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환 <창문틀 no.10 제주공항> 캔버스에 아크릴, 색연필, 91.0×467.2cm, 2019.
뮤지엄(박물관, 미술관)은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자 영화관과 공연장 같은 대중의 문화 향유 공간이다. 공공을 위해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대중에게 제공해야 하며 서비스 수혜자가 보다 많은 대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중의 범주에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신체나 정신이 불편한 사람)도 포함된다. 그렇기에 그들도 문화예술 향유에 동등한 기회를 갖는다. 흔히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은 복지 차원에서 시혜적 도움을 받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들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누려야 할 권리를 똑같이 누려야 하는 사람이다. 단지 신체의 제약과 환경의 문제로 그 권리의 실현이 어렵기 때문에 사회는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당연한 권리를 상기시키다
‘2019년 <굿모닝스튜디오> 기획 전시’는 ‘이 당연한 권리’를 상기시켜준다. 전시는 그간 현 세계에서 고려되지 못한 다른 감각과 다른 시점의 관람을 상상하며,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들에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전시를 관람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모듈형 가구)로 가시화된다. 전시장 각 작품 앞에 놓일 긴 벤치 모양의 도구는 작품의 캡션과 전시 설명을 텍스트·점자·음성으로 보고 들을 수 있게 제작된다. 작품들은 이 설치물을 기준으로 각기 다른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배치된다. 다른 감각과 다른 시점을 상상해보는 일은 전시장 진입로와 부대시설에서도 가능하다. ‘전시공간으로 갈 수 있는 중정 진입로와 엘리베이터 진입로에 슬로프를 설치한 것’, ‘진입의 편의를 위해 화장실 문을 떼고 커튼을 설치한 것’, ‘부착식 점자블록 등을 이용해 동선을 안내한 것’ 등이 그것이다. 2주간 진행되는 전시에는 잠실창작스튜디오의 10기 입주작가 12명(김경선, 김태훈, 김현하, 김환, 문승현, 서은정, 이민희, 전동민, 정은혜, 한승민, 홍석민, 홍세진)의 작품이 전시된다.
부대행사로는 전시 첫날인 10월 16일에 진행되는 ‘오프닝 행사’와 전시 막바지인 10월 27일에 진행되는 ‘작가와의 대화’가 있다. 오프닝 행사에선 노경애 안무가가 기획한 전시 연계 퍼포먼스와 영상 상영, 전시 및 작가 소개가 진행되며, ‘작가와의 대화’에선 전시 도슨트와 작가와의 티타임이 진행된다. 장애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여 자유롭게 대화하고 네트워킹할 수 있는 자리로 <무무>전 참여 작가와 관련 기획자를 비롯해 서울문화재단이 올해 진행한 <상호티칭워크숍>의 참여 작가, <프로젝트> 멘토, <같이 잇는 가치>의 참여자도 함께한다.
2 김경선 <노을2> 캔버스에 유화, 40.9×27.3cm, 2014.
3 서은정 <요람에 누운 아기> 캔버스에 아크릴, 53.0×45.0cm, 2019.
사회적 규범을 벗다
전시 제목 <무무>는 가쇼이의 소설 <아잘드>에 나오는 주인공의 별명에서 따온 것으로, 무무는 외계 생명체로 우리와 다른 신체 구조와 능력을 가진 존재다. 무무에겐 우리가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일상적인 행동이 커다란 고난이자 과제로 다가온다. 비유적인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서 무무 또는 잠재적 무무가 될 수 있다.
잠실창작스튜디오란 공간의 성격과 입주작가의 아이덴티티가 맞닿은 지점에서, 다른 감각과 다른 시점으로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지. 사회적으로 규정된 기준과 규범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번 전시는 이러한 규범적 기준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될 것이다. ‘상상된 세계의 다른 감각’이란 문학적 세계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며 전시와 참여 작가들의 작품 해석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이번 전시는 무무와 잠재적 무무, 우리 모두가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4 정은혜 <지감이의 봄> 캔버스에 펜, 아크릴, 60.5×72.5cm, 2019.
- 글 전주호_서울문화재단 홍보팀
사진 제공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