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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인사이드 물이 머물던 자리에서 예술이 흐르는 자리로

10주년 맞이한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양천

2016년 10월 8일 개관한 서서울예술교육센터(현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양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예술적 놀 권리를 위한 아지트’를 표방하며 개관했다. 2014년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함께 발표한 ‘교육도시 서울 기본계획’에 처음 언급된 이후 2015년 리모델링을 거쳐, 2016년 서울 서남권에 수돗물을 공급하던 김포가압장(1979년 개관, 2003년 폐쇄)을 개조한 서서울예술교육센터가 문을 열었다. 개관 당시 국내 최초의 어린이·청소년 예술교육 전용 공간이었던 센터의 모델은 핀란드 헬싱키시가 운영하는 아난탈로 아트센터Annantalo Arts Centre다. 오래된 학교 건물을 개조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화된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하는 곳으로, 총괄디렉터와 예술감독이 상주한다. 서서울예술교육센터도 개관 후 매년 예술교육가Teaching Artist, TA를 선발해 예술교육 연구와 실험을 함께 하며, ‘상상하고, 탐험하고, 놀 수 있는’ 예술교육의 무대를 만들었다.

2023년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양천’(이하 양천 센터)으로 이름을 변경한 이후, 센터에는 서남권 거점 공간이라는 역할이 추가된다. 2026년 현재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는 서울을 5개 거점으로 나눠 양천(서남권)·용산(도심권)·강북(동북권)·서초(동남권)·은평(서북권) 센터 등 총 5개 기관으로 확대했다. 양천 센터는 어린이·가족·성인 등 전 연령 시민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시각·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서울 서남권 시민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관 후 7년간 운영한 ‘예술놀이LAB’을 통해 축적된 예술교육가TA의 연구와 실험은 센터 내 여러 프로그램의 기반이 됐다. ‘서울시민예술학교’는 시민과 예술가가 만나는 폭을 넓히고, 가족예술축제 ‘톡톡’은 예술을 처음 만나는 문턱이 됐으며, ‘모두의 아뜰리에’는 일상의 감각 속에서 저마다의 예술적 시선을 발견하도록 했다.

개관 1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전시 《끝없이, 물처럼Ever Flowing, as Water》은 예술을 통해 익숙한 공간과 시간을 다시 읽으며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을 향한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는 자리다. 전시를 통해 양천 센터가 만들어갈 또 다른 시간과 그 안에서 펼쳐질 새로운 예술교육의 풍경을 기대해본다.

가압장 흔적 위 10년간 쌓아 올린 지금의 양천

양천 센터는 실내 공간과 함께, 과거 가압장의 흔적을 간직한 야외 수조를 품고 있다. 특히 야외 수조는 센터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과거 물을 공급하던 수조는 현재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펼쳐지는, 시민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벙커처럼 움푹 들어간 독특한 구조는 방문객의 호기심을 자아내며, 기존 시설의 흔적을 최대한 보존하고 있어 과거의 모습과 현재의 문화예술 활동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또한 센터를 둘러싼 녹지와 인접한 공원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어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이룬다. 이러한 공간 특성을 바탕으로 시민이 일상에서 자연과 예술이 결합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양천의 10년을 만든 다섯 가지 경험
1예술가의 새로운 전환을 지원하는 시스템

국내 최초로 어린이·청소년 대상 예술교육센터로 개관한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센터에는 고유한 운영 체계가 있었다. ‘예술놀이LAB’을 통해 예술가가 창작 활동뿐만 아니라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해 커리어 전환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공모를 거쳐 예술가를 선정하고, 상주 연구실과 교보재 등을 지원해 새로운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실험하도록 했다.

7년간 38명 예술가는 예술교육가TA로서 창작을 넘어서 새로운 장르 실험, 기획, 연구를 통해 어린이·청소년, 그리고 지역 주민 대상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 시간 이들이 남긴 고민과 실험의 결과물은 지금 센터가 선보이는 다채로운 예술교육 프로그램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2우리가 궁금했던 예술, 누구나 행복한 예술

서울문화재단 대표 문화예술교육 브랜드 ‘서울시민예술학교’는 5개 예술교육센터가 통합 운영하며, 시민이 문화를 향유하는 기회를 확대하고 예술 접근성을 높이고자 각 센터의 특색과 장르 다양성을 반영한 예술교육 사업이다. 양천 센터는 4개 센터에 앞서 예술교육센터의 포문을 열며 무수히 많은 예술교육 사업을 진행했다. 2023년 시범 사업으로 시작된 서울시민예술학교 양천에 2026년 봄 시즌까지 8천 명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특히 센터 인근의 자연과 이색적인 공간인 야외 수조를 활용,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회화·공예·사진·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매체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체험 프로그램은 양천 센터만의 색깔을 담고 있다. 더불어 평소 궁금했던 공연예술 분야 예술가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교양 프로그램과 시각예술 장르를 심도 있게 접근하는 마스터 프로그램 역시 높은 호응과 만족도를 끌어냈다. 특별히 올해부터는 야외 대규모 공연 프로그램으로 확대해 주말 늦은 오후까지 예술로 어우러지는 낭만적인 시간을 선사한다.

3마법 같은 하루에서 일상의 예술로

센터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에게 더욱 유연하게 다가가기 위해 기획된 특별한 사업이 있다. 단 하루의 축제를 통해 ‘즐거운 예술’이라는 즉각적인 감동을 선사하고, 이로써 시민이 자연스럽게 예술교육으로 한 걸음 더 다가오게 하는 관문 역할의 프로그램이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예술힐링놀이터’라는 이름으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축제, 전시, 공연예술 놀이터 등을 다양하게 운영했다. 또한 영유아를 비롯한 대상 특화 프로그램과 전 장르를 아우르는 예술 워크숍을 운영하며 양천 센터가 추진하는 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 그리고 정체성을 발견해왔다.

올해 5월에는 ‘예술힐링놀이터’를 대대적으로 개편한 가족예술축제 ‘톡톡’을 선보였다. ‘가족과 함께하는 예술 첫 경험’이라는 슬로건에 맞게 10여 개 장르 35개 프로그램이 센터와 인접한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온종일 펼쳐졌다. 축제에서 경험한 하루의 감동이 양천 센터의 깊이 있는 예술교육으로 이어지도록 이끄는 것, 가족예술축제 ‘톡톡’이 만들어가는 즐거운 예술의 시작점이다.

4내 방식으로 시작하기

한 사람의 감각과 선택은 어떻게 하나의 예술 경험이 될까. ‘모두의 아뜰리에’는 예술가의 작업 방식을 공간에 펼쳐 놓고, 시민이 원하는 때 자유롭게 보고, 만지고, 생각할 수 있는 상설 체험 프로그램이다.

올해 상반기 마키토이 작가와 협업한 <오늘의 색, 오늘의 기억> 프로그램에서 색을 고르고 컬러링 카드에 남겨 그날의 감정과 기억을 들여다봤다. 하반기에는 이타미준건축문화재단과 센터 곳곳을 살피며 빛과 바람, 자연의 흔적을 발견하고, 이를 기록해 나만의 건축 모형으로 완성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같은 재료와 공간을 마주해도 저마다 눈길이 머무르는 곳은 다르다. 예술가의 작업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나만의 해석 방식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렇게 나의 시선을 발견하고, 바라보는 세계를 넓혀 가는 것. ‘모두의 아뜰리에’가 이어가고 싶은 경험이다.

5양천을 다시 읽는 전시

오래 보아온 공간도 작품을 사이에 두면 낯선 얼굴을 드러낸다. 개관 10주년 특별기획전 《끝없이, 물처럼》에는 송석우·송주형·전혜주 세 작가가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양천 센터라는 장소를 작가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보는 데서 출발했다. 한때 물을 저장하고 공급하던 김포가압장이 오늘의 예술교육 공간으로 바뀌어온 시간은 작품을 둘러싼 또 하나의 배경이 된다.

세 작가는 모두 양천 센터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과 만난 경험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교육 현장에서 만난 이들을 다시 작가의 작업으로 마주하게 된다. 지하 1층에는 송석우의 사진, 송주형의 미디어 작업, 전혜주의 설치 작품이 놓인다. 송석우는 인물과 공간 사이 거리와 긴장을 포착하고, 송주형은 겹쳐진 이미지와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만든다. 전혜주는 반복되고 증식하는 식물의 형상을 통해 풍요의 이미지와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서로 다른 세 작업이 한 공간에 놓이며 저마다 다른 시선과 감각을 펼쳐 보인다.

전시는 야외 수조로 이어진다.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평소 무심히 지나던 외벽이 해가 지면 미디어 작품의 화면으로 바뀐다. 영상이 벽면에 비치면서 거친 표면과 건축의 규모도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개막일에는 공동기획자 임종은과 세 작가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리고, 이어 야외 수조에서 송주형과 전자음악가 하임haihm의 미디어·사운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끝없이, 물처럼》은 익숙한 양천 센터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전시다. 작품을 따라 실내와 야외를 오가는 동안 오래된 건물의 흔적과 지금의 풍경이 겹쳐진다. 그리고 10년을 지나온 공간에서 익숙하지 않은 면을 발견하는 경험은, 앞으로 이곳에 더해질 다음 장면을 상상하게 한다.

글 이정연·신소정·최유정·김용진·이서희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센터양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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