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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호

2021년으로

코로나 때문에 새삼 절감했습니다. 예술가와 예술인이 살아남아 있지 않다면 예술 창작이나 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은 무용지물이라는 당연한 사실 말입니다. 작년에 코로나로 인한 예술인 긴급지원이 연달았습니다만, 대부분 무슨 활동을 하거나 작품 같은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을 전제로 삼았습니다. 예술가의 생존 자체가 공공의 가치로 인정되기까지는 아직 우리 사회의 제도와 여론의 장벽은 높고 두꺼웠습니다.

반면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예술창작지원’과 ‘예술기반지원’ 중에서 재난과 위기 시에는 ‘예술기반지원’의 대응력과 수용력이 훨씬 크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예술가의 존재 기반을 다루는 ‘예술기반지원’은 창작 구상과 준비, 진행 과정, 기록, 연구, 비평 등을 지원합니다. 올해에는 ‘예술기반지원’을 한층 실효화해서 ‘위드 코로나’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예술가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우선 창작 구상과 준비를 돕는 ‘리:서치’(구 ‘창작준비지원’)는 정산 없는 시상금으로 올해 지원금을 상향해 300명에게 300만 원씩 지원합니다. 작년에 처음 선보인 이 지원 사업을 올해에는 경기문화재단과 부산문화재단도 시행한다고 하니 전국으로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작업실, 연습실, 복합문화공간으로 구분했던 공간 지원은 ‘창작예술공간지원’으로 통합하고 임차료를 지원합니다. 평균 400만 원(최대 1,000만 원)을 실비 지원합니다.

이어 ‘우수예술작품기록’ ‘예술전문서적발간지원’ ‘예술인연구모임지원’ 등 기록, 연구, 매개, 실연, 비평에 대한 지원은 모두 1,000만 원 정액 지원합니다. 아울러 ‘예술기반지원’ 공모사업이 예술가의 직관으로 이해하기 쉽게 지원 방식을 단순화하고 동시에 장르별 심사위원을 확대해 전문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심의위원 구성과 각종 제척 사항의 확인 등 심의위원 선정과 심의 과정의 공정성을 한층 강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예술기반지원’부터 서울예술지원시스템(SCAS, 이하 스카스)을 적용합니다. ‘e나라도움’이나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과 달리 서울시의 예산으로 지원하는 모든 서울형 예술지원사업을 간소하고 정확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개발한 시스템이 스카스입니다. 내년부터는 ‘예술창작지원’도 스카스로 하게 될 것입니다. 이 스카스가 장차 전국 17개 광역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 공유 시스템으로 사용되기를 희망합니다.

2020년으로부터

돌아보면 모든 일상과 계획이 자빠지고 드러눕고 뒤집어진 혼돈의 한 해였습니다. 새해에는 일상이 된 코로나와 함께 침착하고 세심하게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당연시했던 일상이 누군가의 생존을 얼마나 위협하고 있었는지, 내가 세웠던 계획이 코로나를 부른 생태 파괴와 기후위기의 가속화에 얼마나 편승하고 있었는지, 실은 우리 모두가 재난과 위기의 공범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과거로부터 배운다는 말을 흔히 씁니다만, 코로나는 시시각각 현재이고 변이될 미래이겠으나 무엇보다 1년 넘게 우리 몸과 마음 안에 쌓인 생생한 과거로서 의식적으로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거는 결코 스스로 물러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는 늘 현재하면서 내가 기억하는 방식으로만 작동합니다. 기억되는 과거가 곧 현재이기에 이 과거로부터 무관한 미래가 저기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찾아오는 법도 없습니다.

하여 과거 속으로 돌아가 과거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내가 선택할 수도 있었던 ‘그 길’과 ‘그 방식’을 외면하고 회피했던 이유를, 굳이 이 길과 이 방식으로 살아온 나 자신과 만나야 하지 싶습니다. 지금의 나와 다른 모습을 상상하고 이미지 연습을 하면 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과거의 나로부터 이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던 나를 기억하고 ‘그 새로운 기억’을 따라 현재로 돌아 나오는 경험이 먼저일 것입니다.

영국에서 시작된 캠페인 ‘Build Back better’의 공식 번역은 ‘더 나은 재건’입니다만, 직역해 작문하면 ‘과거로 돌아가서 더 나은 선택을 하자’여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과거를 깨끗이 청산해서 새 역사가 시작된 인류의 기록이 남아 있다면 거짓일지 모릅니다. 과거와 똑같이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성공이나 피해로 편집돼 고정된 과거로 돌아가서, 성공도 아니고 피해도 아닌 혼돈의 순간과 선택의 순간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혼돈이라는 말을 ‘남성적 에너지와 여성적 에너지를 통합한 리듬, 흐름과 스타카토의 두 에너지를 결합한 창조적 에너지’로 설명한 글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흐름 → 스타카토 → 혼돈 → 영혼의 노래 → 침묵의 춤. 이 중 3번째 리듬이 혼돈이며 그 전형 혹은 원형은 예술가라고 합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며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한다면, 지원받는 예술이 아니라 ‘스스로 서 있는 예술가’를, 과거로부터 ‘그 선택’을 찾아보는 새해이길 바라봅니다.







    글   김_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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