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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경매사 미술시장 독점 논란 화랑과 경매사, 상생의 길을 고민할 때
미술시장의 양대 축인 화랑과 경매사의 경쟁은 제로섬 게임인가, 윈윈(Win-Win)으로 갈 수는 없는가. 올해 들어 두 메이저 경매사가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자 안 그래도 위축된 화랑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서울옥션은 국내외 시장 강화에 나섰고, 케이옥션은 30대 그룹 전문 경영인 출신을 새 대표이사로 맞아 신경영의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옥션의 경매장면서울옥션의 경매 장면

서울옥션은 지난 2월 초, 창립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는 10월 강남에 8층짜리 신사옥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강북 평창동 사옥은 접근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부자 고객 지역으로 옮겨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서울옥션은 홍콩에 전시장 ‘SA+’도 마련했다.케이옥션은 3월 중순 이사회를 열고 대기업 전문 경영인 출신의 신미남 대표이사 체제를 출범시켰다. 신 대표이사 내정자는 2001년 연료전지 회사 퓨얼셀파워를 설립했고, 2014년 두산과 인수합병하며 두산의 수소전지 사업부문인 두산 퓨얼셀BU 사장에 올랐다. 30대 그룹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친 전문 경영인을 새 수장으로 앉힌 것은 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의지로 해석된다.

미술시장을 바라보는 화랑과 경매사의 온도 차

경매사의 의욕적인 행보를 지켜보는 화랑들은 표정이 밝지 않다. 미술시장 경기가 2014년이후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나 경매로 쏠린 탓에 화랑은 온기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월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2016년 3,965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6% 증가했다. 그럼에도 이 기간 화랑의 매출액은 오히려 줄었다. 반면 경매사 매출은 껑충 뛰었다. 그러다 보니 전체 미술품 판매에서 화랑의 비중은 51.3%에서 41.2%로 10.1%p 급감했고, 경매의 비중은28.9%에서 37.3%로 8.4%p 올랐다. 화랑의 경우 아트페어를 합쳐도 감소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그만큼 경매로 미술시장 손님들이 몰린 것인데, 특히 상위 1, 2위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독과점이 심하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총 12개 경매사 가운데 서울옥션(50%)과 케이옥션(39%)을 합친 양대 양사점유율은 89%나 된다.
서울옥션 최윤석 상무는 “시장 독점 논란이 있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서울옥션은 국내보다 해외시장 비중이 커졌다. 현재 해외시장이 65%를 점한다”라며 “한국 작가에 대한 새로운수요가 나오면 이는 국내시장 전체에 선순환을 이룰 것”이라고 기대했다.하지만 화랑업계는 경매사의 이런 매출 증가에 마케팅 무리수가 있다고 본다. 이화익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화랑은 2007년 호황 이후 10년이 넘도록 상황이 좋지 않다. 상생의 의미에서 경매 횟수를 줄이면 좋겠다. 메인 경매는 어쩔수 없다고 하더라도 온라인 경매를 너무 자주하는 것은 1차시장(화랑)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양대 경매사는 미술품 구매 대중화를 내걸고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옥션의 경우 메인 경매는 연 4회지만, 온라인경매는 월 1∼2회씩 이루어진다.



관련자료

추정가의 정상화가 요구된다

생존 작가, 특히 이들의 3년 내 최근 작품 등은 경매를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생존 작가 가운데서도 전속 화랑이나 ‘주거래 화랑’이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최근 들어 지나치게 낮은 추정가로 나온다며 불만을 토로한다.개인전을 활발히 열고 있는 전광영, 이배, 이강소 작가 등이 그러한 예다.
전광영 작가의 <접합> 시리즈는 전속 화랑인PKM갤러리에서는 100호(130×162cm)가 1억3,300만 원에 나온다. 하지만 케이옥션의 3월경매에서는 추정가가 6,000만∼1억 원으로 제시됐다. 높은 추정가도 화랑 가격보다 낮다. 50호(92×118cm)의 화랑 가격은 8,200만 원인데, 서울옥션의 지난해 12월 경매에서는 추정가가 3,000만∼6,000만 원으로 나왔다. PKM갤러리박경미 대표는 “추정가의 시작이 너무 낮다. 화랑 가격의 70% 정도인 5,000만 원에서 출발해낙찰 가격을 화랑 가격에 근접하게 해야 하는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옥션의 지난해 12월 경매에 나온 이배, 이강소 작가의 작품 추정가도 작가가 제시한 가격보다 형편없이 낮다. 이강소 작가의 <무제>100호 추정가는 2,500만∼7,000만 원이다. 이강소 작가의 작품을 주로 취급하는 A화랑 대표는 “이강소 작가가 자신의 100호 작품 가격을 2015년 이후 1억 원으로 조정했다. 최근 1억2,000만 원으로 재조정한 상태”라면서 “옥션에서 나온 가격은 화랑에서는 절대 팔 수 없을 정도로 낮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배 작가의 작품 역시 추정가가 시가의 50% 선에서 시작됐다.
추정가를 낮게 시작하는 것은 경매 때 비딩의 열기를 높임으로써 유찰을 막겠다는 전략일 수있다. 낙찰되면 옥션은 매수자와 매도자 양쪽으로부터 27.5∼30.5%의 수수료 수입을 챙긴다. 1억 원에 팔리면 3,000만 원 안팎의 수수료를 버는 것이다.
B화랑 대표는 “경매사는 낙찰을 통해 수수료수입을 올리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손님이 끊긴다”라며 “한창 전시를 열고 있는 작가는 경매사에서 작품을 거래하지 않든가, 제값을 받고 거래하든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손영옥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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