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연극인, 연극계의 현황과 문제점을 말하다 연극, 미학적 성찰과 담론이 필요하다
올해 상반기에 연극계의 위기 상황을 알리는 소식이 잇달아 보도되자 한 연극인은 ‘지속돼온 문제들이 수면으로 드러났을 뿐’이라고 밝혔다. 극장, 창작 지원, 연극인 복지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대학로로 대표되는 현장 생태계에서는 어떻게 체감할까. 배우, 기획자, 연출가 등 현장 연극인들로부터 지금 그들의 고민, 생각, 대안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 사회 |
- 이규석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본부장
- 대담 |
- 김용준 배우, 극단 놀땅
- 유인수기획자, 프로듀서, 극단연우무대 대표
- 장우재극작가, 연출가, 극단 이와삼 대표
- 일시 |
- 2015년 8월 10일(월)
- 장소 |
- 서울연극센터
- 사회자
- 올해 들어 연극계가 위기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연출가, 배우, 프로듀서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작업하시는 분들을 모시고, 대학로 혹은 우리 연극계가 처한 위기 상황이나 현실은 어떤지,각자 주목하는 이슈가 무엇인지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대학로 소극장의 잇따른 폐관 사태를 바라보며
- 유인수
- 저는 작년 말쯤 ‘연우 소극장이 계속 가는 것이 맞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대관료를 받지 않고 연우 소극장을 지금까지 운영해왔는데, 뮤지컬 등 다른 데서 수익을 내서 작업했던 거죠.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기존에 수익이 조금씩 났던 공연들도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 구조가 되었어요. 연극은 사실 그전에도 별로 수익이 나는 분야가 아니어서 그런 고민을 하지는 않았는데, 이제 그마저 힘들어진 거죠. 인건비가 오르다보니 제작비가 전체적으로 올라요. 예전의 극단 시스템으로 정말 영세하게 운영하지 않는 이상, 이제는 만만하게 제작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올해가 더 힘들어서가 아니라, 계속 힘들었던 게 올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많은 분이 못 버티고 대학로를 떠난 것 같아요.
- 김용준
- 우리가 허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대학로 바닥에서 작품 하나를 올리기 위해서는 일개 극단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기획비를 써야 하고, 스태프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이런 구조에서 계속 공연을 제작한다는 것은 결국 지원금 없이는 일어설 수 없는 배경이 되는거죠. 지원금을 받지 못하거나 지원액이 줄어들면 즉시 고사해버리니 지원금에 목매는 상황으로 갈 뿐 아무도 그 고리를 못 끊은 거예요. 체질 개선은 분명히 필요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장우재
- 위기의 원인에는 현재 고도로 발달한 자본의 논리, 즉 ‘더 자유롭기 위해서 더 최적화되어야 하고, 그러다보니 오히려 더 예속되어버리는’ 현대 자본의 속성도 한몫한다고 봐요.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자본으로 인한 폐해가 연극계에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는 거죠. 살아남으려면 작품도 더 잘 만들어야 하고 관객도 많이 보러오게 해야 하고, 그러면서 현실에 의미 있는 질문도 던져야 되는 그런 작품을 만들어야 되는 거죠. 대학로 소극장에 건물주가 임차료를 올려달라고 해서 연극인이 쫓겨나는 것과 전월세 사는 사람이 주인집에서 세를 올려달라고 해서 쫓겨나는 것, 이것을 일반인은 같이 보고 있어요. 지나가면서 ‘안됐다’ 하면서도 ‘세상은 무서운 곳이야, 나는 정신 차려야지’ 정도입니다. 아무도 자본 앞에 토를 못 달고 있어요.
그러나 자본의 논리로는 도저히 포착할 수 없는 곳이 있죠. 그런 곳을 공공 영역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네요. 지금 현재 대학로 소극장의 위기는 자본의 눈으로 쳐다봐야 하는 것인가, 공공의 눈으로 봐야 하는 것인가. 이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느냐고요. - 유인수
- ‘다시 극단 체제로 돌아가서 돈 없이라도 작업할 수 있는 사람들과 작업해야 하는 건가? 시골로 들어가서 극단을 만들고 공연하는 것처럼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공연을 해야 하나. 열정페이로?’ 이런 고민을 할 정도예요. 극장을 운영하는 팀 중에서도 소위 예전 극단 체제로 품앗이하듯이 운영하는 극장은 그나마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거기도 쉽진 않은 거죠, 지금 상황으로 보면.
- 장우재
- 과거에 소극장 연극이라 불린 사이즈의 공연이 지금은 그 정도 돈을 들여 하기에는 부담스럽죠.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기에는 대관료가 비싼 거예요. 지원으로도 부족하고요. 소극장 수 자체가 많아지면서 일그러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극장 자체를 유지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뭔가 정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이를테면 과거의 정신으로 이 정도의 금액으로도 커버할 수 있는 극장이 생기든지.
장우재 연출가(왼쪽)와 이규석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본부장.
- 김용준
- 대학로 극장들이 치솟는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지원제도의 사각지대가 생겨 대학로에서 점점 사라지는 게 눈에 보이고 있는데, 지원을 계속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게 옳은 것인지, 아니면 대학로가 아닌 다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인지, 지금 대학로 소극장이 임차료를 감당할 수 없는 문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답을 못 찾겠어요.
- 장우재
- 소극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상업의 논리로 감당이 안 된다 치더라도요. 그러니까 공공의 힘이 필요한 거죠. 문화의 힘이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 삶의 의미를 심어주는지, 국민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높여주는지, 거 시적 안목에서 바라볼 줄 아는 눈이 공공에게 필요한 거죠. 밥 한 끼보다 슴슴한 차 한잔이 소중할 수 있어요. 소극장 몇 개가 공공적으로 이용될 수 있어야 해요. 극장의 사이즈가 커지기 전에, 대중화되기 전에, 상업화되기 전에 미학적 실험이 계속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은 필요하거든요. 그게 100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그러나 최소한 몇 개 정도가 포진돼 있어서 가장 밑바탕이 되는 작업을 벌일 수 있어야 하는 거죠.
- 유인수
- 그런 작업을 하는 소극장들을 공공화하는 건 작품 창작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연극제 갈등과 연극의 공공성
김용준 배우(왼쪽)와 유인수 프로듀서.
- 김용준
- 올해 주요 이슈로 서울연극제의 아르코예술극장 대관 탈락 사태가 있었는데 어떤 부분은 궁합이 잘 안 맞는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 하면, 다분히 정치적인 사안이나 직접적인 참여의 문제를 다뤘을 때 이런 것들도 지원을 받 아 만들 수 있느냐는 거예요. 소극장 연극을 맨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 지금도 독립해서 이야기될 수 있느냐는 거죠. 이런 작품은 지원과 무관하게 해나가야 하나, 그럼 지원 형태에 따라 독립을 유지하고 도움이 되는 것들을 결정해야 할 것 같아요. 올해 탈락 사태를 보면서 어떤 방식으로 결합할 것인지, 무엇을 하고 무엇을 지원할 것인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 장우재
- 자연스럽게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는데, 단지 이걸 ‘왜 탈락시켰나’ ‘공공이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가’ 하는 논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공공성이라는 것이 현대 예술에서 무엇인가’라는 밀도 있는 질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질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다시 경제 논리에 포착될 가능성이 많아요. 지금 예술가들이 첫 번째로 답을 내놔야 하는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라 생각해요. 상업성, 대중성이라는 개념이 경제적인 논리라 한다면, 현대 예술이 어떻게 공공적인지를 일반 관객에게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모든 예술이 놓여 있다고 생각해요. 뛰어난 역사의식이나 정치의식이 있어서가 아니라 미학적인 담론을 제시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거죠. 예를 들면 영화에서는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으로 누구나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됐고, 그래서 창작자들은 디지털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와버렸다는 거죠. 이런 디지털에 비견될 만한 것이 연극엔 무엇일까 고민해보곤 합니다. 영화판의 독립영화 전용관이 연극판에서는 공공소극장 같은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디지털의 편의성을 아주 소규모 자본으로도 제작 가능한 공연으로 치환해서 생각해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공연들이 일정 정도 자본의 힘에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요.
연극에는 이미 협업이라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씨앗으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궁리해봅니다. 협업으로 연극을 만들려면 첫 번째 필요한 태도가 바로 잘 ‘듣는’ 거예요. 파트너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지 우선은 잘 들어야 그것을 잘 이용할 수 있거든요. 이 잘 듣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공공극장이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올해 사태는 참 심각하죠. 공공이란 말과 경제 논리, 다수 논리 등 다른 결을 지닌 개념이 혼재되면서 안에서도 정리가 안 되고, 이를 책임감 있게 진행해야 할 기관 역시 내부에서 정리하지 못했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없고, 그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도 없고, 소통구조가 활발한 것 같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무주공산의 공공인 거죠.
하지만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이러한 진통이 위기라 기보다는 과도기 혹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출발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이란 걸 잡고 세우고 반복하는 이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란 거죠. 연극이 매번 만들고 부수고 하는 것처럼요.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그 안에서의 공공성이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해야 할지에 대한 대안과 시뮬레이션을 내놔야 한다고 봐요.
현장에서 체감하는 ‘예술인 복지’ 이슈
- 장우재
- 연극인 복지를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저도 극단을 운영하면서 단원들의 복지를 생각하죠. 그런데 첫째로 드는 생각은 복지와 긍지는 다르다, 복지가 아니라 긍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너희가 힘드니까 도와준다’ 가 아니라, 같이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작업은 소중하다. 그러니 너도 소중하다’라는 긍지를 불어넣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체감이 다른 것 같더라고요. 액수의 크기와 상관없이 더 실효성이 높은 어떤 기준이 있는 것 같아요.
- 유인수
- 복지라는 입장에서 뜻과 의미는 맞는데 과연 이렇게 많은 연극인, 소위 예술인이 예술로서 적어도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만한 가치를 부여받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요. 그게 돼야 사실 복지가 이쪽으로 향했을 때 우리가 비록 큰돈을 벌거나 대단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겠죠. 기존의 일반적인 삶 외에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을 공유하고 체험할 수 있는 가치로서의 복지가 올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조금 고 민인 것 같고요.
- 장우재
- 저는 예술인복지재단의 창작준비금을 받았어요. 요긴하게 잘 썼죠. 그런데 현장에서 피부에 와 닿았던 사업으로는 ‘반디돌봄센터’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어요. 배우가 저랑 연습을 더 할 수 있고, 저도 거기에 아이를 맡길 수 있어서 굉장히 좋단 느낌이 들었거든요. 또 몇 백만원을 몇 개월에 걸쳐 주는 것보다 차라리 극단이 무상으로 연습실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습실에서 안정적으로 연습할 수 있다면 공연 자료를 잘 정리해 놓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자생적으로, 예를 들어 제가 없는 동안에도 커뮤니티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가 누구애를 봐주고, 어느 극단과 어느 극단이 만나서 축구를 하고, 각자 연극에서 대해서도 떠들고 이런 식으로요. 사실 현금의 효과는 몇 달의 걱정을 더는 정도거든요. 긴급구호 차원이 아니라면 연극인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근거지 자체가 불안정한 연극인들을 위한, 연습실이 없어 떠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것들이 좀 더 도움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 김용준
- 10년 전쯤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5년차 미만의 연극인들이 입학해서 저렴한 비용으로 1~2년 재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비슷한 맥락으로 연극인들이 최저생계비가 보장되는 한에서 자유롭게 인문학이든지 승마라든지 재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열린다면 많은 사람에게 유용할 것 같아요.
연극, 자기 내공을 길러야 할 시기
- 장우재
- 인문학에 대한 많은 얘기가 있잖아요. 저는 그게 이제 연극의 실제로 치환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극인복지재단에서 지금 ‘배우는 내러티브를 할 줄 알아야 한다’란 프로그램을 해요. 일종의 재교육 사업인데, ‘왜 연극을 하는가’의 문제와 ‘생존으로서의 연극’의 갭이 너무 벌어져 있구나 하는 것을 느껴요. 이것을 합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끝나게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저한테는 이게 굉장히 시급하거든요.
연극은 이제 전체 사회에서 기초예술이라 봐요. 그리고 거기에 대한 연극인들의 관심이 높지 않으면 공공성에 대한 얘기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힘을 못 받겠죠. ‘아, 저들은 돈은 안 되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저것들 스타 되려고 하는 것들이야, 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어떻겠어요. 물론 그런 속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는 거 아닐까요. 성공하기 위해서 사는 삶, 모든 포커스가 거기에만 맞춰져 있는 삶, 그것이 얼마나 불행한 결과를 낳는지 알잖습니까. 내가 좋아서 택한 삶에 타인과 공유할 만한 요소를 찾는 일, 그것이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지 않겠습니까.
연극계에 있는 사람들 공부 안 한단 소리 들을 만해요, 솔직히. 마켓에 대한 분석이나 미학 같은 부분이 타 장르에 비해 월등히 못한 부분이 있어요, 분명히. 우리는 칼을 들어 타인과 세상을 찌르는 동시에 칼끝을 자기에게 겨눌 줄도 알아야 해요. 그래서 ‘네가 말하는 것을 너한테는 물어봤느냐’는 스스로의 질문에 당당해져야 합니다. 자기 내공을 기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각자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우리가 아는 것을 우리가 하는 연극으로 증명해야 됩니다. - 유인수
- 저는 그게 결국 시장 진입이 너무 쉽기 때문에 벌어진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나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점이기도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영화는 자본이나 여러 가지 거쳐야 할 게 많으니까 쉽게 할 수 없고, 더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연극은 너무도 많은 사람이 쉽게 진입하게 되니 생기는 문제가 있어요. 그리고 자본주의하에서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일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뮤지컬이나 이런 쪽만 봐도 이미 제가 보기엔 시장이 양분되고 있거든요. 초호화 캐스팅으로 무장한 대형 작품과 저가 시장 외에 중간 시장은 무너지고 있어요. 연극은 그 시장조차 없는 상황이죠. 공공은 그 역할과 목적이 있겠지만 그 외에도 해야 될 일이 있는데, 그렇다면 민간 영역에서 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야겠죠. 연극계가 위기라는 부분은 전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왔고, 어떤 문제가 있으니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이게 과도기라면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 김용준
- 당분간은 대학로를 유지해야 할 텐데 그러려면 연습실과 기획비가 일선 배우들에게는 핵심적이거든요.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학로 연습실이 아주 좋은데 그런 게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연습실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와 미국의 ‘플레이빌’처럼 통합기획 (마케팅 매체)이 있으면 좋겠어요. 홍보가 많이 돼서 그 통합기획을 통해 관객도 공연 정보를 얻고, 여기에 있는 많은 극단도 그 통합기획으로 들어가 한꺼번에 홍보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 두 가지만 되더라도 큰 힘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장우재
- 서울연극센터에서 이런 대담 같은 것을 진행하잖아요. 좋은 얘기, 해야 할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이런 작업들이 백서로 정리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학로 엑스(X) 포럼’에서 나온 얘기라든지 공공에 대한 얘기들이 한 권의 백서로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김용준
- 현장에서 느끼는 연극계의 (진짜) 위기가 뭐냐 하면, 우리가 느끼는 게 정신적인 빈곤, 철학의 부재, 담론의 부재가 아닐까 하는 점이에요. 무엇을 할 것인가의 문제와 맞닥 뜨렸을 때 그걸 풀어내는 과정이 막힌 상태인 것 같습니다. 수십 년에 걸친 미학적 성찰을 통해 얼개를 만들어놓은 상태가 아니라, 사실은 큰 사회적 운동 안에서 연극이 도구로 활용돼온 많은 세월을 보냈죠. 우리는 연극적 미학을 갖고 싸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오랜 세월 동안 연극은 도구였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그리고 연극이라는 도구로 일정 정도의 목적을 이룬 사람들은 떠나버렸어요. 연극을 도구로 생각했기 때문에 연극 자체의 미학은 정립되지 않은 상태인 거죠. 그래서 지금 우리는 이 연극 자체의 미학을 마련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수 있을지는 각자 더 고민하고 얘기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정리 이규석
-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본부장
- 사진 김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