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테마토크

6월호

“우리는 모두 디아스포라 존재입니다”
이혁상 디아스포라 영화제 프로그래머

제10회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5월 20일부터 24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과
애관극장에서 열렸다. 10주년을 맞이한 이번 영화제에서는 지난 10년간의
자취를 돌아보고 디아스포라의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도모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관객과 소통했다. 2017년부터 영화제에 합류해 지금까지 디아스포라 담론을 다룬
다양한 영화를 세상에 소개하고 있는 이혁상 프로그래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사회의 디아스포라

살아가면서 자신의 위치가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을 때, 누구와도 어울리기 힘들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흔히 “이방인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이방인異邦人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다. 구체적으로 언어·문화·환경·정치·경제 등 삶의 조건이 ‘다른’ 나라에서 ‘이동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민자·이주민·난민·실향민 등이 해당하며 이때의 이동은 자의에 의한 것일 수도, 타의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분산과 이산 등의 의미로 확장해 쓰이는 현대적 의미의 ‘디아스포라’인 셈이다.
하지만 “이방인이 된 것 같다”는 일상 속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디아스포라의 문제는 단순히 국경에 국한하지 않는다. 오래도록 살아온 나라임에도 이방인의 감정을 느낄 수 있고, 도리어 다른 나라에서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라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평생을 ‘고향’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전 세계가 빠르게 국제화되는 만큼 한국 또한 많은 이주민이 선주민과 공존하죠. 여전히 국외로 이주하는 한국인도 많고 되돌아오는 이민자도 많아요. 이제는 한국에 귀화해 선주민이 된 이도 많고요.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 곳곳에서 이주는 일어나고 있어요.”
이혁상 프로그래머는 한국 사회의 디아스포라를 만날 수 있는 대표작으로 개막작인 〈빠마〉와 〈2차 송환〉을 소개했다. 먼저 〈빠마〉는 방글라데시 출신 한국인 섹 알마문 감독의 단편영화로 결혼이주민 니샤가 한국의 가부장적 ‘시월드’를 만나 겪는 문화충격, 그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한편 한국독립다큐멘터리의 거장 김동원 감독의 〈2차 송환〉은 〈송환〉 이후 20년 만에 완성한 작품으로 고향인 북한으로 갈 수 없는 비전향 장기수의 삶을 통해 한국의 디아스포라를 표현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관객으로 하여금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디아스포라 현실을 성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혁상 디아스포라 영화제 프로그래머

국경을 벗어나 정체성의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 영화제’의 공식 출품작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이다. 2022년 공식 출품작은 총 383편으로 지난해보다 60여 편 증가했다. “다양성과 공존은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추구하는 가치예요. 차별과 편견으로 세상에서 지워진 이와 어떻게 공존해 나갈 것인지 영화를 통해 모색하려 하죠. 그런 의미에서 이산·이주·이민 등과 같은 기본적·물리적 개념의 디아스포라를 넘어 민족·인종·계급·성별 등 정체성의 다양한 경계를 넘나드는 소수자 이슈까지 아우르는 작품이 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에요.”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주는 추천작 중 하나로 이혁상 프로그래머는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한 난민 ‘아민’의 삶을 담은 덴마크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나의 집은 어디인가?〉를 꼽았다. “아민은 난민이면서 성소수자입니다. 현대의 디아스포라는 개인의 정체성에서 파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력·질병·인종·종교·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혐오와 차별을 받고, 이를 피해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떠나 물리적·정신적 방황을 하는 디아스포라 존재가 되는 겁니다. <나의 집은 어디인가?>는 정체성과 교차하는 디아스포라의 현실을 담은 수작입니다.”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영화는 어둡고 가슴 아픈 내용일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는 2018년부터 ‘시네마 피크닉’ 섹션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안녕, 낯선 사람?’이라는 부제로 〈카사블랑카〉 〈사운드 오브 뮤직〉 <첨밀밀> 등 즐겁고 가볍게 감상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작품 여섯 편을 준비했다. 또 자연스럽게 디아스포라를 접할 수 있도록 체험·전시· 아카데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꾸준히 디아스포라 담론을 공유했다.

제10회 디아스포라 영화제 포스터

삶으로 확장되는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하필 인천에서 열리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인천은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이 시작된 도시이자 이주의 이야기가 깃든 지역이고, 또 현재 한국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도시예요. 특히 140여 년에 이르는 개항의 역사를 품고 이국적 분위기를 자랑하는 인천 중구의 건축물은 이 도시가 가진 문화적 다양성, 포용성을 짐작하게 하죠. 또한 영화제가 열린 인천아트플랫폼은 개항기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조성한 문화예술 창작공간이며, 애관극장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첫 근대식 극장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천공항에서 난민은 입국을 거부당했고 인천퀴어문화축제는 혐오 감정을 표현하는 반대 집단에 의해 무산된 바 있다. “나라마다 개방적인 도시 또는 지역에서 디아스포라 영화제와 유사한 문화행사가 하나 이상은 열리고 있고,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인 만큼 뉴욕·로스앤젤레스·시애틀 등 지역별로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열려요. 문화 다양성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디아스포라 영화제’를 통해 점차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혁상 프로그래머는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사회의 비주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돼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영화제를 통해 관객에게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우리 주변의 차별과 혐오를 어떻게 바라보고 인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은 ‘보통’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디아스포라의 상황은 공기처럼 우리 주변에 흩뿌려져있죠. 영화제를 통해 모두가 자신을 디아스포라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장보영_객원 기자 | 사진 제공 디아스포라 영화제 사무국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