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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2월호

책 <나인>과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 정보혁명의 시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제4차 산업혁명’은 탈진실(post-truth), 즉 가짜 뉴스(fake news)다. 혁명 없는 혁명으로, 완전한 거짓은 아니지만 그럴듯한 진실, 즉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사실에 근거를 두고 설명하는 기술적 용어라기보다 정보기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또는 공포)을 표시하는 수단적 용어인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허세와 상관없이, ‘초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정보 혁명은 갈수록 거세고 힘차게 현실을 포획해가는 중이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클라우드(Cloud), 빅 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등 이른바 ‘ICBM 미사일’이 세상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비트의 법칙’이 사이버 공간을 넘어 물리적 공간까지 제어하고 융합하는 데 활용하는 O2O(Online to Offline) 전략이 곳곳에서 실행되면서 ‘사이버-피지컬’이라는 ‘이상한 나라’가 개방되고 있다. 세계적 열풍을 불러온 ‘포켓몬 고’ 같은 게임은 작은 전조에 해당할 뿐이다. 장난감이나 공구에서 자동차나 비행기에 이르는 세상 모든 영역이 원더랜드에 속속 포섭되고 있다.
만인과 만인이, 만물과 만물이, 만인과 만물이 연결되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놓고 수많은 책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대부분 변화의 본질을 통찰하기는커녕 헛되이 거품만 일으켰을 뿐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이나 <권력이동> 같은 예지를 보여주는 저작은 드물었다. 하지만 두 권의 책만은 가장 깊은 지점에서 이 시대의 변화를 성찰하고, 앞날의 갈피를 선명하게 열어주고 있다. 조이 이토의 <나인>과 케빈 켈리의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이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에 희망을

<나인> 조이 이토·제프 하우 지음, 이지연 옮김, 민음사

조이 이토는 MIT 미디어랩의 연구소장이다. MIT 미디어랩은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실험이 벌어지는 곳이다. 변화의 지휘자인 이토에 따르면, 현대는 ‘기하급수의 시대’다.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연속해서 변화하고 세상은 그에 맞추어 바뀌는데, 인간의 적응속도는 그에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 인간의 숙련노동에 바탕을 둔 산업시대의 상상력으로는 현재 일어나는 변화를 전혀 좇을 수 없다. 산업 자체의 꾸준한 파괴적 혁신이 인간의 숙련성을 통째로 소실시키기 때문이다. 저자의 표현을 따른다면, “지난 수백 년간 사용해온 운영체제의 사소한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운영체제가 필요한 시대”인 것이다.
이 시대에 적응하려면, 사회의 현재 상태를 냉철히 인식하고 거기에 적응해야 한다. 이토는 세 가지 키워드로 현재를 요약한다. 해커 한 사람이 국가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는 비대칭성,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사회 한쪽에서 일어난 작은 변화가 세상 전체로 퍼져 나가는 복잡성, 가속화된 변화속도 탓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등이다.
현대 사회의 세 가지 특성은 인간의 적응 행동을 위한 아홉 갈래 원칙을 낳는다. 권위보다 창발, 푸시보다 풀, 지도보다 나침반, 안전보다 리스크, 순종보다 불복종, 이론보다 실제, 능력보다 다양성, 견고함보다 회복력, 대상보다 시스템 등이다. 하지만 이토가 궁극적으로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다. 기계지능이 인간의 집단지성과 통합된다면,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깊이와 폭이 늘어날 것이고, 거기서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리라는 것이다.

변화를 즐기는 이에게 기회와 보상이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 케빈 켈리 지음, 이한음 옮김, 청림출판

케빈 켈리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 문화 사상가다. 그는 인간과 기술의 공진화 과정을 꾸준히 탐구해왔는데, 이토와 마찬가지로 오늘날 인간이 기술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기술이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기술은 끝없이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고, 우리는 기술 앞에서 항상 초보자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때로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감조차 잡지 못하는 상태로 전락하기도 한다. 켈리는 “비트와 정보와 네트워크”의 “기초물리학”에 기반을 두고, “디지털 기술의 뿌리”를 드러냄으로써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을 알려준다. 이 흐름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상호 작용하는 열두 가지 힘들로 나누어진다. 되어가다(Becoming), 인지화하다(Cognifying), 흐르다(Flowing), 화면 보다(Screening), 접근하다(Accessing), 공유하다(Sharing), 걸러내다(Filtering), 뒤섞다(Remixing), 상호 작용하다(Interacting), 추적하다(Tracking), 질문하다(Questioning), 시작하다(Beginning) 등이다.
현실에서 이미 활발하게 작동 중인 이 힘들은 인간이 일하고 놀이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것이다. 비트의 법칙에 충실한 이 힘들에 맞서 싸우는 것은 어리석다. 차라리 힘들이 작동하는 방식을 깊이 탐구함으로써 그 특성을 활용해 미래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편이 더 낫다. 켈리에 따르면, 피할 수 없을 바에야 즐겨야 한다. 즐기는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 더 낮은 장벽, 더 나은 보상이 따를 테니까 말이다.

글 장은수_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사진 제공 민음사,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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