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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홍대 관광특구 지정을 둘러싼 논쟁 ‘행정의 관성’에 맞서 홍대 앞을 지켜라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라이브클럽협동조합’ ‘서교예술실험센터 운영위원단’…. 이름조차 생소한 단체들이 뭉쳐 지난 11월 서울 마포구로부터 한 결정을 이끌어냈다. “올해 안에 홍대 관광특구 지정 신청을 하지 않겠다.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현상) 방지 대책을 추가해 보완하겠다”는 것. 문화예술인의 터전처럼 여겨지는 ‘홍대 앞’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1, 2 홍대관광특구대책회의 페이스북(사진 2)에서는 홍대 관광특구 반대 손피켓 인증샷 릴레이가 진행되고 있다.

홍대 관광특구 지정을 둘러싼 논쟁의 출발은 2016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마포구는 홍대 입구와 합정동, 서교동, 상수동 등 일대 상권을 포함한 너비 약 99만 3000m 지역을 ‘홍대 관광특구’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 외국인 관광객 651만 명이 마포를 다녀갔다. 2020년 10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 특구 지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마포구의 설명이다. 마포구는 경기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용역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 내에 관광특구 지정 신청을 끝낼 계획이었다.

홍대 관광특구 지정 논쟁의 촉발

관광진흥법에 따라 관광특구는 최근 1년간 외국인 관광객 수 50만 명 이상, 관광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숙박시설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관광시설이나 각종 행사에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진흥개발기금, 서울시의 관광특구 활성화 보조금 등이 지원된다. 또 용적률 규제가 완화돼 고층 호텔이 들어설 수 있고 카지노·옥외영업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현재 서울시내 관광특구는 중구 명동·남대문, 북창동 일대와 동대문구 패션타운,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 종로구 종로·청계천 일대, 송파구 잠실, 강남구 강남 마이스(무역센터 일대) 등이다.
얼핏 보면 더 많은 자금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획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대 앞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 문화예술인들과 상인들은 지난 10월 ‘홍대 관광특구 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를 꾸리고 집단 반발에 나섰다. 이들이 우려하는 건 임대료 상승과 상권의 변질 등으로 종국에는 ‘홍대 앞의 색깔’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요약하자면, 명동이나 강남처럼 바뀐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10일까지 인디밴드들이 릴레이 공연을 벌이면서 “홍대 앞을 살려달라”고 대중에게 호소했다. 대책회의가 진행한 서명운동에는 1500명이 넘게 참여하면서 호응을 얻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마저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마침내 마포구가 보완을 전제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슈&토픽 관련 이미지3 지난 10월 20일 뮤지션 야마가타 트윅스터와 홍우주 조합원들이 홍대 앞 주차장 골목과 걷고 싶은 거리 일대에서 홍대 관광특구 지정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4 2016년 10월 19일 홍대 앞 롤링홀에서 열린 홍대 관광특구 토론회.

서브컬처의 성지, 홍대 앞의 위기

홍대 앞의 자유분방한 문화적 색채는 1990년대 들어서기 시작한 라이브클럽이 그 시작점이라고 보는 분석이 많다. 이전만 해도 홍대 앞은 문화예술의 변방에 가까웠다. 음악은 헤비메탈, 블루스, 포크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즐비한 신촌, 문학이나 공연은 소극장과 다방이 모여 있는 대학로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었다.
1996년 이런 구도에 변화를 널리 알린 ‘사건’이 발생했다. 홍대 앞 거리에서 진행된 ‘스트리트 펑크쇼’다. 한국 ‘B급 문화’의 존재를 대중에게 알리는 서막이었다. 지금은 불후의 명곡이 된 크라잉넛의 <말달리자>나 노브레인의 <배고파>가 지하 라이브 클럽을 벗어나 지상에 울려 퍼졌다. 이후 ‘쓰리코드’로 상징되는 펑크나 얼터너티브, 기타 하나로 ‘찌질함’을 표현하는 노래들이 홍대 앞에서 활발하게 피어났다. 스팽글, 빵 등 라이브클럽들이 호황을 맞았고, 마스터플랜과 같은 1세대 힙합클럽도 태동했다.
홍대 앞 예술인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놀이터(홍익 어린이공원의 별칭)’에 모였다. 비슷한 유(類)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홍대 놀이터 ‘프리마켓’에서 예술인들은 자신이 만든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식당이나 카페 등의 상점들 역시 평범함을 거부하고 저마다 개성을 내세웠다. 홍대 앞은 한국 서브컬처(주류문화와 반대되는 개념의 하위 문화)의 중심지로 각광을 받았고, 사람과 돈이 몰려들었다.

‘홍대 앞 투쟁’은 아직 진행 중

지금 홍대 앞에서는 이 같은 원래의 문화적 색채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라이브클럽은 클럽이라는 댄스클럽들로 대체됐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들도 속속 자리 잡았다. 거리공연(버스킹)은 이제 기획사에 소속된 가수들의 프로모션 수단 혹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아류(물론 실력 있는 뮤지션들의 버스킹도 많지만 전반적으로)로 전락했다. “홍대 앞은 망했다”는 푸념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럼에도 서브컬처의 유산과, 좁은 골목들이 어지럽게 나있는 지리적 특성이 어우러져 색깔을 조금은 유지하고 있다고 문화예술인들은 평가한다. 문화평론가 김작가 씨는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호텔과 면세점만 우후죽순 늘어날 것”이라며 “그나마 남아 있는 문화예술 생태계마저 송두리째 뿌리 뽑힐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 관광특구 지정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에서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의의는 독립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뭉쳐 ‘행정의 관성’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있다. 한국 관료사회에는, 기안하고 결재가 난 계획은 어떻게든 밀어붙이는 습성이 있다. 중간에 ‘스톱’이 되면 사유를 해명해야 하고 누군가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대책회의 측은 “마포구가 홍대 관광특구 추진을 2016년 내에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마포구청 앞에서 진행하던 1인 시위 등은 중단됐다”며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대 앞 투쟁’은 아직 진행형이다.문화+서울

글 황태호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사진 출처 홍대관광특구대책회의 페이스북 www.facebook.com/maposightse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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