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
- 김해보(서울문화재단 경영기획본부장)
- 토론 |
- 이창현(서울문화재단 문화정책위원장,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변미리(서울연구원 글로벌·미래연구센터장)
- 이해성(광화문 블랙텐트 극장장, 극단 고래 대표)
- 일시 |
- 2017년 10월 13일(금) 오후 12시
- 장소 |
- 서울시민청 바스락홀
김해보 이번 WCCF 서울총회의 주제가 ‘창조도시를 넘어서: 문화시민도시에서의 문화와 민주주의’인데요. 문화시민도시는 서울시 문화 분야 중장기 발전계획인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에서 제시한 개념입니다. 국제적인 문화정책에서 새로 부상한 관심사와 고민, 어젠다에 대해 서울은 어떻게 고민하고 대응해왔는지를 세계도시의 문화정책 전문가들과 종합적으로 토론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오늘은 정책 세미나와 분과토의에서 발표하실 분들을 모시고 발표 내용과 포럼 주제의 연결지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이창현 WCCF는 새로운 개념을 선도하거나 지역성에 집중해왔고, 올해 서울총회 주제의 핵심은 과거 성과 중심의 경쟁력을 강조했던 창조도시(Creative City) 담론에서 이제는 문화시민도(Creative-Civic City)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일 텐데요. 서울은 어떠한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우리의 구체적인 현실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지난해 촛불광장에서의 문화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시민 문화는 광장에 촛불시민이 등장하면서 가능성의 단초를 제시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민 주도의 촛불이 문화예술과 결합한 내용은 문화를 기반으로 한 사회 변화의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해보 위원장님이 제안하신 서울의 지역성을 보여주는 이슈에 집중하라는 말씀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 같습니다. 광화문 블랙텐트와 더불어 낙원상가는 외국인들에게 매우 새롭다는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문화시민도시’라는 큰 개념과 함께 반려악기라는 새로운 콘셉트, 인생을 함께하는 반려예술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세운상가는 압축 성장을 한 한국 근대 개발 지상주의의 표본이기도 하지만, 재생을 통해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공유지, 메이커 문화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할 만합니다.
이창현 서울은 지난해 광화문광장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시민도시라는 독특한 개념을 추구하려고 하는데, 다른 도시에도 나름대로 유효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겠죠.
이해성 저는 블랙텐트를 통해서 시민과 예술이 만나게 된 접점에 대해 풀어내려 합니다. 시민과 예술이 만나 예술의 역할이 확장되고, 극대화된 경험 말이죠. 그것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공공의 역할을 제안하려 합니다.
김해보 WCCF의 주된 멤버가 정책가로 이루어져 정책 입장에서만 논의되지 않을지 걱정이 좀 되었습니다. 사실 공공 정책 입장에서는 좋은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나쁘게 얘기하면 동원해야 하고, 좋게 말하면 진흥해야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예술이 거기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느냐 하는 딜레마가 있거든요. 극장장님처럼 예술가 입장에서는 우리가 관철한 사회 변화를 어떻게 지속할 수 있는가, 그것을 누가 주도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토론에서 중요하다는 말씀이지요.
이해성 관변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 블랙텐트 운영위원회의 우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이든, 공간이든 나왔으면 하거든요. 예술은 자체적으로 관객 수입만으로 유지될 수 없고, 개인이나 자발적인 모금만으로 진행될 수 없거든요. 블랙텐트는 3개월의 단기간으로 진행되어 가능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의 지원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됐든 관이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 의견입니다.
변미리 ‘창조도시를 넘어서’라는 포럼의 주제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받아들이고 동의합니다. 하지만 창의적인 문화는 도시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여전히 핵심적인 요소라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해요. 제 발표 주제는 ‘Beyond GDP, Beyond Creative City Plus’입니다. ‘Beyond GDP’라는 게 경제 발전이 사람들의 삶의 질에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에요. 경제적 기반으로서의 GDP의 역할은 사람들의 삶에서 토대로 작용하지만, 현재 한국사회나 세계도시와 국가에서는 이러한 경제적 토대를 넘어서 사람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높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과정에서 문화의 역할, 시민 도시라는 의미를 염두에 두는 것이지요.
이창현 그러니까 ‘not A but B’가 아니라는 거죠. ‘not GDP, but GNH’도 아니고. ‘창조도시’가 아니라 ‘시민도시’라는 뜻도 아닙니다. ‘창조도시를 넘어서’인데 창조도시의 논의에 있어 시민이 추가됐을 때 부가되는 요소와 범위도 확장될 것 같습니다.
이해성 블랙텐트를 통해 가장 크게 이룬 성과도 사실은 예술만이 아니라, 행복인 것 같아요. 이 활동에서 예술가든 시민이든 사회적 약자든 위안부 할머니든 종국적으로 행복을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이것을 계속 정치적인 잣대로 들여다보면 해결이 안 나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봤을 때 정치라기보다는 소통인 듯해요. 예술가와 시민, 사회적 소수자들이 한 공간에서 소통되는 순간, 그것을 민주주의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예술은 노동자나 사회적 약자들을 시민과 이어주는 윤활유가 되는 거죠. 예술이 가지고 있는 진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미학적 진실에 갇혀서 소수만 향유했는데, 광장에 모여 사회적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서 미학적 가치가 추가되니 소통이 됐단 말이죠. 예술이 아픔을 미학적으로 다듬어서 이야기하니까 사람들이 이해하려고 시간을 내서 상대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광화문광장 위 블랙텐트의 작은 공간이 넓은 광장으로 확장된 느낌이었어요.
김해보 일본의 재미있는 사례가 있는데, 블랙텐트와 이름이 똑같아요. 민간에서 블랙텐트를 가지고 투어를 하는데, 그것을 받아주는 도시와 받아주지 않는 도시를 리스트로 만들어서 발표했어요.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받아주는 곳은 공공성을 띤 관이라고 리스트를 올리고, 그렇지 않은 도시는 제대로 된 공공성을 띠지 못했다고 오히려 블랙리스트를 만든 거죠. 재미있지 않나요? 시민 사회의 공적인 가치를 받아내지 못하는 관료, 이게 공공적인가. 공공성에 대한 개념도 새롭게 해야 할 듯해요.
이해성 웨일스 국립극장의 ‘빅 데모크라시 프로젝트’(Big Democracy Project)의 경우는 정확하게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만들어서 올리고 있거든요. 예술가와 시민이 소통해 작품을 만들죠. 미국의 ‘빵과 인형극단’도 마찬가지로 시민들과 함께 준비를 하고, 관객과 빵을 나눠 먹으면서 공연을 해요.
김해보 유네스코나 WCCF에서 문화정책의 다음 의제를 고민할 때 크게 보면 지속 가능성, 사회적 통합, 기후 변화 등 사회 변화에 대한 문화예술의 책임 있는 대응, 그것을 가능케 하는 예술가들의 사회적 기반 정도로 정리되는 것 같아요. 이번 서울총회도 이와 조응하거나 기여해야겠지요.
변미리 지금 국제적 어젠다의 큰 흐름을 보면 지속 가능한 성장, 포용적 성장 혹은 포용도시가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개념들은 모두 시민의 삶의 질과 행복을 높이기 위한 사회를 만든다는 방향성을 지니고 있어요. 이런 맥락에서 문화시민도시라는 것이 세계적 흐름을 확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시민도시가 지향하는 방향을 생각했을 때, 다양성과 공유라는 개념이 중요할 텐데요. 하나는 시민 문화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기 때문에 그 자체의 다양성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기술 발전이 사람들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유라는 가치를 확산시켜야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가 제대로 작동된다는 측면에서 키워드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해보 각각의 시민이 다양성 그 자체이고, 소통하는 것이 공유이기 때문에 문화정책에서도 이에 부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에 더해서 시민이 주인공인 민주주의, citizen, civic이 이번 총회에서 강조될 키워드가 될 수 있겠죠. 촛불의 주체는 결국 시민이었으니까요.
이해성 예술가든 사회적 약자든 정책 결정자든 다 시민이니까요. 예술가 입장에서 공유는 좀 먼 느낌이에요. 산업적인 느낌이고. 공감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거든요. 블랙텐트에서 저희가 이뤄낸 게 소통과 공감인 것 같아요. 이것을 통해서 문화민주주의를 체험했다고 해야 하나. 문화가 민주주의 개념에 접목되어 있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위계적인 구조에 예술의 위치가 항상 상층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는데, 아래로 연결되면서 민주적으로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문화로서 경험해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문화민주주의라는 말과 소통, 공감을 짧은 시간에 크게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공감의 역할을 공공기관이 해주었으면 하고 제안하는 거죠.
이창현 지금 말씀하신 게 정확한 것 같아요. 공유지에는 소통과 공감이 필요한데, 블랙텐트는 소통과 공감의 공유지였던 거죠. 곧 시민 문화를 위한 공간이었죠. 그 공간에서는 소통과 공감이 가능했기에 민주주의를 위한 공간이 된 거죠. 문화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해 직접적인 역할을 하느냐의 문제이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의 민주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민주주의를 위한 공유지로서의 문화, 이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해성 정량적인 의미의 문화민주주의는 아니고요, 민주주의의 역할과 개념 속에서, 저희는 그것을 실제로 체현해냈다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양적인 확장의 의미라기보다는 이 공간을 통해서 예술 본래의 사회적인 역할이나 기능을 민주적으로 제대로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 각각의 시민이 다양성 그 자체이고, 소통하는 것이 공유이기 때문에 문화정책에서도 이에 부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더하여, 시민이 주인공인 민주주의, citizen, civic이 이번 총회에서 강조될 키워드가 될 수 있겠죠.
김해보 서울문화재단 경영기획본부장 - 대한민국의 시민 문화는 광장에 촛불시민이 등장하면서 가능성의 단초를 제시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민 주도의 촛불이 문화예술과 결합한 내용은 문화를 기반으로 한 사회 변화의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창현 서울문화재단 문화정책위원장,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블랙텐트를 통해서 시민과 예술이 만나게 된 접점에 대해 풀어내려 합니다. 시민과 예술이 만나 예술의 역할이 확장되고, 극대화된 경험 말이죠. 그것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공공의 역할을 제안하려 합니다.
이해성 광화문 블랙텐트 극장장, 극단 고래 대표 - 현재 한국사회나 세계도시와 국가에서는 경제적 토대를 넘어서 사람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높일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문화의 역할, 시민 도시라는 의미를 염두에 두는 것이지요.
변미리 서울연구원 글로벌·미래연구센터장
- 정리 서울문화재단 정책연구팀
- 사진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