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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6월호

공연 <안은미의 북.한.춤>과 <발레 춘향>남북 그리고 동서양, 몸 안에서 만나다
춤을 추는 몸 안에는 경계도 이분법도 없다. 몸 밖의 것이 몸 안으로 들어와 섞이고 섞여 새것을 낳는다. 몸 자체가 촉매제가 되어 일어나는 화학반응은 객석으로 전해져 혼융의 향연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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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은미컴퍼니 무용수들이 <안은미의 북.한.춤> 안무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2 유니버설발레단의 <발레 춘향> 공연 장면.

누름과 솟음이 만나는 순간<성주야 성주로구나><안은미의 북.한.춤> 6. 1~6. 3,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할머니들과 함께한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 저신장장애인들과 작업한 <대심땐스>, 시각장애인들을 무대에 서게 한 <안심땐쓰>등 겁없이 경계를 넘나들던 천하의 안은미도 겁이 났던 모양이다. 한국 신무용의 개척자 최승희 이후 요즘의 북한춤은 어떻게 발전했는지 늘 궁금했지만 선뜻 검색창에 ‘북한’이라는 단어조차 적어 넣기가 두려웠다고 한다. 안은미마저 엄두를 내지 못했으니 73년간 남북의 춤이 유리된 것은 당연했다.
그러던 안은미가 드디어 경계를 넘어섰다.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전혀 다른 모양새를 띠게 된 북한춤을 남한 무용수들의 몸을 통해 선보이기로 했다. 이른바 ‘안은미의 북한춤’이다.
안무 작업은 조금 독특했다. 북한 현대무용에 대한 자료를 직접 구할 수도 없고 북한을 방문해 현지 예술인들을 만날 수도 없었던 탓에 최승희가 1958년에 낸 무보집 <조선민족무용기본>을 바탕으로 유튜브에 있는 수많은 북한춤 영상을 참고 자료로 썼다. 이후 재일조선인 무용수 성애순 씨의 도움을 받아 기본동작을 구성했다.
안은미는 “우리 춤이 장중하고 무겁다면 북한춤은 척추가 서 있고 하늘을 나는 듯 위를 향한다”며 “처음엔 북한춤에 익숙지 않은 우리 무용수들이 동작을 체화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작업이 안은미에게 남긴 것은 “오랜 분단에도, 지금 남북 무용수가 만나면 같이 출 수 있는 움직임이 분명 있다는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굿거리장단, 자진모리장단, 휘모리장단 등 장단이나 우리와 유사한 안무 구성 방식이 남아 있었다. “남과 북은 분단 이후에도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안은미도 이번 무대에는 무용수로 오른다. 음악으로는 북한가요 <반갑습니다>, <휘파람> 등이 활용되는데, 저작권 등의 문제로 작곡가 장영규의 창작음악이 주로 쓰일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내년 2월 프랑스 파리의 유명 극장 ‘떼아트르 드 라 빌’에서도 공연된다. 안은미가 최근 ‘떼아트르 드 라 빌’ 역사상 최초 동양인 상주예술가로 선정되면서 첫 공연으로 북한춤을 선보이는 것이다.

몽룡과 춘향의 파드되를 허하라<발레 춘향> 6. 9~6. 10,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익숙지 않은 서양 고전 일색의 발레 무대에 선뜻 다가가지 못한 관객이라면 우리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발레로 문턱을 넘어보자. <심청>에 이어 유니버설발레단이 두 번째로 내놓은 창작발레 <발레 춘향>은 춘향과 몽룡의 애틋한 로맨스를 화려한 몸짓으로 풀어낸다.
2007년 초연한 <발레 춘향>은 유병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이 안무를 맡은 작품으로 차이콥스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직접 선곡해 한국 고전에 접목한 것이 특징. 춘향과 몽룡이 추는 사랑의 파드되(2인무)에선 <만프레드 교향곡>(Manfred Symphony, Op. 58, 1885)과 <템페스트>(The Tempest Op.18, 1873)를, 풍운아 변학도의 해학성을 묘사한 대목과 방자·향단의 코믹한 대화 장면에서는 각각 <교향곡 1번>(Symphony No.1, O9.13, 1866)과 <조곡 1번>(Suite No.1, Op.43, 1878~1879)을 연주하며 마치 차이콥스키가 <발레 춘향>을 위해 작곡한 것 같은 완벽한 매치로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작품의 또 다른 백미는 춘향과 몽룡의 ‘긴장과 설렘·슬픔과 애틋함·기쁨과 환희’라는 세 가지 사랑의 감정을 파드되로 풀어낸 대목이다. 1막 ‘초야 파드되’는 부부의 연을 맺은 춘향과 몽룡이 첫날밤에 겪는 설렘과 긴장감을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1막 후반부의 ‘이별 파드되’와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기도 하다. 2막 ‘해후 파드되’는 온갖 역경을 딛고 다시 만난 춘향과 몽룡이 그간의 그리움과 재회의 기쁨을 온몸으로 풀어내며 극의 대미를 장식한다.
2막 장원급제와 어사출두 장면의 남성 군무, 이어지는 여성 무용수들의 ‘기생들의 춤’ 역시 명장면으로 꼽힌다. 남성 군무가 역동적이면서도 절도 있는 몸짓의 향연이라면 여성 군무는 가체와 장신구, 풍성한 주름의 한복 등 볼거리 가득한 무대다.
4년 전 새롭게 선보인 안무와 무대, 의상 등도 한 차례 업그레이드됐다. 이정우 의상 디자이너는 ‘한 겹 더 감추는’ 한복의 미를 살리면서도 다리 동작이 잘 보이는 트임 디자인으로 전통의 멋과 발레 미학을 동시에 살렸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이현준, 홍향기·이동탁이 춘향과 몽룡으로 짝을 이뤄 호흡을 맞춘다. 홍향기는 이번 공연을 통해 춘향 역으로 데뷔한다.

글 서은영 서울경제신문 기자
사진 제공 안은미컴퍼니, 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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