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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4월호

통영으로 돌아온 작곡가 윤이상의 유해 윤이상을 음악으로 읽다
독일 베를린에서 타계한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유해가 지난 2월 25일 고향인 경남 통영으로 돌아왔다. 윤이상 작곡가가 고국을 떠난 지 49년 만에, 타계한 지 23년 만에 귀향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주목받고 있는 윤이상에 대해 짚어본다. 이념적 논쟁은 차치하고, 그의 음악에 집중했다.

관련이미지1.<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공연 포스터.
2.<윤이상, 그뿌리를 만나다!>공연모습
3.윤이상 기념관이 있는 통영시 도천동 생가터에서 옛 통영보통학교로 이어지는 '윤이상 학교 다니던 길'
4.윤이상의 유해는 통영국제음악당 안의 동쪽 바닷가 언덕에 안장된다. 통영국제음악당 묫자리에서 한려수도가 내려다보인다.

“내가 음악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세계는우리 민족의 피와 정신 속에 스며 있는 정신과감정, 멋의 추구입니다.”
_윤이상

우리에게 윤이상이란

“윤이상? 왜 전통 분야에서도 윤이상을 찾아? 아무리 요즘 이슈라고 해도 굳이 전통공연에 서까지 윤이상을 다룰 필요가 있을까?”
지난 2월 23일 오후 8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를 기획하면서, 이 공연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찾아간 전 문가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그렇다. 조금식상한 것도 사실이다. 2017년 한 해 동안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이란 명분으로 여기저기서 윤이상을 소재로 한 공연들이 얼마나 많았던가.윤이상 탄생 100주년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저마다 다른 시각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필자에게 윤이상은 이런 의미인 듯했다. ‘우리 전통의 위대함을 제대로 인식했던 예술가. 깊고 심오한 철학을 간직한 우리 전통예술로 서양 세계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인 대한민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작곡가.’ 그렇다.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는 그저 흔하디흔한 윤이상 탄생 기념 세리머니가 아니었다. 그의 음악에 녹아 있는, 그의 음악의 뿌리가 되는 우리 전통음악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특별한 작업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동안 윤이상의 음악이 위대하고 세계적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정작그의 음악이 어떻게 현대음악의 새로운 길을 열었는지, 그의 음악 가장 밑바닥에 자리한 예술적 영감의 근원을 제대로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그런 관점에서 이 공연은 기획 첫 단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더욱 특별하고 의미 있게 다가왔다.

윤이상 음악의 뿌리를 찾아서

윤이상만의 특별한 작품 세계를 만들어낸 음악적 영감에는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가장두드러진 재료는 우리 전통음악의 특별하고 심오한 색채와 기법이다.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누구나 바로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종묘제례악의 영향을 받은 대규모 관현1 악을 위한 <예악(Reak)>과 전통 궁중무용 <춘앵전>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는 대규모 관현악을 위한 <무악(Muak)>을 들수 있다.또한 전통악기 ‘피리’의 기법을 그대로 녹여낸오보에 솔로를 위한 <피리(Piri)>와 마치 ‘대금’연주를 보고 듣는 듯한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가락(Garak)>을 꼽을수 있다.
이 작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우리 전통의 양식과 색채, 기법을 차용하여 서양악기로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결국 이러 한 시도는 작곡가 윤이상을 대표하는, 한국의 전통적 표현 방식과 유럽의 현대적 기법을 결합한 ‘주요음(향) 기법’을 정립한 것이다. 결국‘동·서양 음악의 중개자’이자 세계 현대음악사의 위대한 작곡가로 평가받는 배경에는 동아시아의 사상과 문학적 전통, 특히 한국 전통음악의 음향관이 있었다. 이는 세계적인 작곡 가 윤이상을 있게 한 우리 전통의 예술적 가치 를 입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관련이미지1.윤이상 기념관 옆‘베를린하우스’. 윤이상이독일에 머물렀던 집을 재현해놓았다.
2.작곡가 윤이상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시청각적 융합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에서는 그가 영감을 받은 우리 전통음악의 원곡을 전통악단인국립국악원이 먼저 들려주고, 그다음 변주로서의 윤이상 작품을 서양악단인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 성시연)가 교차 연주했다. 그 과정에서 시청각적으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 양을 오버랩해 관객의 머릿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융합적 이해가 가능하도록 했다. 윤이상의 음악을 통해 우리 전통의 위대함을 재조명하고, 그가 영감을 받은 전통음악 원곡을 통해 난해한 그의 음악 세계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수 있었다. 어렵고 생소한 전통음악과 윤이상의 현대음악을 상호 연계시킴으로써, 양쪽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청각적으로 교차한 점이 이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공연을 감상한 지인은 다음과 같은 후기를 남겼다. “윤이상… 참 논란도 많은 음악가입니다.정치 이념 때문이죠. 그러나 그는 세계가 인정하는 대한민국 음악의 대표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윤이상의 이중성은 씁쓸함을 주기도 합니다. 정치가, 이념이 뭐길래? 하지만 <윤이상, 그 뿌리를 만나다!>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이념적 노이즈’에서 벗어나 그의 음악 세계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오로지 음악만 들렸습니다.”공연을 기획한 필자의 바람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소감이었다.
반갑게도 대한민국이 배출한 세계적 예술가의 유해가 23년 만에 고향 통영으로 돌아왔고, 그의 귀향을 반기는 통영국제음악제가 3월 30일부터 4월 8일까지 ‘귀향’이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이러한 과정들이 정치적 이념과 상관없이 세계가 인정하는 작곡가 윤이상의 음악에만 집중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손혜리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
사진 제공 한겨레,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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