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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호

‘연극을 위한 공간’으로서 서울연극센터

since 2007

관객을 향한 고민으로부터 출발한 서울연극센터는 그간의 활동을 통해 공연 현장 중심의 정책이 실현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긴 공간이다. 재개관을 앞둔 지금, 그간의 기록을 돌아본다.

2000년대 대학로 모든 극장의 홍보 창구가 돼준 서울연극센터 1층

나무에 맺힌 꽃망울이 봄날을 재촉하듯 따뜻한 기운이 살며시 스며드는 계절, 대학로에도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2023년 4월 새롭게 운영을 시작하는 서울연극센터의 재개관 소식이다. 서울연극센터는 오랜 시간 연극의 다양성을 발견해가는 창작자의 활동 공간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연극의 확장을 고민하는 매개 공간으로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어왔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서울연극센터 직원과 연극인의 적극적인 공감에서 기인한 상호 교류와 자발성에 있다. 이전에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파트너십이다. 연극인이 제안한 기획 프로그램은 단순 의견에 머물러 사장되지 않고 주요 사업으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신뢰는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프로그램으로 확장됐고, 이는 서울‘연극’센터가 정말 ‘연극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목적과 상관없이 수월성을 위해 운영되는 공간이 많아지던 시절의 혼탁함에서도 예의 ‘당연한 목적’을 지켜왔던 서울연극센터의 흔적이 지난 세월에 오롯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여전히 많은 연극인이 서울연극센터에서 단순한 공간 이상의 의미를 찾는다.
이곳의 여러 역할 중에서도 유의미하게 살펴볼 대목이 하나 있다. 서울연극센터는 관객에 대한 고민을 구체적으로 열었던 시작점이라는 사실이다. 되짚어보면, 2007년 11월 개관한 서울연극센터는 연극계에 획기적인 사건 중 하나였다. 일부 민간 기업을 제외하고는 공공에서 제공하는 ‘공연정보센터’가 없던 시절이기도 하지만, 연극계가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의식을 던졌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2004년 대학로 문화지구 지정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100여 개의 민간 소극장이 운집한 대학로는 말 그대로 공연예술의 중심지로 확장하던 시절이다. 다양한 방식의 지원 정책이 쏟아지고, 공연 양상이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창작 방식으로 전환되는 등 연극계에 새로운 흐름이 대두되던 시기지만, 정작 연극을 찾는 관객에 대한 인식은 전무했다. 특히 온라인 예매와 정보가 확장되던 시절, 여전히 오프라인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한 연극계는 관객이 공연 정보를 얻을 기회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그 무렵 대학로 한복판, 혜화역 4번 출구 앞에 ‘서울연극정보센터’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서울연극센터는 관객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다각적인 공연 정보 확장 사업을 펼쳤다. 일차적인 정보 제공뿐 아니라, 관객과 창작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은 현재도 계속 요구되는 의미 있는 시도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연극 관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연극센터는 관객에게는 조금 더 친절한 공연 정보를, 창작자에게는 공연을 홍보할 수 있는 플랫폼이 돼줬다. 또한 오프라인에 머물던 관극 시스템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고, 관객을 위한 제도적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단초가 됐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각종 공연 사진들로 장식된 옛 서울연극센터 계단 공간

시절에 적합한, ‘연극적 고민’이 선행하는 공간

서울연극센터의 운영 방향이 이전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환된 것은 2014년 무렵이다. 대학로에 기존 서울연극센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유사 공간(예술가의 집·좋은공연안내센터 등)이 들어서고, 온라인 정보 서비스가 다양해지는 등 환경 변화가 자연스럽게 ‘서울연극센터’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더욱이 연극 분야 창작 지원사업 중 일부를 이곳에서 진행하게 되면서 현장 연극인을 직접 만날 기회가 많아졌고, 서울연극센터는 더욱 적극적인 ‘연극 공간’으로서의 역할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이러한 변화는 서울연극센터가 현장 연극인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유대와 소통, 공감과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공공기관과 연극인이 서로를 파트너로서 인식하는 계기를 조성했고, 그것은 서울연극센터가 지난 세월 속에서 획득한 가장 큰 성과이자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재개관을 앞두고 진행한 ‘서울연극센터 재개관에 따른 운영모델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에서 집단 심층 면접에 참여한 연극인의 “연극센터 사업에 참여하면서 느낀 담당자의 진정성 있는 진행 방식에서 협력자 또는 동료 의식을 느꼈다. 이러한 연대감은 타 공공기관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경험”이라는 의견은 이러한 성과를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더 들여다볼 부분은 이때부터 고도화된 서울연극센터의 주요 사업과 운영 방식, 그것을 실행한 주체, 그리고 당시에 서울연극센터가 어떻게 활용됐는지에 있다. 2014년 이래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서울연극센터의 대표적인 사업이 갖는 공통점이 있다. 연극인의 제안으로부터 출발했고, 매년 개선 의견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며, 사업을 실행하는 주체 역시 연극인이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서울연극센터는 프로그램 운영 예산을 조성하거나 행정적 기반을 만들어왔다. 특히 자료실로 활용되던 2층 공간을 리모델링해 ‘아카데미룸’과 ‘세미나실’을 조성하고 연극인의 활동 공간으로 운영한 것은 서울연극센터가 현장과 어떻게 소통하고자 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예술 현장에 적합한 지원 정책과 사업을 개발하는 것이 예술지원 기관의 숙명이라고 할 때, 현장 중심의 정책과 사업이 가능하다는 선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울연극센터의 다음을 기대하는 근간이 된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2023년 4월 재개관으로 서울연극센터는 또 다른 전환점을 맞는다. 공간도 달라졌고, 환경도 변화했다. 여러 가지 성과와 의의가 있었던 만큼 대내외적인 부침도 많았던 지난 과정을 상기해보면,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지금 시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분명하다. 한 가지, 그 과정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서울연극센터는 ‘시절에 적합한 연극적 고민’이 선행되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곳이 연극인이 함께 만들고 싶은 공간으로 자리하게 된 데는 동시대의 연극적 화두를 발 빠르게 공유하고 논의를 통해 실행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관객의 확장이든, 연극의 가치 확산이든, 창작 방식의 다양성이든, 늘 연극적 고민으로부터 서울연극센터의 명분과 역할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지난 시절의 성과로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연극인에게도, 연극을 만나기 희망하는 관객에게도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해온 것처럼, 2023년 조금 더 확장된 공간에서 또 다른 시작을 앞둔 서울연극센터가 그간 연극인이 만들어온 좋은 정책을 더 성장시키는 것은 물론, 새로운 공간에 적합한 다양한 연극 활동으로 풍성해지기를 기대한다.

최윤우 새움예술정책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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