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칠하고… 할수록 빠져드는 사색의 시간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한다. 여름휴가를 집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면, 조금이나마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하다. 손재주가 없어도, 조금은 게을러도 상관없다. 정교한 밑그림에 원하는 색을 칠하는 색칠놀이책 ‘컬러링 북’이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인기다. 요즘은 색연필이나 사인펜을 넘어 붓과 물감으로 색을 칠하는 ‘페인팅 키트’까지 등장했다. 아크릴 물감과 그림판, 붓으로 구성된 키트는 숫자가 매겨진 밑그림에 같은 번호의 물감을 칠해 작품을 완성한다. 인터넷에 ‘퍼즐 페인팅’을 검색하면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색을 직접 칠할 필요 없이 스크래치 도구로 표시된 선을 따라가기만 하면 멋진 그림이 완성되는 스크래치 북도 있다. ‘나이트 뷰 인 스크래치 북(Night View in Scratch Book): 야경이 아름다운 세계의 도시 12’가 대표적이다. 서울 남산타워, 파리 에펠탑, 이탈리아 베네치아, 중국 상하이,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야경이 아름다운 세계적 명소를 혼자 완성할 수 있고 그림처럼 소장할 수도 있다. 작업하는 동안 집중력이 향상되며 심리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문학 작품을 필사하는 ‘라이팅 북’도 있다. 한쪽 면에는 글을 배치하고 다른 면은 독자가 베껴 쓸 수 있게 공간을 비워둔 책들이다. 펜으로 좋은 문장을 한 자 한 자 음미하며 쓰다 보면 마음속에도 좋은 기운이 가득 퍼진다.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감성치유 라이팅 북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김용택 시인이 엄선하여 고른 111편의 시를 손으로 읽고 마음으로 새겨보는 시집이다. 김용택 시인의 시 10편과 이성복, 천양희, 황지우, 이문재, 안현미 등 문인의 시, 교과서에서 이미 접해본 이육사, 백석, 김소월, 윤동주와 같이 친근한 시인의 작품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고유한 맛과 향을 찾아서… 맥주도 홈 메이드 시대
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간절해지는 계절이다. 특히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여가시간을 보낼 때 빠지면 섭섭한 게 바로 맥주 아니던가. 흔히 먹을 수 있는 대형업체 맥주 대신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수제 맥주’에 도전해보자. 만들기가 어렵지 않다 보니 입맛에 맞는 맥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맥주 원액과 효모, 발효조 등으로 구성된 10만 원 내외의 수제 맥주 키트를 온라인으로 구입해 집에서 직접 만들어도 되고, 맥주 공방을 찾아 취향에 맞는 맥아와 홉 등 재료를 골라 만들 수도 있다. 집에서 만든 맥주는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면서 마시면 된다. 냉장 보관 기간에 따라 맛이 달라지니 내 입맛에 맞는 맥주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귀찮다면, 개성 있는 맛을 자랑하는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1)를 추천한다. 대형 편의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수제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맥주 공방
아이홉 맥주 공방 http://blog.naver.com/ihopbeer
굿비어 공방 http://cafe.daum.net/goodbeerlab
1) 수제 맥주.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소량으로 생산한 맥주를 말한다. 만든 이의 장인정신과 비법·취향 등이 반영돼 양조장마다 맛·향기·도수가 다른 개성적인 맥주가 만들어진다. (한겨레 7월 20일자, ‘편의점 크래프트 맥주, 승자는 누구?’)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기는 ‘스낵 컬처’ 웹툰, 웹소설
스마트폰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웹툰과 웹소설 등의 ‘스낵 컬처’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스낵 컬처란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생활 트렌드를 뜻하는 말. 웹을 매개로 배포되는 짧은 만화인 웹툰은 스낵 컬처의 원조격이자 대표적인 콘텐츠로 꼽힌다. 최근에는 단순하게 보는 것을 넘어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웹툰이 늘고 있다. 화면이 움직이고 소리가 나는 ‘무빙툰’, 줌인·줌아웃을 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스마트툰’ 등이 인기다. 특정 장면에서 스마트폰 진동이 울리는 효과 등은 공포 장르의 웹툰에서 독자들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준다. 성인용 웹툰을 주 종목으로 하는 ‘레진코믹스’, 여성 독자들의 취향에 맞는 웹툰을 서비스하는 여성 전문 웹툰 플랫폼 ‘봄툰’, 남성을 위한 성인 웹툰 플랫폼인 ‘빅툰’ 등 소재와 주제가 다양하다.
웹소설은 순수문학에 비해 깊이 있는 사고를 요하지 않아 부담이 덜하다. 스토리 위주, 짧은 호흡이 장점이다. 네이버, 다음카카오, 문피아, 조아라 등 웹소설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많다. 웹툰의 형태가접목돼 시각적 효과를 살린 웹소설도 나오고 있다. 글 중간 중간 상황에 맞는 삽화가 들어가고, 주요 등장인물의 대화글 앞쪽에는 해당 인물의 얼굴이 작은 상자 형태로 만들어져 붙는 식이다.
읽어보면 좋을 웹툰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
(코미카, www.comica.com)
직장인 100% 공감 웹툰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껴보았을 감정, 회사 생활에서 발생하는 상사의 괴롭힘과 히스테리를 소름 돋을 정도로 섬세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타들어가는 마음을 누구에게도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주인공의 심정이 직장인들에게는 공감으로 다가가 힐링이 된다.
<여행만담>
(탑툰, https://toptoon.com)
주인공 림스와 친구 로미가 갑작스레 떠나는 여행 이야기를 담았다. 6개월간 준비한 만화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국가 지원금이 끊긴 상황에서 충동적으로 프랑스 앙굴렘으로 향한다. 인기 없는 작가와 만년 비정규직이 뭉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행기를 선사한다. 두 사람은 준비 없는 여행을 시작하며 처음부터 차질을 겪는다. 완벽하고 철저한 기존 여행 이야기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키덜트 문화로 집중력이 강해지는 시간
어른들도 장난감을 사고 캐릭터 상품을 구매한다. 사회는 이들을 ‘키덜트족’이라 칭하며 하나의 취미생활로 인정했다. 나노블럭과 페이퍼 토이는 키덜트의 대표적인 놀이다. 블럭을 작은 크기로 변화시켜 작품을 금방 완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나노블럭인데, 퍼즐이나 레고보다 쉽고 간편하면서 소장 욕구까지 자극한다. 페이퍼 토이는 종이로 된 동물, 건축물, 유명 만화나 영화 캐릭터 등을 자르고 붙여 만드는 종이인형 상품이다. 특히 색종이를 활용한 종이접기를 뛰어넘어 최근에는 제작방법이 세밀한 3D 페이퍼 토이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기존 페이퍼 토이보다 사실적인 색감과 입체감을 제공한다. 마블사의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등 히어로 페이퍼 토이를 제작하는 ‘모모트’(http://momotmarket.com), 멸종 위기 동물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세이브 더 애니멀’의 판다, 사막여우 등 입체 종이모형 키트를 판매하는 ‘해피 페이퍼’(www.happypaper.co.kr)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상 속 ‘쉼’을 체험하다
갑자기 느슨해진 일상이 어색하다면, ‘쉼’을 일러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남산골한옥마을에서는 8월 31일까지 여름맞이 프로그램 ‘남산골바캉스’를 운영한다. 죽부인, 모시 베개, 이불이 놓여 있는 대청마루에서 낮잠을 자는 ‘오수(午睡) 체험’을 통해 선조들의 피서법을 체험하며 더위도 물리치고 전통 체험도 하는 1석 2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수면을 방해하는 스마트폰은 맡겨두고 낮잠을 즐겨야 한다. ‘한옥 만화방’에서는 한옥에서 만화책을 읽는 독특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시원한 전통 음료를 마시며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남산골한옥마을이 있는 필동 지역은 조선시대에 계곡과 천우각이 자리해 당시 선비들의 여름철 피서를 겸한 놀이 장소로 전해진다. 고즈넉한 풍경과 솔솔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조금 더 특별한 여름의 한옥을 느껴보자.
‘남산골바캉스’
기간 7월 19일(수)~8월 31일(목)
매주 수~토 오전 11시~오후 5시
장소 남산골한옥마을
문의 02-2261-0517, www.hanokmaeul.or.kr
- 글 한율
- 사진 제공 한겨레, 코미카, 남산골한옥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