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현장 속으로
9월 17일.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아름다운 선율이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다. 제4회 서울국제생활예술오케스트라축제의 시작을 알리며, 서울시 학생 오케스트라 1,000인과 초청 팀인 파라과이의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 25인이 함께 꾸미는 ‘1000인의 오케스트라’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1000인의 오케스트라’는 ‘함께’이기에 더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었던 무대였다. 환상의 하모니는 물론, 생활예술 활동으로 얻는 즐거움과 만족감, 개인과 공동체의 자부심, 서로에게 주는 신선한 자극 등을 보여줬다. 규모와 난이도 면에서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참여한 서울시 학생 오케스트라 수만 해도 435개, 나이·실력·감성이 서로 다른 초·중·고 학생 1,000인이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이 도전적인 무대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연주를 선보였다. 1,000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인 만큼 레퍼토리도 만만치 않은 곡들로 채워졌다.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와의 연합 공연은 영화 <여인의 향기>의 OST로 유명한 탱고곡
학생 오케스트라 1,000인과 협연한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는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의 최대 쓰레기 매립지인 카테우라의 청소년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이다. 매립지에 버려진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영화 <랜드필 하모니>로 제작되어 전 세계에 감동을 주었다. 바로 이들의 무대가 ‘1000인의 오케스트라’에서 시작됐다.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단연 학생 연주자들의 손에 들린 악기였다. 깡통으로 만든 바이올린과 드럼통으로 만든 첼로, 낡은 배수관과 동전, 병마개로 만든 색소폰과 트럼펫… 이 모두는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악기이다. 색깔, 모양, 소리도 각양각색이지만, 이들이 자아내는 놀라운 하모니는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에 충분했다.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꿈도, 희망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음악이라는 ‘문화’를 선물하고 싶었다는 지휘자 파비오 차베스(Favio Chavez). 환경기술을 공부한 그는 2006년 카테우라에서 재활용 프로그램에 착수해 지역 아이들을 위해 음악학교를 열었고, 음악을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점차 늘어나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가 탄생했다. 그로부터 12년. 일상에서 음악을 즐기며 꿈을 꾸고 희망을 찾는 단원들의 모습에서 시민들은 잔잔한 감동과 추억을 선물받았다.
이날 카테우라재활용오케스트라에게 악기를 전달하는 행사도 열렸다. 서울문화재단이 추진하는 ‘1인 1악기’ 생활예술 캠페인 행사로, 삼성전자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는 재단의 ‘지구촌악기나눔 사업’으로 추진됐다. 현장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시민 모두가 악기 하나씩은 다룰 수 있는 생활음악 문화를 교육 현장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 글 김진덕_ 서울문화재단 생활문화지원단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