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는 지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재정난,
돌파구는 어디에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링컨센터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전경 ⓒInaki Vinaixa/Lincoln Center
세계 최정상 오페라단 중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ropolitan Opera가 몇 년째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적자는 해마다 커지고, 지난해엔 신용등급이 두 차례나 강등됐다. 불가침의 영역이던 비상기금(투자운용기금)도 벌써 3분의 1을 사용했다. 이에 임원들의 연봉을 삭감하고, 직원 22명을 해고했으며, 보유 자산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엎친 데 덮쳐 내년엔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단기 부채까지 만기된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단장인 피터 겔브Peter Gelb는 오페라를 살리기 위해 이곳저곳 후원을 요청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정 공연을 논의하고, 일론 머스크에게는 화성에서 공연될 오페라를 제작하겠다고 제안했다. 세계 최고의 오페라하우스로 꼽히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이처럼 자존심을 꺾은 방안을 내놓는 건 결국 극장이 살아야 작품도, 직원도, 자산도 살기 때문이다.
재정난의 여파는 얼마 전 공개된 2026/27 시즌 프로그램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음 시즌 무대에 오를 작품은 신작 5편을 포함해 총 17편이다. 1966년 이래 가장 작은 규모다. 전체 187회 공연 중 71회(38%)가 푸치니 <토스카>와 <라 보엠>, 베르디 <아이다> 등 인기 레퍼토리의 재공연으로 편성됐다.
재정 문제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티켓 판매 수입의 감소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연간 예산은 약 3억 달러(한화 약 4,500억 원)에 달한다. 수입은 티켓 판매와 후원금, 정부 지원금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후원금이 절반 이상이고, 티켓 판매가 약 30%를 차지한다. 유럽의 많은 극장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미국의 극장은 티켓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일례로 파리 오페라가 연간 약 1억 유로(약 1,712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받을 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500만 달러(약 75억 원) 미만을 지원받는다. 500만 달러는 전체 예산의 1~2%에 불과하다.
문제는 티켓 수입이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티켓 매출은 10년 전보다 약 2천만 달러(약 300억 원)나 감소했다. 팬데믹 이전 약 75%이던 유료 좌석 점유율은 현재 70%대 초반에 머문다. 할인 티켓과 청년 지원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평균 티켓 가격도 낮아졌다. 실제 수익은 잠재적 티켓 매출의 약 60% 수준에 불과하다. 한때 주요 수입원이던 공연 실황 생중계와 DVD 판매 역시 2019년에 비해 연간 1천만 달러(150억 원) 이상 감소했다.
높은 운영 비용도 부담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세계 오페라하우스 중에서도 인건비와 제작비 규모가 매우 크다. 화려한 무대 장치와 스타 성악가, 그리고 많은 직원을 유지하기 위한 고정비다. 신작의 편당 제작비는 약 200~300만 달러(약 30~45억 원)이며 대형 작품은 400~600만 달러, 유명 연출가의 작품은 800만 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지금껏 매 시즌 6~7편의 신작을 제작해왔으니 매해 제작비만 해도 약 2,100만 달러(약 315억 원)에 이른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재공연을 거듭하며 안정된 인기를 얻고 있는 레퍼토리인 푸치니 <라 보엠>(연출 프랑코 제피렐리) ⓒMet Opera
임원진의 높은 연봉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공개된 재무 자료에 따르면 주요 임원의 연봉은 35~50만 달러(약 5억~7억 5천만 원) 수준이며, 15만 달러 이상 받는 임원이 35명이다. 극장장 피터 겔브의 연봉은 약 140만 달러(약 21억 원)이며, 지휘자 야니크 네제 세갱Yannick Nezet-Seguin은 약 200만 달러를 받는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전체 지출 가운데 60~75%가 인건비로 쓰인다. 결국 수익이 고정 지출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극장은 비상기금을 조금씩 인출하며 운영비를 충당해왔다.
현재 재정난 타개를 위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구상은 이렇다. 첫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2028년 완공될 로열 디리야 오페라하우스Royal Diriyah Opera House에서 향후 다섯 시즌, 매년 겨울에 3주간 공연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우디 측이 약속한 지원 규모는 8년간 총 2억 달러(약 3천억 원)로 추산된다. 둘째, 인건비 축소. 임원의 연봉을 삭감하고 직원을 정리해고해 인건비를 낮추고, 일부 무대 제작을 외주로 맡기고 있다. 이 조치로 한 시즌에 약 1,500만 달러(약 225억 원) 이상의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셋째, 기업의 대형 후원 유치. 오페라하우스 명명권을 판매하고 기업 전용 박스석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넷째, 대관 사업 확대.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팝 콘서트와 패션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유치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마이클 코어스의 패션쇼가 메인 계단에서 열렸다. 6월에는 스팅이 출연하는 뮤지컬도 예정돼 있다. 마지막 자산 매각.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상징과도 같은 로비의 샤갈 작품 판매도 거론되고 있다. 높이가 11미터에 달하는 이 작품들의 가치는 약 5,500만 달러(약 825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기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은 여태껏 지급되지 않은 상태. 사우디의 경제 상황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또 어떤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확실한 것은 이제 과거처럼 고가의 시즌 구독권을 구매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 “이제 아무도 오페라나 발레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티모테 샬라메Timothee Chalamet 세대의 시대다. 오랫동안 구독권 수입, 극장 스트리밍 판매에 의존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이들에 맞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은 언젠가 일어날 일이었고, 다만 그것이 지금 닥쳤을 뿐이다. 철저한 시장경제의 논리 속에, 민간에 기반한 미국식 예술 시스템이 무너질 때의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글 전윤혜 음악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