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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사회적 변화와 함께 떠오르는 문화예술계 이슈
2020년 문화예술계 트렌드 전망

2020년 새해를 맞아 미래에 관한 전망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2020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하고, 또 이러한 변화는 문화예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구가 감소하고 신노년층과 1인가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나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가치 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사회의 큰 이슈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 2018년 <2020 문화예술트렌드 분석 및 전망>을 발표했던 김혜인 연구위원이 2020년 문화예술계에서 생각해봐야 할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1 2019 거리예술 시즌제.(자료사진, 서울문화재단)

신노년, 문화예술계의 주 소비층으로

2020년. 또 새해가 왔습니다. 어떤 해를 기대하고 계신가요?
2020년. 딱 떨어지는 느낌의 해이기에, 전 세계의 트렌드 전망 관련 책이나 기사에서 ‘2020 트렌드’, ‘2030 트렌드’란 제목이 많이 발견됩니다. 왠지 묘하게 미래지향적인 것 같은 느낌을 주었던 해가 어느새 다가왔습니다. 새해의 밝은 소망과는 달리 많은 경제·사회 전망들이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2020년에 대한 경제, 인구 전망을 짧게 요약해보지요. 경제 전망은 꽤 오랜 기간 그랬듯 ‘세계 경기 둔화’, ‘수출 부진 지속’, ‘생산 가능 인구 감소와 내수 경기 저하’ 등 부정적 전망들이 많습니다. 특히 15~64세의 주력 생산 연령 인구는 2017년부터 쭉 감소해왔지만, 2020년에는 23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추계되고, 2019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보인 우리나라는 2020년에도 이러한 현상이 이어지며 각종 국내 소비 활력이 뚜렷하게 약해질 전망입니다(LG경제연구원, 2019).
인구 전망을 보면 뚜렷한 감소세가 예측되지요. 지난 15년간 우리나라는 출생아 수 40만 명대라는 규모에 맞춰왔고, 관련 시장도 그 규모에 맞춰 성장해왔지만, 지난 5년 사이 출생아 수 30만 명대가 무너졌고 2020년에는 20만 명대가 시작되어 이것이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습니다. 즉 2028년에 5,19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8년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30년에는 마이너스 인구 성장률이 시작되어 지속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그리고 1인가구는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600만 명을 돌파하며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고령화는 심화된다는 전망 또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2 서울문화재단이 생활예술 춤 활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서울춤자랑 프로젝트는 40~80세 시민으로 구성된 춤 동호회를 대상으로 한다. 사진은 2019 서울춤자랑 네트워킹 댄스파티 현장.(자료사진, 서울문화재단)

인구오너스 시대에 우리나라는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65세 인구 비율이 전체의 20% 이상인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인구 관련 전망들은 왜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신노년층’, ‘액티브 시니어 세대’, ‘오팔세대’(1958년생을 아우르는 5060세대)1) 등에 주목하고 있는지 설명해줍니다. 인구는 줄어들고, 고령층은 점차 많아지고, 의료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그들의 건강과 수명은 늘어난다면 고령층의 사회적 역할과 그들의 삶의 질은 중요한 사회·문화적 이슈가 되겠지요. 이런 흐름은 2020년 문화예술 산업과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중년 이상의 신노년층이 떠오를 거란 전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도 높고, 여가 생활을 즐길 생각도 있고, 적당한 경제력이 있는 신노년층은 문화예술 분야의 제1소비층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3, 4 1인가구, 혼족이 늘어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중시하는 직장문화 등을 통해 여가 생활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클래식 공연을 즐기는 모습(자료사진, 쌀롱드무지끄 제공), 얼리브라운지 루프탑 요가 클래스 모습(자료사진, 얼리브라운지 제공).

시간 민감도, 삶의 방식을 바꾸다

1인가구의 지속적 증가와 생산 가능 인구 구조의 변화 등은 왜 요즈음 ‘느슨한 연대’, ‘시간에 대한 민감도 상승’, ‘소유와 소비의 중간 즈음의 경험적 소비’를 트렌드라고 짚는지 그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유연 근무제 확대, 1인가구의 증가와 삶의 태도 변화 등으로 인해, 직장인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늘어난 여가 시간을 어떻게 생산적이고 좋은 시간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며, 문화예술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늘고 즐겁게 잘 노는 시간의 가치에 대한 ‘시간 민감도’가 높아지는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즉 문화예술 서비스의 설계와 내용 구성에 있어 ‘시간 민감도’가 높아진 소비층의 수요를 고려한 시간 구성과 내용의 질이 선택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김혜인·김연진, 2018).
좀 더 문화예술계 속의 이슈로 들어가볼까요. 예술노동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논의가 보다 심화되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인들의 고용 형태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2)와 플랫폼 노동의 불안정성 문제와 함께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보입니다(김혜인·김연진, 2018). 특히 각종 유통 플랫폼이 발전하고 긱 이코노미 디지털 플랫폼이 활발해지면서 노동자가 그때그때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고 일하는 경제활동 방식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5 도봉 생활예술동아리 소공연.(자료사진, 서울문화재단)
6 긱 워커 플랫폼인 업워크의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긱 이코노미가 재능을 활용한 자유로운 직업의 형태로 성장하고 있다는 긍정적 전망을 하기도 했지요. 실제 ‘업워크’(UpWork)라는 긱 워커 플랫폼에는 1,400만 명의 긱 워커들이 등록되어 있고, 등재된 기술의 종류는 3,500가지가 넘습니다. 맥킨지는 이와 같은 긱 이코노미 플랫폼이 EU의 고용 규모를 2025년까지 2.5%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도 합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긱 워커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정규직 기회와 프리랜서 기회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란 질문에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45%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이유로 첫째, 특정 기술과 전문지식 기반일 경우 수입이 낮지 않다, 둘째, 자신의 흥미에 맞고 가치 있다고 판단하는 일을 선택하여 할 수 있다, 셋째, 개인적 생활과 일의 균형 잡기의 주체가 내가 될 수 있기 때문을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과 삶의 균형에 대한 무게를 두는 긱 노동 형태는 여전히 노동/고용 구조의 명암에 대한 우려, 즉 해고가 자유롭고, 안정적이지 않고, 복리후생이 제공되지 않는 질 낮은 일자리를 트렌디한 모습으로 포장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프리랜서가 많은 문화예술인들의 노동 시장 구조를 보면 특정 기술과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수입이 낮고, 각종 사회 안전망의 대상이 되지 못해 불안한 삶을 유지해야 한다는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2020년에는 그동안 표준계약서, 대가기준, 예술인보험 마련 등의 제도적 방안들을 고민해왔던 문화예술계가 ‘독립형 자기고용’으로서의 예술인의 일자리 형태가 리딩 긱 이코노미 형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심화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7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새 예술정책 수립 TF 예술인 복지 분과에서 주관한 ‘예술인 복지정책 공청회’. 예술인 복지정책의 청사진을 공유하고 예술인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자료사진, 서울문화재단)
8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 관련 인포그래픽. (출처_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문화예술, 사회 갈등 해결의 열쇠

또 다른 전망들을 살펴보면, 전 세계적으로 지방도시의 위기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나오고 있지요. 1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거대도시의 증가와 지방이 소멸될 위기라는 국제적 이슈는 우리나라 또한 다르지 않고,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90% 이상이 인구 500만 명 이상의 대도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이 함께 잘살기 위한 문화적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단기간의 트렌드가 아닌 장기 트렌드 이슈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계속해서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사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목표로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 문화예술정책 분야에서도 지방분권은 큰 이슈입니다.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확정 예산계획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자체로 이양되는 지방이양 예산이 4,036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조성되는 ‘문화도시’를 통한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2020년에 1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지역의 고유문화와 지역을 문화적으로 재생시키자는 이러한 정책적 계획들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
2020년 예산계획을 보면서 또 하나 예상할 수 있는 전망은, 기술 발전에 따른 문화예술 콘텐츠의 제작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투자가 이끌어내는 집중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사실입니다. 각종 실감형 문화콘텐츠 제작, 새로운 시도를 위한 기획개발 단계에 있는 콘텐츠 개발기업에 투자를 하는 ‘모험투자펀드’ 등이 대규모로 확충될 예정입니다. 이는 문화예술의 미래지향형 산업의 가능성에 대한 정책 투자가 이끌어내는 콘텐츠 개발 및 시도에 속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을 하게 합니다. 물론 이 정책 투자들이 지속성과 가능성 높은 콘텐츠 제작의 물꼬를 트는 데 도움이 된다면, 추후 이는 문화예술 콘텐츠의 새로운 장으로서 장기 트렌드로 연결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각종 혐오, 갈등이 사회의 여러 방면(세대 간 갈등, 성별 갈등, 인종 갈등, 종교 갈등, 정치 성향의 차이로 인한 갈등, 경제적 수준에 따른 갈등 등)에서 점차 더 세분화되고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문화예술적 해결장치와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김혜인·김연진, 2018).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고령화란 사회의 문제적 이슈에 문화예술계가 어떤 해결장치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과 논의들이 본격화되고,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리터러시와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해 토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이런 혐오와 갈등의 사회 국면 속에서 문화예술이 보여줄 수 있는 사회적 가치와 미덕에 대한 해석과 접근법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늘 찾아오는 새해이지만, 우리들은 늘 새해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하지요. 그래서 아마도 매년 연말연초에 새해 트렌드에 대한 원고 청탁이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몇 년 동안 트렌드를 전망하는 연구를 해왔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여러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0년 문화예술계에서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이슈들을 정리한 글이라 여기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글 김혜인_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참고 자료 김혜인, 김연진(2018), <2020 문화예술트렌드 분석 및 전망>,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체육관광부,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계획서 Boston Consulting Group(2018), The new freelancers: Tapping talents in the gig economy LG경제연구원(2019), <2020 경제 전망>
  1. 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사용한 용어이다.
  2. 필요에 따라 단기간 공연 계약을 맺던 것을 뜻하는 말에서 유래되어, 필요에 따른 프로젝트 등을 중심으로 단기 고용계약을 맺는 형태를 말한다. 미국의 긱 노동자는 2019년 770만 명에서 2020년에는 92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노동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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