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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1월호

2017 국제사운드아트창작페스티벌 <문래공진> 2주간의 풍성한 ‘소리’들의 잔치
제1회 국제사운드아트창작페스티벌 <문래공진>이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2주간 문래예술공장에서 열린다. 그동안 워크숍과 공연, 전시 등 제각각 진행되었던 사운드아트 관련 행사들이 이번 ‘페스티벌’로 한자리에 모이면서, 사운드아트계의 현재를 다각도로 경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마련된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1 2017 국제사운드아트창작페스티벌 <문래공진> 메인 포스터.
2 필 민턴 <야생 합창단> 공연 장면.

올해로 7회를 맞는 문래예술공장의 국제사운드아트창작워크숍 <문래공진>(Mullae Resonance)이 연관 사운드아트 프로그램들과 함께 ‘페스티벌’로 확장, 2017년 국제사운드아트창작페스티벌로 거듭난다. 기존의 사운드아트창작워크숍 <문래공진 7>을 비롯해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의 후원으로 열리는 도자기와 소리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전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실험·즉흥음악 전문공간인 ‘닻올림’과 연계해 국내외 34명의 사운드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공연 <닻올림픽> 등 3개의 개성 있는 프로그램들이 ‘국제사운드아트창작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확대 진행된다. 국내외 사운드아트의 다양한 면모를 직접 경험해보는 2주간의 특별한 소리 여행이 될 것이다.

사운드아트와 문래예술공장

‘사운드아트’란 소리에 대한 모든 예술, 혹은 연구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느 장르와 달리 그 해석과 접근에 있어 명확한 담론 형성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실험음악이나 아방가르드음악부터 전자음악, 노이즈음악, 소닉 아트(sonic art), 혹은 책장 넘기는 소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하물며 개미 발자국 소리까지, 사운드아트가 표현하는 범위는 실로 방대하고 그 방법의 스펙트럼 또한 넓다. 시각예술 분야에서는 음악을 소재로 제작한 미술작품을 사운드아트라 하고 다원예술 분야에서는 사운드의 매체 실험을 사운드아트라 부르지만 소리를 주요 매체와 재료로 삼으면서 전통적 패러다임을 벗어난 모든 장르의 예술 작업을 ‘사운드아트’라고 넓게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문래예술공장은 소규모 철공소와 다양한 층위의 사회가 맞물린 문래동이라는 장소적 특수성 속에서 소리의 측면에 접근, 2011년부터 <문래공진>이라는 이름의 사운드아트창작워크숍을 진행해왔다. 문래동만의 특수한 소리에 대한 개별적 경험과 이를 통한 창조적 시도가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동안 지식의 이해보다 감각적 경험으로서의 소리를 찾는 데 주력하여 ‘숨어 있는 일상 속의 소리 찾기’, ‘자신의 소리를 내는 방법’, ‘음향을 이용하는 즉흥 연주’, ‘소리가 지닌 미적 맥락 탐구’, ‘음악적인 것에 대한 탐구’, ‘딥 리스닝을 바탕으로 능동적 소리 듣기’ 등 다양한 주제로 연속성 있는 워크숍과 공연을 이끌어왔다. 예술가 교육 프로그램의 일부로 시작되었지만, 비단 사운드아티스트나 예술가뿐만 아니라 학생이나 관심 있는 일반인 등에게도 자극이 되어 사운드아트 체험과 교류 프로그램으로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3 2013년 <닻올림픽> 장면.

국제사운드아트창작워크숍 <문래공진 7>
‘소리 나는 몸/증폭의 몸’(Sounding/Amplifying Bodies)

이번 페스티벌은 창작워크숍 <문래공진 7>으로 시작한다. 올해의 주제는 ‘소리 나는 몸/증폭의 몸’으로, 스스로 소리를 내거나 다른 곳에서 만들어지는 소리를 증폭시키는 ‘몸’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확장하는 작업에 대한 워크숍이다. 홍철기 예술감독은 이번 워크숍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존 케이지(John Cage)가 완벽한 침묵 상태를 경험하기 위해 소리를 차단한 ‘무잔향실’(anechoic room)에 들어갔지만, 결국 발견한 것은 완전한 무음 상태가 아닌 바로 자신의 ‘소리를 내는 몸’이었다고 한다. 숨소리, 목소리, 꼬르륵 대는 소리, 관절의 소리, 심장박동 소리, 혈관을 흐르는 혈액의 소리, 신경 물질과 전기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소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몸은 끊임없이 소리를 낸다. 또 다른 작곡가 앨빈 루시에(Alvin Lucier)는 어린 시절 조개껍질에 귀를 기울이며 소리를 듣던 경험과 공연장에서 음악가가 연주를 시작하기 직전에 귀로 집중되는 순간, 손을 모아 귀에 가까이 댔을 때의 청취 경험들이 모두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개껍질과 공연장, 덮개 모양으로 모은 손은 모두 외부의 소리를 차단하지만, 그 안에서 소리를 반사해 더 잘 들리게 한다는 점에서는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소리를 지를 때, 혹은 속삭일 때 손을 입 주위에 모으는 것이 바로 ‘소리를 증폭시키는 몸’이다.”
이번 워크숍에는 소리 내는 몸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두 아티스트가 초청되었다. 먼저 첫 워크숍을 진행할 리에 나카지마(Rie Nakajima)는 설치 작가이자 즉흥음악가로, 다양한 사물들의 생명력 없는 몸들에서 소리를 이끌어내고 증폭시키는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주로 건전지로 움직이는 모터 장치들과 사물들을 사용하여 소리를 만들어내는 퍼포먼스와 설치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2014년 영국 아츠파운데이션상 실험음악 부문 수상자이다.
이어 진행되는 재즈 보컬리스트와 즉흥음악가인 필 민턴(Phil Minton)의 <야생 합창단>(Feral Choir)은 우리 자신의 몸과 성대가 만들어낼 수 있는 소리의 한계를 함께 실험하는 공동체적 경험의 장이다. <야생 합창단>은 화제필 민턴이 1980년대부터 일반 시민들과 함께 진행해온 즉흥 합창 워크숍과 공연으로, 전 세계 20여 개 도시에서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별도로 발성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들이 음악적 규칙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신체를 악기 삼아 자기 목소리의 한계와 범위를 실험하고 즐기면서 공연한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1, 4 사운드아트 워크숍 모습.
2 리에 나카지마의 워크숍 모습.
3 <메이드 인 코리아> 전시(캐이 애플린의 청자 도자기).

사운드아트와 도예 간의 대화, <메이드 인 코리아>

소리와 도예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전시와 영상, 공연을 통해 보여주는 자리도 마련된다. 영국의 도예가 캐이 애플린(Kay Aplin)과 사운드아티스트 조셉 영(Joseph Young)은 국가나 역사, 지역,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물질에 열을 가해 물성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동일성을 띠는 도예라는 예술 형식과, 마찬가지로 다른 조건 속에서도 동일하게 경험되는 소리라는 주제를 통해 그 사이에서 작동하는 공통 감각이 무엇인지, 또 상호 호환 가능한 방법들이 무엇인지를 탐구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한국과 영국의 현대 도예가들 간의 전시와 워크숍을 통한 교류와 ‘청자’(靑瓷)와 ‘소리’의 합성어 ‘셀라도나포닉Celadona-phonic’(Celadon+Phonic)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두 나라 사운드아티스트들의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영국 도자기 비엔날레 현장에서 이미 진행한 바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는 도예 작품 전시와 더불어 위치 확인 증강현실 앱 ‘Echoes’(www.echoes.xyz)를 통해 ‘셀라도나포닉’에 참여한 두 나라 사운드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문래동 일대 특정 위치에서 청취할 수 있도록 했다. 11월 4일 전시 오프닝에는 사운드아티스트 조셉 영, 류한길, 최세희 3인의 공연과 도큐먼트 상영 등이 진행된다.

사운드아티스트들의 즉흥·실험음악 올림픽, 2017 <닻올림픽>

이번 페스티벌의 피날레는 즉흥·실험음악 공간 ‘닻올림’에서 주관하는 즉흥음악과 실험음악 중심의 <닻올림픽>이 장식한다. 이미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1,000여 명의 관객이 참여한 바 있는데, 올해는 34명의 국내외 사운드아티스트들이 참여, 평소에 접하기 힘든 대규모의 사운드아트 축제가 될 전망이다. <문래공진> 워크숍의 결과물인 필 민턴과 <야생 합창단>의 공연을 시작으로 한국, 영국, 대만, 일본, 칠레 출신의 사운드아티스트들의 공연이 11월 10일부터 3일간 문래예술공장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

글 한정희_ 서울문화재단 문래예술공장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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