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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해외는 지금 북유럽 문화기금 60주년, 내일의 무대를 위한 연대

지난 9월 12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2026/27 시즌 개막 공연이 시작을 앞두고 무산됐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쟁점은 임금과 공연·근무 보장이었다. 오페라 측은 연간 약 1,500만 달러(한화 약 210억 원)의 구조적 적자를 안고 있어 현재의 제작 규모와 인건비 구조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파업으로 네 편의 공연이 연달아 취소된 뒤, 노사는 9월 17일 극적으로 합의했다. 협상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시장까지 중재에 나섰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문제는 한 기관의 노사 분규에 그치지 않는다. 티켓 판매만으로 전체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상황에, 수입보다 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장기 운용 기금인 엔도먼트endowment를 꺼내 쓰는 이들의 상황은 미국 클래식 음악계가 안고 있는 재정 취약성을 보여준다. 공연을 줄이면 음악가의 일자리와 수입이 줄어들고, 기존 규모를 유지하면 기관의 적자가 커지는 딜레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도 비슷한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만 운영을 위해 총 6,570만 달러(한화 약 914억 원)의 엔도먼트 사용을 승인했다. 2026/27 시즌에는 예년보다 적은 17개 프로덕션을 올린다. 재정 문제가 장부상의 적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공연을 올리고, 새 작품과 프로덕션에 얼마나 투자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이어진다.

규모가 작은 기관에서는 재정 압박이 프로그램 자체를 멈추게 하기도 한다. 시카고 신포니에타는 2025/26 시즌을 끝으로 예술·교육 활동을 중단하고 전략적 재정비 기간에 들어갔다. 공연을 계속하면서 재정 부담을 감당하기보다 모금과 운영 모델 재설계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기관의 규모와 상황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같은 질문에 닿는다. 높은 고정비가 필요한 예술 조직의 운영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장기적으로 지탱할 것인가. 그리고 그 재정 구조는 비단 기관의 존속뿐 아니라 새 작품 제작과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여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미국의 음악 기관은 티켓 수입과 개인 기부, 재단과 기업 후원, 자체 기금 등 여러 재원을 결합해 운영한다. 특히 대형 기관은 기부를 비롯해 축적한 엔도먼트를 투자하고 그 수익 일부를 운영에 활용한다. 공공 지원도 있지만 그 비중은 한 자릿수에 머문다. 엔도먼트는 기관의 재정 안전판이지만 당장의 적자를 메울 수는 있어도 장기적인 수입과 비용의 불균형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

NCF의 대표적인 지원 기관인 노르딕 바로크신에서 개최하는 국제 바로크 성악 콩쿠르 파이널 라운드의 모습
ⓒEirill Karianne DeLonge

이에 비해 북유럽은 문화예술에 필요한 재정적 책임을 좀 더 여러 층위로 나눠왔다. 나라마다 제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중앙 정부와 지역 정부의 지원이 문화예술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고, 여기에 티켓과 자체 수입, 민간 후원과 기부 등이 더해진다. 공공 지원은 기관의 운영을 유지하는 데만 사용되지 않는다. 예술가와 기관이 만나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활동 범위를 넓히는 데도 투입된다. 문화기관의 지속 가능성을 한 기관의 존속을 넘어 새로운 창작이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그 범위를 국가의 경계 너머까지 확장한 사례가 올해 설립 60주년을 맞은 북유럽 문화기금Nordic Culture Fund, NCF이다. 1966년 출범한 NCF는 북유럽 공식 협력 체계(덴마크·핀란드·아이슬란드·노르웨이·스웨덴 및 페로 제도·그린란드·올란드 제도) 안에서 운영되는 공공 기금으로, 예술가와 문화기관이 국경을 넘어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고 교류하도록 지원한다. 각국의 문화 지원 체계 위에 국가 간 협력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별도의 재정적 통로를 두는 것이다.

NCF는 매년 약 3천만 덴마크크로네(한화 약 65억 원)를 지원하며, 지난해에는 248개 프로젝트가 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각국 예술가와 기관이 만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프로젝트로 발전시키는 과정도 지원 대상이다.

덴마크·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의 음악단체가 연합해 출범한 노르딕 바로크신에서 개최한 런치 토크. 스테판 헤르헤임 노르웨이 오페라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irill Karianne DeLonge

올해 NCF는 2026~2030년 중장기 전략을 세우면서 비전을 ‘문화가 북유럽의 미래를 만든다Culture shapes the future of the Nordics’로 정하고, 지원 기관을 넘어 네트워크 구축자, 전략적 파트너, 새로운 사업의 촉매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9월 시작된 지원 프로그램 ‘ENTER’도 완성된 결과물보다 다른 이들과 아이디어와 방법을 탐색하고 시험하는 초기 단계에 초점을 맞춘다. 새로운 작업이 완성된 다음이 아니라, 작업이 태어나는 과정에도 재원을 투입하는 셈이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파업에서 시작한 질문도 결국 여기로 돌아온다. 당장의 적자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뿐만 아니라 예술 기관이 계속 공연하고 새로운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 기관의 자체 재원과 민간 후원, 공공 지원 가운데 어느 하나만으로 답을 찾기보다 서로 다른 재원을 어떤 역할에 배치하고 그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결국 내일의 무대를 결정한다.

글 전윤혜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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