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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월호

로봇 공연 기획자 허창용 로봇을 움직이는 아날로그 감성
인공지능이 시나리오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가 됐다. 머지않아 자유롭게 움직이는 로봇과 결합해 움직이고 창작하는 로봇이 등장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공장과 생활 곳곳에서 로봇을 만나는 상황이 온다. 이런 흐름을 타고 최근에는 공연장에서도 로봇의 무대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엔터테이너로서 로봇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로봇 공연 기획자가 새로운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술가의 밥그릇 관련 이미지1, 2, 3 비주얼아트연구소에서 2016년 제작한 아트봇.
4 초창기 제작한 로봇. 이들은 산업 관련 행사에서 주로 선보였다.

미술가로서 나는 늘 대중과 소통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조소를 전공했지만 일반 재료보다는 키네틱아트나 부수적인 오브제에 더 관심이 많았다. 미술 사조인 ‘플럭서스(Fluxus)’ 에 빠져 미술관을 벗어나 행위예술을 했고, 탈장르 공연 분야에서 활동했다. 넌버벌 퍼포먼스 초창기 <The Silver>라는 공 연에 마임 연기자로 참여하다, 필자가 엔딩 장면에 제안해 만든 것이 로봇 판타지의 시작이었다.
이후 여러 작업을 진행하며 시각예술에 특화된 공연,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비주얼아트연구소를 운영하게 되었다. 비주얼아트연구소의 로봇 공연은 코스튬을 제작해 마임 연기자에게 입혀 로봇보다 더 리얼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마술 같은 판타지 공연이다.

‘아톰’을 보고 자란 세대의 로봇에 대한 애정

‘아톰’을 보고 자란 세대로, ‘마징가’나 ‘그랜다이저’ 같은 이름을 안다면 당신도 로봇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일본의 안드로이드형 로봇 아시모의 개발자도 ‘아톰’을 보고 자란 세대다. 어릴 때 로봇 애니메이션과 SF영화를 무수히 반복 재생하며 즐겼고, 로봇 장난감 여러 대를 분해해 하나의 거대 로봇을 만들곤 했다. 지금도 그때와 비슷하게 작업하고 있다.
연기자에게 입히는 코스튬이기 때문에 FRP(섬유강화 플라스틱) 같은 재료를 사용해 만들기에는 연기자가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다. 오토바이 카울(외장)을 직소기로 잘라 로봇의 형태를 만들고 키다리 장비를 이용해 현실에는 없는 230cm의 직립보행이 가능한 거대한 로봇을 탄생시켰다. 20년 전 필자가 만든 로봇의 형태를 근래에 제작된 로봇과 비교해볼 때 그 형태나 크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은 로봇이 과학 축제나 페스티벌 등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 초청되지만 초창기에는 전자회사, 통신회사와 기계박람회 같은 미래지향적 산업 행사에서 공연을 많이 했다. 공연 후 어떤 모터를 쓰냐는 질문도 받고, 로봇 퍼포먼스를 보며 로봇 과학자가 되고 싶다던 어린이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코스튬에 속았다는 이야기도 가끔 듣는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도 결국 픽션이다.

최신 기술을 익히되 로봇에 아날로그를 입힐 수 있는 감성

사례에서도 걸어 다니는 로봇은 아직 사람 연기자의 도움을 받는다. 로봇 공연 연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로봇의 감성과 스토리다. 각각의 스토리마다 움직임과 성격 등 캐릭터를 다르게 부여한다. 공연 외적으로 로봇 연출가로서의 노력은 현대미술가의 개념 작품을 즐겨 찾아보거나, 3D 프린팅이나 드론처럼 최신 기술에 대한 자료 및 기사를 항상 스크랩 해 챙겨두는 것이다.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나 오디오를 고치는 것처럼 기계에 대한 애정 역시 로봇에 아날로그를 입히는 로봇 연출가로서의 중요한 감성이 아닐까 한다.
2016년 제작한 ‘아트봇(ARTBOT)’은 미국 제작사에 주문·제작 등 공정을 의뢰했다. 스타워즈 의상이나 특수효 과 같은 기술을 보유하고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방식으로, 한국에는 아직 이렇다 할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로봇 이 군무를 추는 공연을 기획하며, 일단 2대만 들여와 대중의 반응을 살피기로 했다. 그리고 홍대 앞 거리에서 쇼케이스를 열어 대중의 적극적인 관심과 호응을 확인할 수 있었다. ‘ARTBOT’은 현대인에게 던질 메시지를 로봇이 해학적으로 전달하는 거리공연인 ‘크라운마임’으로도 기획될 예정이다. 2017년부터 거리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 최근엔 자동차 대기업의 전시관 내 로봇 퍼포먼스 연출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공정용 로봇 암(Robot Arm) 6대를 EDM(Electronic Dance Music) 공연으로 만드는 콘셉트를 잡아 놓은 상태다. ‘리얼 로봇들이 댄스와 마임을 연출해 감성을 갖는 로봇으로 재탄생한다’는 내용이다. 국내에서는 이제껏 볼 수 없던 거대 로봇 퍼포먼스이기에 스스로 매우 기대되는 공연이다.
로봇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고, 머지않아 생활 속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어떻게 만나게 되는가’라는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예술가에게도 그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백남준이 TV를 예술의 오브제로 들고 나온 것이 미디어아트의 시작인 것처럼, 우리에게 로봇이 예술의 재료로 준비되어 있는 시점이다.문화+서울

글 허창용
비주얼아트연구소 대표. EBS가족뮤지컬 <뽀로로와 비밀의 방> 제작감독, 로봇 퍼포먼스 <ARTBOT> <포스트맨> 등을 연출했고 중국 상하이 박람회 ‘CEBIT’ 삼성전자관, G-STAR 국제 게임쇼 ‘SK TELECOM’ 전시관, BMW,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다수의 기업 전시관 연출을 담당했다.
사진 제공 비주얼아트연구소www.artb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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