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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0월호

서울새활용플라자 새 제품보다 새활용
재활용도 아니고 새활용은 뭘까? 처음 듣는 단어에 고개를 갸우뚱했다면, 서울새활용플라자가 그 궁금증을 해소해줄 것이다.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새활용 문화의 확산을 위해 서울시에서 설립한 국내 최대의 업사이클링 문화공간이다. 새활용은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우리말 순화어로,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쓰임을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2 서울새활용플라자 건물 외관과 내부 모습.
3 전시 중인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의 작품.
4 서울새활용플라자 입주 공방.

교육, 전시, 행사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에게 새활용을 쉽게 전달하고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서울시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한 공간 서울새활용플라자가 2년간의 공사 끝에 3월 31일 준공, 지난 9월 5일 개관했다. 지하 2층, 지상 5층(연면적 16,530㎡) 규모의 친환경 건물이다.

새활용의 심장 ‘소재 은행’

서울새활용플라자 관람은 지하에서부터 시작할 것을 권한다.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새활용 소재 은행이 서울새활용플라자의 심장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폐기물을 소재로 작업한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의 고민이 담긴 결과물을 볼 수 있다. 자투리 가죽, 헌옷 외에도 폐파이프, 폐스포츠용품 등 21종의 소재로 만든 제품이 ‘새활용 마트’의 상품처럼 진열되어 있다. 2017년은 시험운영 단계로 향후 새활용 소재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거나, 소재를 직접 구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폐기물관리법 분류 기준에 따른 180여 종의 새활용 가능 소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2층의 소재 라이브러리와 함께 아이디어 뱅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재 은행 옆에는 2002년부터 중고물품 기증과 판매를 통해 가치 있는 나눔을 실천해온 아름다운 가게 선별장이 입주했다. 이곳에서 시민들이 기증한 의류, 잡화, 도서 등 물품을 분류·세척하고 손질한 후 다시 새 제품처럼 만들어 매장에 내놓을 준비를 한다.
1층 전시장에서는 <개관 특별 기획전_지구를 위한 약속>이 12월 10일까지 열린다. RE:CODE, 터치포굿 등 7개 사의 새활용 스토리를 보여주고, 네덜란드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Piet Hein Eek)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피트 하인 이크는 폐목재들을 모아서 자르고 그 조각들을 이어 붙여 새로운 가구를 만든다. 버려진 목재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가구로 다시 태어나면서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이렇듯 새활용은 원래의 물성을 유지하면서 디자인을 가미해 지속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작업이다. 서울새활용플라자 운영을 맡은 서울디자인재단의 전략사업본부 윤대영 본부장은 “앞으로는 무엇이든 스스로 만들어 쓰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대기업들이 대량생산한 제품을 광고를 통해 소비하도록 하는 시대는 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투리 가죽이나 폐원목을 재료로 소품을 만드는 전시연계 워크숍 ‘새활용의 조각들’은 11월 말까지 매월 둘째, 넷째 목요일과 일요일에 진행된다. 워크숍에 참여하면 참가자들과 새활용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나누고, 바다 유리 액세서리, 코르크 걸이, 나무인형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 워크숍은 1층 창작실에서 열리는데, 창작실은 이후 새활용 제품을 실험해볼 수 있는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등을 구비한 ‘꿈꾸는 공장(팹랩)’으로 조성된다.

쓰레기를 반짝이는 보석처럼

3층과 4층 대부분은 공방(입주작가 스튜디오)이다. 공모를 통해 3:1의 경쟁률을 뚫고 32개 공방이 입주했다. 윤 본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프라이탁(FREITAG)만 유명하지만 찾아보면 지역마다 다양한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이 있다”고 전했다. 새활용 소재의 장점은 각기 다른 개성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하이사이클’은 커피 자루를 재활용해 가방이나 생활용품을 제작한다. 100% 천연펄프 우유팩은 품질 좋은 새활용 소재 중 하나이다. ‘밀키프로젝트’는 이 우유팩을 세척해 지갑, 파우치 등의 소품을 만든다. 일본 우유팩은 한국 소비자, 한국 우유팩은 일본 소비자들이 좋아해 양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렉또베르쏘’는 예술제본 공방이다. 낡은 책을 다시 제본해 오래 보존할 수 있는 책으로 만들어낸다. 개관식에 사용한 비전 선언문을 이 공방에서 만들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다품종 소량생산된 제품, 수작업으로 만든 제품을 오래 쓰는 문화가 확산될 것임을 공방들이 확인시켜준다.
새활용의 새로운 개념을 보여주는 공방도 있다. ‘쉐어라이트’는 촛불의 열로 촛불보다 밝은 빛을 낼 수 있는 LED 스탠드를 제작한다. 촛불의 열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전환하는 것도 새활용의 일종인 셈이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재난 지역이나 아프리카 오지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구호품으로 월드비전 등을 통해 해외에도 공급된다.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휴먼 업사이클링’ 개념도 새롭다. ‘메리우드협동조합’은 은퇴한 여성들에게 목공예를 가르쳐 새로운 직업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준다. ‘비전트레이닝센터’는 노숙인 재활교육시설이다. 기술이 있는 노숙인들이 과거의 경험을 살려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관을 맞아 야외에서는 친환경 마켓으로 알려진 경기도 양평군 ‘문호리 리버마켓’과 전라북도 장수군의 ‘장수모이장’, 벼룩시장의 시초 ‘아름다운가게 나눔장터’가 열렸다. 당분간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테스트를 해보고 새활용 제품 중심의 마켓을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교육 프로그램으로 준비한 ‘새활용 포럼’, ‘새활용 상상’, ‘새활용 놀이’도 연말까지 계속된다.

새활용의 허브를 꿈꾼다

서울새활용플라자를 둘러보다 보면 기업들은 생산 단계에서부터 새활용을 고려해야 하고, 소비자들은 생활 속에서 쓰레기 배출을 줄이고 새활용을 실천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서울새활용플라자가 자리 잡은 성동구 용답동 중랑물재생센터 부지는 원래 서울시에서 나오는 하수와 분뇨를 처리하는 낙후된 지역이었다. 서울시는 서울새활용플라자를 시작으로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 중랑물재생센터, 서울하수도과학관 등이 어우러진 50만㎡ 규모의 새활용 타운을 조성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글 전민정_ 객원 편집위원
사진 제공 서울디자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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