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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9월호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과 <노숙의 시> 2인극의 깊은 울림
출연 배우는 단 2명이다. 무대 역시 간소하다. 화려한 효과나 장치도 없다. 그럼에도 관객의 마음을 꽉 채우는 건 탄탄한 서사를 지닌 작품의 힘과 작품의 주제를 오롯이 전하는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 덕분이다. 배우들의 디테일한 표정과 숨소리를 가까이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건 2인극의 또 다른 매력. 청년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끊임없는 대화를 좇는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한국의 정치적 격동기를 경험한 노년과 중년 남자의 묵직한 대화를 담은 연극 <노숙의 시>를 소개한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

아름다움의 의미를 찾아서

<타지마할의 근위병> 8. 1~10.15,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아름답기로 유명한 인도의 대표적 이슬람 건축물인 타지마할. 인도 아그라의 남쪽에 자리 잡은 타지마할은 17세기 무굴제국의 황제였던 샤 자한이 자신이 사랑했던 왕비 뭄타즈 마할의 죽음을 애도하며 22년에 걸쳐 지은 것이다. ‘찬란한 무덤’ 타지마할의 완벽한 아름다움은 세계 각지에서 불려온 건축가와 기술자, 기능공 등 2만여 명의 희생으로 빚어졌다. 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절대자의 권력 남용에 희생된 인간의 가치와 아름다움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
국내에서 초연되는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바그다드 동물원의 뱅갈 호랑이>로 퓰리처상 후보에 오른 극작가 라지프 조셉이 2015년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당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았다. 예술과 아름다움을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생각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조셉은 이 작품에서도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를 신선한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황실의 말단 근위병인 ‘휴마윤’과 ‘바불’은 타지마할을 등진 채 보초를 서고 있다. 절대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되지만 두 사람은 타지마할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금기를 깨고 만다. 그에 대한 벌로 두 사람은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임무를 수행하게 되고, 이 사건은 두 사람의 삶과 우정, 아름다움의 가치에 대한 관념을 크게 흔들어놓는다.
초반부터 끝까지 두 사람의 끊임없는 대화가 극을 이끈다. 작품 초반 강렬한 사건 전개에 충격을 느낀 관객들은 삶의 가치, 우정, 아름다움의 의미를 예기치 않게 깨닫게 된다. 특히 두 배우의 완벽한 호흡이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황제의 권위를 존경하고 규율을 중시하는 휴마윤은 배우 조성윤, 최재림이 연기한다. 호기심 많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바불은 김종구, 이상이가 맡았다. 다소 잔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있기 때문에 임산부나 노약자, 청소년이 관람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2 연극 <노숙의 시>.

격동의 한국사를 가로지르다

<노숙의 시> 8. 24~9. 17, 30스튜디오

이번에는 갈 곳 잃은 중년과 노년의 남성 노숙인들 이야기다. 연극 <노숙의 시>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미국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동물원 이야기>가 원작이다. 원작은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배경으로 30대 후반의 ‘제리’와 40대 초반의 출판사 임원 ‘피터’가 한 벤치에서 이어가는 대화를 통해 현대인의 소외되고 고독한 삶,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표현했다. 연출을 맡은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한국의 두 노숙자 이야기로 원작을 고쳐 썼다.
노년의 ‘무명씨’는 1967년 동백림 사건부터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29 민주화선언, 2016년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한국의 근현대사를 겪으며 수많은 정치적 선택과 굴곡진 인생을 살아야 했던 인물이다. 직장을 잃고 가족을 포기한 채 노숙을 하게 된 중년의 ‘김씨’는 벤치를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한 삶의 근거라고 여긴다. 이곳을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며 책을 읽고 전화를 하고 인터넷을 하지만 그는 세상으로부터 완벽히 소외되어 있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변화에 맞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무명씨에 반해 김씨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고 행동하지도 않은 채 우유부단하게 살아갈 뿐이다. 마침내 무명씨를 만난 김씨는 어느 쪽이든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무명씨는 지난해 연극 <황혼>에 이어 연희단거리패와 두 번째로 작업을 하게 된 명계남이 연기한다. 김씨는 2015년 연극 <백석우화>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연희단거리패의 배우이자 연출가인 오동식이 맡았다.
이 작품을 통해 “격랑의 한국사를 가로지르고 싶었다”는 이윤택 연출은 “올비가 바라본 1950년대 미국 사회와 지금 내가 바라보는 2017년 한국 사회는 구성체가 전혀 다른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 이곳 한국이란 동시대를 무대에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재창작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두 배우의 묵직하고 진솔한 담론은 최근 또 다른 격동의 역사를 겪은 한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글 조희선_ 서울신문 기자
사진 제공 달컴퍼니, 연희단거리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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