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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속 다이스퀴스(이규형)와 몬티(박은태)
유쾌한 코미디와 화려한 음악으로 꾸민 백작이 되는 길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 편> | 2020. 11. 20~2021. 3. 1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1900년대 초 영국 런던, 가난한 청년 몬티 나바로는 어느 날 자신이 귀족 다이스퀴스가의 상속 후계자라는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된다. 그런데 연인 시벨라는 시큰둥하다. “네가 백작이 되려면 네 앞의 8명이 죽어야 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 뭐 그래. 언젠가 지렁이도 직립 보행하는 날이 올 거야, 두 발로.”
시벨라가 다른 남자와 약혼하자 몬티는 잃어버린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을 되찾으려 움직인다. 다이스퀴스 백작이 되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없애는 과정이 코믹하게 펼쳐진다. 단순히 가볍고 웃기기만 한 코미디가 아니라 탄탄한 서사를 날것이면서도 풍자가 가득한 재치 있는 대사와 다양한 장르의 풍성한 음악으로 장식해 150분을 꽉 채운다. 특히 작품 속 넘버들은 쉽고 직설적인 가사와 달리 아리아처럼 아름답고 다채로운 선율로 멋스러워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귓가에 맴돌게 한다.
작품성도 인정받아 2014년 토니어워즈, 드라마데스크어워즈, 외부비평가상, 드라마리그어워즈 등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로 선정되며 뮤지컬계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지난 2018년 국내 초연 무대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무대엔 요즘 ‘핫’한 배우가 총출동했다. 몬티 역에 김동완·박은태·이상이, 다이스퀴스 역에 오만석·정상훈·이규형·최재림이 캐스팅돼 페어별로 저마다 다른 느낌과 재미를 살려낸다. 특히 다이스퀴스 후계자들을 연기하느라 1인 9역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순발력과 애드리브 무대가 이어지는 내내 웃음을 만들고, 순수했던 몬티가 다른 후계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작전을 짜고 실행하는 과정은 응원하고 싶을 만큼 귀엽고 정감 있게 펼쳐진다. 배우들끼리 주고받는 애드리브나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 뮤지컬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반드시 ‘회전문’을 돌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준다. 눈과 귀가 즐거워 끝나는게 아쉬울 만큼 충분히 웃고 코로나19로 우울한 시간도 잠시 잊을 수 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속 한 장면. 에드몬드 단테스(엄기준)와 그의 연인 메르세데스(옥주현)
웅장한 무대효과 돋보이는 복수의 길 <몬테크리스토> | 2020. 11. 17~2021. 3. 7 | LG아트센터
어느덧 10주년을 맞은 <몬테크리스토>는 이미 잘 알려진 명작인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웅장하게 담아냈다. 1814년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 에드몬드 단테스는 약혼녀 메르세데스와 사랑을 약속했지만, 곧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체포된다. 배후에는 에드몬드의 선장 자리를 노리던 당글라스와 메르세데스를 흠모한 몬데고,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나폴레옹과 밀서를 주고받아 반역을 꾀하려 했다는 사실을 은폐하려는 빌포트 세 사람의 공모가 있었다. 무려 17년간 모든 것을 잃은 채 감옥섬에 살아야 했던 에드몬드는 정신적 지주인 피리아 신부의 도움으로 복수를 꿈꾸고 탈옥한다. 숟가락으로 땅굴을 파면서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과 포대 속에 몸을 숨겨 탈옥한 뒤 깊은 바다에서 빠져나오는 와이어액션 등 그의 움직임이 매우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진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돌아온 그의 복수 여정은 17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도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박진감 넘친다. 지난 공연보다 업그레이드돼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되는 무대 영상으로 에드몬드와 함께 항해하고 이동하는 느낌도 준다.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모두 다섯 차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연기한 엄기준과 네 번째로 무대에 선 신성록은 그야말로 ‘몬테 장인’으로 꼽히며 노련한 연기와 노래로 관객을 맞는다. 카이도 2016년에 이어 4년 만에 몬테크리스토로 돌아와 더욱 깊어진 연기를 선보인다. 이들이 치밀한 복수를 예고하며 부르는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묵직한 무게감을 자랑한다.
에드몬드의 연인 메르세데스에는 옥주현·린아·이지혜가 이름을 올렸다. 그녀들이 부르는 화려하고 애절한 사랑 노래가 귓가에 맴돈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 등 야욕을 드러내는 악역 3인방의 무대도 시선을 빼앗는다. 선명하고 화려한 의상도 무대와 잘 어우러져 극의 효과를 더해 명작을 더욱 깊이 눈에 담을 수 있다.
- 글 허백윤_《서울신문》 기자
사진 제공 쇼노트, EMK뮤지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