렸는데, 기대가 어긋나 아쉬웠어요.”
한 치 앞을 모를 정도로 장기화한 전염병 때문에 지친 작가와 독자들을 위해 캠페인을 준비한 것이다. 특히 작가 60명 중 대미를 장식한 그는 문자가 아닌 음성으로 소설을 전하는 방식이 때로는 흥미롭고 여운도 크다고 고백했다. “독자가 문학에 물들길 바랐는데, 이젠 저 자신이 먼저 문학에 물들어가는 기분이에요.”
더불어 이 캠페인을 듣는 청취자에게 전할 메시지가 무엇인지 묻자 터키의 서정시인 나즘 히크메트(1902~1963)의 시 <진정한 여행> 일부를 인용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미월은 1977년 강릉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언어학과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정원에 길을 묻다>로 등단했다. 출간한 책으로는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와 《아무도 펼쳐보지 않는 책》, 장편소설 《여덟 번째 방》 등이 있다. 수상 경력으로는 신동엽문학상과 젊은 작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이 있다.
- 글 이규승_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