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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2월호

아무나, 아!문화!PD 관련 이미지

아무나, 아!문화!PD 관련 이미지1 오늘의 장난감.
2 조를 이루어 악기의 소리를 들어보는 중이다.

현대음악, 그 낯섦에 대하여

서울시민예술대학은 서울문화재단의 예술교육 철학인 ‘미적체험 예술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시민 누구나 폭넓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 4월부터 입문자와 신규 참여자를 위한 17개의 일반 과정과 최대 3년까지 단계별 전문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11개의 심화 과정을 운영 중이다. 그 일환으로 최근에는 작곡하는 당신 <음악작당 Rubato>를 새롭게 기획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현대음악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재료와 기본적인 음악도구를 활용해 잘게 부서지는 박자와 소리를 느껴보고, 시각적인 언어와 몸짓을 통해 말 그대로 온몸으로 현대음악에 닿아보는 수업이다.
‘음악작당 Rubato’라는 이름은 현대음악을 만들기(작, 作) 위해 모인다(작당하다)라는 중의적 의미의 ‘작당’에, 박자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연주법이라는 뜻의 ‘rubato’를 더해 만들어졌다. 11월 8일부터 12월 6일까지 총 5회, 남산예술센터 예술교육관 1층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3시간가량 진행되며 현대음악에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김포필하모닉 전임 작곡가이자 예술가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유하나, 현대음악에 정통한 피아니스트 임수연,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연주단체 TIMF앙상블의 연주자들이 특별강사로 나섰다.

이제 우리 친해져요

11월 8일, ‘리듬작당’이라는 1일차 수업이 진행됐다. 놀이를 통해 리듬의 패턴을 체험하고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와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등에서 보이는 현대적 리듬 기법을 TIMF의 타악기 앙상블 공연을 통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현대음악의 이론 강의에 앞서 유하나 씨는 참가자들의 굳은 몸을 풀어주기 위해 박자를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게 했다. ‘강박’의 작은 북소리가 나면 걷고, 막대기를 두드리면 박수를 치고, 종소리가 들리면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점프를 하는 등 순발력과 기억력을 요하는 게임이었다. 게임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4개의 조를 이루고 눈앞에 있는 자그마한 악기를 이용해 유하나 씨의 반복되는 북소리 사이에 자신들만의 박자와 소리로 음악을 만들어냈다. 정갈한 나무소리, 청아한 종소리, ‘슥슥’ 사포를 문지르는 소리 등 다채로운 소리와 리듬이 섞이다 보니 조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한 조는 시냇물이 흐르는 청아한 음색을, 또 한 조는 달빛이 비치는 스산한 숲속 같은 음색을 연출했다.

아무나, 아!문화!PD 관련 이미지3 TIMF앙상블의 공연.
4 유하나 씨와 참가자들이 함께 작곡하는 모습.

현대음악의 매력에 빠지다

이렇게 1부가 끝난 뒤 드럼에 카우벨이 부착된 악기를 이용한 TIMF앙상블의 타악기 연주(Tomer Yariv: Gyro)가 시작되었다. 실내의 응축된 공기를 더욱 팽창시킬 만큼 역동적이고 유쾌한 공연이었다. 1부에서 박자를 가지고 놀았다면, 2부에서는 1부의 놀이들이 실제로 현대음악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에 대한 임수연 씨의 설명과 작품 감상이 진행되었다. 현대음악에서는 획일적인 박자가 아니라 독특하고 도발적이며 즉흥적인 리듬이 모여 하나의 곡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메시앙, 스트라빈스키, 리게티와 같은 현대음악 작곡가들은 클래식 음악의 규격화되고 부자연스러운 리듬에 의문을 갖고 탈규격화된 리듬을 고민했다고 한다. 첨가리듬, 폴리리듬 등이 그 고민에 대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임수연 씨의 강연이 끝난 뒤 참가자들이 직접 현대음악의 박자를 활용해 작곡을 시작했다. 다소 촉박한 시간에 허둥지둥 작곡했음에도 불구하고, TIMF앙상블의 노련한 연주로 들으니 악보 위의 음표와 리듬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렇게 3시간 동안의 1일차 수업이 끝나고 참가자들로부터 짧은 소감을 들어보았다. “앞으로 남은 4회 수업이 더욱 궁금해진다”, “현대음악과 친해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어긋나도 좋다, 아무래도 좋다.’ 이번 <음악작당 Rubato> 수업으로 느낀 현대음악의 매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았다. 클래식한 음악의 섬세한 선율도 좋지만, 현대음악의 불규칙한 부조화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고 언제나 삐걱대는 존재이기 때문은 아닐까. 작곡하는 당신 <음악작당 Rubato>를 통해 현대음악을 넘어 우리의 삶까지도 되돌아볼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





글·사진 박소현_ 서울문화재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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