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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2월호

전시 <리처드 해밀턴: 연속적 강박>과 <요나스 메카스: 찰나, 힐긋, 돌아보다> 전설적인 거장들의 색다른 회고전
일단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무게가 실리는 전시가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리처드 해밀턴 개인전, 서울관의 요나스 메카스 개인전도 그렇다. 전자는 팝아트의 역사에서, 후자는 아방가르드 영화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저마다 ‘아시아 최초’를 내건 두 전시는 이름값에 더해 여느 회고전과 다른 신선한 방식이 눈길을 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1922년생이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 1 리처드 해밀턴 <Self-portrait> 05.3.81 a, 1990, Oil on Cibachrome on canvas, 75×75cm, Hamilton Estate.

이것이 영국 팝아트다

<리처드 해밀턴: 연속적 강박>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1. 3~2018. 1. 21

2011년 89세로 세상을 떠난 리처드 해밀턴을 한 줄로 소개하면 ‘영국 팝아트의 거장’이다. 앤디 워홀 같은 미국 팝아트 작가에 비해 대중적 유명세는 덜할지 몰라도 일찌감치 1950년대부터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현대사회가 지닌 특징을 이전의 미술과는 다른 방식으로 포착해왔다. 신문, 잡지, TV 등 대중매체에 투영된 이미지 역시 즐겨 활용했다.
예컨대 <스윈징 런던>은 신문에 보도된 사진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롤링스톤스 멤버 믹 재거와 아트 딜러 로버트 프레이저가 등장하는 유명한 연작이다. 불법 약물 소지 혐의로 법정에 호송되는 두 사람이 수갑 찬 손을 들어 카메라 플래시를 피하는 모습은 유화와 판화의 다양한 기법으로 변주되며 팝아트에서 또 하나의 아이콘 같은 이미지가 됐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되, 특정 소재나 주제를 반복적으로 작업한 일련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옥중 투쟁을 벌이는 정치범을 종교화의 성인처럼 묘사하거나 평범한 꽃 그림에 두루마리 휴지를 곁들이는 등 기존 회화의 전통을 변용한 면모도 재미있다. 드로잉, 판화, 유화 등 90여 점을 선보인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 2 리처드 해밀턴 <Swingeing London 67 (f)> 1968-69, Acrylic paint, screenprint, paper, aluminium and metalised acetate on canvas, 67×85cm, Tate Purchased 1969.
3 <요나스 메카스: 찰나, 힐긋, 돌아보다> 전시장 전경.

아방가르드 영화의 대부를 만나다

<요나스 메카스: 찰나, 힐긋, 돌아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11. 8~2018. 3. 4

흔히 ‘아방가르드 영화의 대부’로 불리는 요나스 메카스는 사실 미술관뿐만 아니라 영화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름은 아니다. 그의 작품은 할리우드의 산업화된 영화나 내러티브 중심의 영화와 전혀 다르다. 일상에서 포착한 시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이 두드러진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이민자인 그는 1950년대부터 직접 작품을 찍고 다른 한편으로 영화잡지, 영화아카이브 등을 만들며 1960~70년대 미국 아방가르드 영화운동을 이끌었다. 동료 영화인은 물론 백남준, 앤디 워홀, 오노 요코 같은 동시대 여러 예술가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에서 추출한 이미지, 즉 동영상이 아닌 정지된 이미지로 2000년대 이후 새로 작업한 작품을 여럿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그와 교류한 여러 예술가들의 모습도 한눈에 볼 수 있다. 14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와 더불어 장편과 단편 등 30여 편을 상영하는 영화 회고전도 함께 열리고 있다.
95세인 그는 요즘도 종종 자신의 일상을 담은 ‘비디오 다이어리’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곤 한다.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이 같은 새로운 매체를 활용한 면모 역시 ‘아방가르드’답다.

글 이후남_ 중앙일보 기자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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