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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6월호

예술과 기업경영의 관계 맺기이 시대의 체인지 메이커, 예술
지난 4월 17~18일, 기업경영과 관계를 맺는 예술, 그리고 그 예술이 만들어내는 변화에 주목하는 국제 심포지엄(Arts of Management Symposium)이 ‘The Arts of Resilience for Leadership and Management’(리더십과 경영을 위한 예술의 회복탄력성)이라는 주제로 런던의 City University Cass Business School에서 개최됐다. 단순히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가 아니라 각각의 사례를 중심으로 아고라의 장을 열고 질의와 토론을 자유롭게 펼치며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기업경영 영역에 적극적으로 예술을 도입하려는 유럽과 미국의 발제가 주를 이뤘으며, 아시아에서는 서울의 사례가 유일하게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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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포지엄에 참여한 한지연 미디어소통실장의 발표 모습.
2 지오바니 쉬우마 교수.

예술은 ‘유별난’ 것일까?

영화와 뮤지컬로 제작된 <빌리 엘리어트>에서 발레는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의 열악한 환경과 대비되는 꿈의 영역이자, 가난한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비상구였다. 예술적 재능과 감수성을 지닌 소년 ‘빌리’는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결국 최고의 발레리노가 된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해 작품 속에서 표현하는 발레를 바라보면 예술은 평범한 삶에서 다가가기에는 ‘유별난’ 것이며, 예술적 삶은 노동자의 삶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영화 속 윌킨슨 선생의 대사에서도, 빌리를 위해 희생을 선택하는 아버지의 대사에서도 그러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빌리는 당신들처럼 모자라고 하찮은 월급쟁이로 자라지 않을 거야!”
“우리는 이제 끝장났을지도 몰라, 빌리는 천재일지도 모르잖니. 그냥 빌리에게 기회를 주자꾸나.”
2018년 현재, 예술은 꿈이 아니며 힘겹게 도달해야 하는 특별한 무엇도 아니다. 예술은 일상 속에서 스스로 참여하는 삶의 방식이며 나아가 복잡하게 변화하는 사회 구조 안에서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형태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지역사회뿐 아니라 기업경영과 관계를 맺는 예술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서울문화재단은 2012년 신설된 문화제휴팀, 제휴협력실을 거쳐 2018년에는 미디어소통실의 기업 커뮤니케이션팀인 메세나팀 주도하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하 CSR) 영역에서 예술과 지속적인 관계 맺기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4월 심포지엄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공식 딜러 회사인 한성자동차와 2014년부터 4년간 협업해온 사례를 발표했다. 한성자동차의 CSR 설계 전략에 결합한 예술 활동은 그동안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에서 주를 이루었던 장학사업을 지역사회에 다시 기여할 수 있는 예술적 실천과 연결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CSR로서 주로 운영되는 장학사업은 지원하는 사람과 수혜받는 사람이 양분되어 그 혜택 범위는 1단계1)에 머문다. 그러나 서울문화재단은 장학사업에 참여하는 예술적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지역사회 예술가 혹은 프로젝트와 새롭게 결합시키면서 지역사회에 예술적 실천을 함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그 예술의 가치가 2단계2)혹은 3단계로 확장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예술이 기업경영과 접목되는 지점이 서울의 경우 CSR이라면, 유럽과 미국에서는 기업경영과 예술의 관계 맺기 사례를 주로 리더십과 관리자 교육, 조직문화, 그리고 혁신 부문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경영학계에서는 ‘Arts-Based Management’라고 통칭하며 직관, 창의, 공감, 개방성 등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경영 분야에 적극적으로 응용하고자 한다. 심포지엄을개최한 Arts for Business Institute의 의장 지오바니 쉬우마(Giovanni Schiuma) 교수는 21세기 비즈니스 모델에서 모든 것이 초고도로 발전되어도 인간 중심의 사고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예술의 본질적 가치가 다른 곳에 전이되었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심포지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구조가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기업이 당면하는 다양한 문제들은 결코 시스템에 기반한 경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오히려 관계, 공감, 소통 등 인간의 특성과 관련된 근본적인 것에서 발생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이러한 문제들을 예술의 본질적 특성과 결합하여 풀어보는 것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예술의 본질적 가치는 인간의 감성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연결되어 문제를 이해하고, 창의와 혁신을 위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예술이 기업경영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되고 그 가치가 전이된다면 매우 의미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시도는 예술과 경영의 연결을 대학원 교과과정에서부터 수용하여 받아들이려는 노력에서 엿볼 수 있었다. City University Cass Business School에서는 수업 중 ‘필기 & 성찰 노트’ 키트를 사용하는데,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수업 중 배우면서 발견한 문제와 느낀 점을 거기에 적어 내려간다. 같은 문제를 놓고도 접근하고 표현하는 방법이 저마다 다른 것은 예술의 독창성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1) 필자는 경영철학자 아지리스(Argyris)의 조직학습 설계에서 벤치마킹하여 이를 ‘Single Loop Design’이라 설명했다.
2) 필자는 이를 ‘Single Loop Design’과 비교하여 ‘Double Loop Design’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아고라의 장에서는 triple, quadruple로 확장될 수 있는 모델을 계속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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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술이 기업의 변화에 미치는 8가지 영역. (서울문화재단 제공)
2 Cass Business School에서 수업 중 사용하는 필기 & 성찰 노트.

한성자동차 CSR ‘드림 그림’ 프로젝트

한성자동차의 자체 장학사업인 ‘드림 그림’ 프로젝트는 예술적 재능이 있으나 여건이 충분치 않은 초·중·고 학생 40여 명을 선발하여 교육과 다양한 예술적 체험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예술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을 포함하면 그 인원은 40명을 훨씬 넘는다. 드림 그림 프로젝트는 한성자동차의 조직문화 프로그램과도 연결되어 있다. 직원들은 ‘엠버서더’라는 명칭으로 예술적 코칭 외 생활, 학업, 고민 등에 대해 아이들의 일대일 멘토로 활약한다.

Arts for Business Institute

지오바니 쉬우마(바칠리카대 경영학과 교수, 런던 예술대 혁신허브 센터장)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비영리기관. 예술의 가치를 조직 및 기업경영에 적용하는 예술 기반 경영(Arts-Based Management)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논한다. 관련 교육 및 연구, 컨설팅, 평가 등을 진행한다.

Arts of Management Symposium

예술 기반 경영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론 및 사례들을 공유하고, 질의와 토론을 통해 상호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아고라 형태의 심포지엄. 경영 트렌드, 경영 혁신, 경영에서 예술의 역할, 조직 및 새로운 경영의 미학적 접근, 기업가 정신, 리더십 및 관리자 교육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제를 문화예술과 연계하여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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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5 심포지엄의 발제자들은 주로 학계 및 현장의 프로그램 기획자와 실무자들로 이루어졌다

예술의 사회적 실천

서울문화재단은 예술가의 창작을 지원하고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상 속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며, 또 다른 한 축으로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확장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서울문화재단의 문화정책위원회와 지역문화본부에서 다루었던 주제 또한 그러했다. 예술이 사회 곳곳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예술 그 자체로 변모하는 양상, 나아가 그 영향력이 다변화하고 있음에 주목한 것이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이야기할 때 그 개념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인식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위 ‘사회적 예술’ 혹은 ‘소셜 아트’(Social Art)라고 일컬어지는 예술 활동의 혼재된 개념을 2017년 지역문화본부의 연구에서는 ‘예술의 사회적 실천’으로 잠정적 개념화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예술의 사회적 실천은 작가 개인의 산출물로 관객에 관람되는 예술이 아니라 집단과 지역, 사회, 개인 속에 작용하여 예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변화의 유발자로서의 예술 혹은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작가와 대상이 참여하는 공동의 협력 과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그 과정 속에서 관람이 아닌, 체험과 실천을 통해 공진화하는 예술 양상을 일컫는다.”
지오바니 쉬우마 교수가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기업경영에 전이시키는 것을 강조하듯, 예술의 사회적 실천은 이 시대의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문제들에 예술을 결합시키고 지속적으로 확장해야 함을 넌지시 강조한다.
이와 같이 잠정적으로 개념화한 예술의 사회적 실천 양상은 50여 개 예술단체의 예술가 및 기획자들이 참여한 라운드테이블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라운드테이블은 크게 지역 활동으로서의 예술, 예술과 경제 활동을 접목하여 추구하는 사회 혁신, 생활예술과 제작문화를 결합한 일상창작으로서의 예술, 교육과 치유로서의 예술, 사회적 행동으로서의 예술 참여로 나눠 진행되었다. 심층 인터뷰로 진행된 과정은 그 다양한 활동 양상을 탐색하고, 참여자들의 가치관 등을 공유하며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위한 발전 방안에 대해 토론해나가는 시작점이었다. 예술의 사회적 실천으로 설명한 다양한 활동들은 예술 활동을 통한 삶의 방식과 태도 변화, 사회 통합적 효과, 창의적 사고 제공, 건강과 행복한 삶에 대한 계기 제공 등의 관점에서 예술의 사회적 영향 연구와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올해는 2017년의 기초 연구에 이어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장시키기 위한 서울문화재단의 역할 방향성 도출을 목적으로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또한 예술의 사회적 실천과 관련한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예술단체들의 모임을 후속 기획하고 있으며, 앞으로 [문화+서울] 지면을 통해 집중 조명하려고 한다.

예술은 ‘유능한’ 체인지 메이커다

예술은 그 자체로 우리 삶에 있을 때에도, 그리고 다른 무언가와 특별한 관계를 맺을 때에도 빛난다. <빌리 엘리어트>의 윌킨슨 선생님과 빌리 아버지의 생각은 편견이었다. 예술은 이 세상의 모든 월급쟁이와 늘 함께할 수 있다. 예술은 지금의 삶을 보상받기 위해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함께하며 위안을 주고 생각과 관점을 바꾸게 하는 예술을 이제 모두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한지연 서울문화재단 미디어소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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