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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4월호

낭독공연 <제2회 중국희곡낭독공연>과 <리딩파티> 낯섦을 설렘으로 읽어내는 낭독
낯섦과 설렘은 한끗 차이다. 낯선 희곡을 설레는 드라마로 만나는 방법이 있다. 바로 낭독이다. 낭독(朗讀)의 사전적 의미는 '글을 소리 내어 읽음'이다. 희곡을 소리 내어 읽는 것만으로 낯설어 날선 마음이 무뎌지고, 부담스럽지 않게 작품을 응시 할 수 있다. 낭독의 매력이다. 낭독공연은 촘촘한 무대 기술과 세심한 미술을 통해 무대에 오르는 보통의 공연과는 조금 다르다. 오로지 본연의 음성과 절제된 움직임만으로 오롯이 희곡의 텍스트에 집중하게 한다. 여기 두 편의 낭독 프로그램이 있다. 아직 국내 관객에게 생소한 중국 희곡을 낭독공연으로 만나본 <제2회 중국희곡낭독공연>과 직장인을 위한 희곡 낭독 프로그램 <리딩파티>다.

낯설지만 친숙한

<제2회 중국희곡낭독공연> 3. 12~3. 17,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낯선 중국 희곡을 소리 내어 읽는 국내 배우들의 음성과 과하지 않은 몸짓을 응시하다 보면 어느새 익숙하게 작품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만다. 지난 3월, 조금은 생소한 중국 희곡이 국내 관객과 만났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한중연극교류협회가 함께 개최한 <제2회 중국희곡낭독공연>은 국내 관객들에게 중국 연극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올해 낭독공연으로 선보인 작품은 총 세 편이었다. 프로그램 첫날에는 궈스싱의 <청개구리>(번역 오수정·장은경, 연출 구자혜)를 선보였다. 어느 해변의 이발소에서 머리카락을 손질하려는 손님과 이발사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극을 고바이시 잇사의 하이쿠(일본의 초단편 시)로 연결해 인류의 환경오염 문제를 부조리하게 표현했다. 초연 당시 이미 일본 연극계에서도 호평받은 작품이다.
두 번째 작품은 작년 여름 타계한 중국 연극계의 큰 별 사예신의 작품 <내가 만약 진짜라면>(번역 장희재, 연출 전인철)이었다. 농촌의 청년이 연극 티켓을 구하기 위해 사회 권력층을 사칭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서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특권층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돋보인 블랙코미디였다. 발표 당시 중국 사회에 큰 방향을 일으킨 논쟁적 작품이지만, 오늘날 국내 관객에게도 분명 익숙한 쓴 웃음을 짓게 했다. 마지막 작품은 주샤오핑의 원작 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한 <뽕나무벌 이야기>(번역 김우석, 연출 김재엽)였다. 자연에 맞서 빈곤하게 살아가는 산골 마을 사람들, 순박한 그들의 이면에 공존하는 이기심과 야만을 그려낸 작품이다. 청량하고 선량한 산골마을, 그곳에도 기어코 흘러 들어온 이념 문제와 부패한 관료주의를 다뤘다. 분명 국내 관객들에게는 낯선 중국 희곡이지만, 빤할 만큼 친숙한 지점들이 존재하는 작품들이었다.

관련이미지

1 <제2회 중국희곡낭독공연> 중 <청개구리>를 선보였다.

2 일반 관객이 직접 작품을 읽는 <리딩파티>.

연극, 살롱 문화를 만나다

<리딩파티> 2. 15~3. 1, 신촌살롱

혹여나 옷자락 스치는 소리에 옆 사람의 눈초리를 받을까, 조용히 '시체'처럼 바라만 보는 연극이 아니었다. 전문 배우가 아닌 관객이 직접 낭독하는 연극이었다. 퇴근 후 성수동의 한 카페에 모인 네다섯 명의 직장인들이 희곡을 읽어 내려갔다.
<리딩파티>는 희곡 전문 출판사 '자큰북스'가 2월부터 세 차례 관객을 위해 개최한 낭독 프로그램이다. 대학로의 젊은 극작가 오세혁(<우주인> 작), 이오진(<연애사> 작), 윤성호(<누수공사> 작)의 작품을 매주 한 편씩 일반 관객이 소리 내어 읽어보는 시간이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은 다양했다. 연극을 전공하는 학생부터 공연 애호가인 직장인까지, 매회 다양한 관객이 희곡 속 인물이 되어보는 경험을 했다.
<리딩파티>의 가장 큰 특징은 '직접'의 여부다. 일반 관객이 직접 희곡을 읽어보고, 녹음된 음성을 자큰북스의 팟캐스트 '자큰보이스'를 통해 지인에게 직접 들려줄 수 있다. 또 낭독 후엔 작가와 직접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고된 일상을 마무리하는 저녁,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설익은 목소리로 한 줄씩 희곡을 읽어내다 보면 어느새 생활인인 내가 아닌 드라마 속 한 인물이 된다. 일반 관객의 정제되지 않은 연기는 창작자에게도 신선한 경험일 수 있다. 낯설고 어려운 연극이 살롱 문화와 만나 공연예술을 확장해보는 설레는 시도라 할 만하다.

글 김영민_서울문화재단 홍보팀
사진 제공 한중연극교류협회, 자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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