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서울과 몬트리올,
예술 교류의
시작을 열다
Q2. 최근 몬트리올 문화예술 현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나 흐름이 있다면
Q3. 서울과 인연이 있는지, 혹은 서울을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생각나는지
Q4. ‘예술도시’의 관점에서 본 몬트리올과 서울의 공통점과 차이점
서울과 몬트리올Montreal 두 도시는 서로 다른 대륙에 위치하지만,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도시라는 점에서 많은 부분이 닮았다. 2015년부터 문화 네트워크를 형성한 두 도시는 2024년 서울시와 퀘벡주의 우호도시 체결을 기점으로 삼아 광범위로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이뤄진 몬트리올 문화·창조산업 사절단과의 교류는 두 도시의 파트너십을 구체화하는 전환점이 됐다. 서울문화재단은 두 도시를 잇는 핵심 플랫폼으로 교류 전반을 기획·조정하며 협력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3월 이뤄진 방한은 몬트리올 소라야 마르티네즈 페라다Soraya Martinez Ferrada 신임 시장의 첫 해외 공식 순방으로, 문화와 창조산업을 중심으로 한 도시 전략을 본격화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3월 17일 서울문화재단 대학로센터에서는 서울문화재단과 몬트리올예술위원회Conseil des arts de Montreal의 업무 협약이 체결됐다. 협약식에는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페라다 몬트리올 시장을 포함해 다미앙 페레이라Damien Pereira 주한 퀘벡정부 대표부 대표 등이 참석해 도시 간 문화예술 협력 의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협약 체결을 비롯해 다양한 실무 교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양 도시 예술단체와 문화기관 125개가 참여한 비즈니스 미팅, 공연 및 융합예술을 중심으로 한 라운드테이블,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현장은 활발한 협력 논의로 가득했다.
북미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도시 몬트리올과 글로벌 문화도시 서울이 마주한 이번 자리는 도시의 협력을 확인하는 자리를 넘어서 예술가와 기관, 정책이 유기적으로 만나는 ‘실행 가능한 국제 교류 플랫폼’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서울과 만난 몬트리올 주요 문화기관과 단체는 어떤 협력 가능성을 발견했을까. 몬트리올을 대표하는 세 기관의 대표와 나눈 대화에서 두 도시가 그려갈 교류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Parc Jean-Drapeau
인터뷰이 | 베로니크 두세Veronique Doucet 대표Directrice generale
ⓒBenedicte Brocard
A1 장 드라포 공원Parc Jean-Drapeau은 캐나다 세인트 로렌스강 위 두 개의 섬에 걸쳐 자리한 대규모 공원이다. 매년 약 1천만 명이 방문하며, 자연·역사·스포츠·문화가 어우러진 몬트리올 대표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매년 국제 콘서트부터 몰입형 설치미술 작품, 대형 스포츠 이벤트까지 500여 개의 행사와 프로그램이 열린다. 그중에는 음악 페스티벌 오셰가Osheaga와 포뮬러 원F1 캐나다 그랑프리 같은 대형 행사도 있다. 그런 지점에서 장 드라포 공원은 몬트리올에서 가장 활기찬 공공 공간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곳은 사계절 내내 자연과 도시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며, 몬트리올 사람들에게 이미 일상의 일부가 된 장소다.
A2 최근 몬트리올 문화예술 현장은 몰입형immersive과 참여형interactive 경험에 관심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예술과 기술, 시민 참여가 결합한 새로운 문화 프로그램이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문화 프로그램을 위해 공공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도 두드러진다. 계절별 행사나 팝업 작품 설치를 통해 도시 곳곳이 문화 공간으로 확장되고, 시민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하고 경험할 수 있다. 접근성과 포용성 역시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고 있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며 녹지 공간을 활용하거나 친환경 방식을 적용한 공공예술 프로젝트 또한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다.
A3 서울은 문화와 기술, 창의성이 밀도 있게 결합한 혁신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도시라는 인상이 강하다. 활기찬 도시 생활과 풍부한 문화유산, 그리고 역동적으로 활용되는 공공 공간 역시 ‘서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특히 서울은 창의산업·축제·기술·문화지구 등을 통해 도시의 밤을 활발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몬트리올에도 큰 영감을 준다. 몬트리올 역시 북미에서 야간 경제와 야간 문화 활성화를 실험하는 도시로, 문화와 공공 생활, 도시 창의성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서울의 접근 방식은 장 드라포 공원이 유산과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장 드라포 공원은 1967년 몬트리올 세계 엑스포 당시 건립된 한국관을 복원·활성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상징적 유산을 복원하는 것은 단순한 보수 수준을 넘어, 한국과 몬트리올·퀘벡·캐나다 사이의 문화적 관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A4 몬트리올과 서울은 모두 문화와 혁신을 중시하는 활기차고 창의적인 도시다. 예술, 축제, 공공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의 문화 참여를 확장해왔으며, 문화가 일상을 풍요롭게 하고 사람을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방향을 향한다. 특히 두 도시 모두 공공 공간이 문화 활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형 축제, 문화 지구, 다양한 창의 행동을 통해 문화예술이 시민의 일상 가까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도시의 규모나 환경은 다르지만, 창의성과 문화적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통된 정신을 두 도시가 공유하고 있다고 느낀다.
ⓒGilles Proulx
MUTEK
인터뷰이 | 클로딘 위베르Claudine Hubert 공동 대표Codirectrice generale
A1 2000년 몬트리올 기반으로 설립된 뮤텍MUTEK은 전자음악과 디지털 창의성에 주목하는 국제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자 비영리 기관이다. 지난 25년간 라이브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사운드·기술·시각예술 분야의 창작자가 실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왔으며, 동시에 관객이 전자음악·시청각예술·디지털 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뮤텍이 추구하는 미션의 중심에는 ‘접근성’이 있다. 매해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이 무료로 운영되며, 여기에는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6일간 이어지는 야외 무대·극장 등 도시의 다양한 장소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뮤텍은 발견과 실험 플랫폼으로서 몬트리올의 창의적인 생태계 속에 깊이 자리잡았다.
A2 몬트리올은 예술과 기술 협회Society for Arts and Technology·PHI센터·헥사그램Hexagram 네트워크, 그리고 카르티에 데 스펙타클Quartier des spectacles 문화지구 등 다양한 파트너가 연결된 촘촘한 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 이곳에서는 예술·연구·기술이 서로 교차하며 아이디어가 다양한 커뮤니티 안에서 빠르게 순환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돼 있다. 동시에 도시의 언더그라운드와 독립 예술신 역시 여전히 중요한 창작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규모 공연장, DIY 공간, 예술가 집단은 사운드·클럽 문화·라이브 시청각 퍼포먼스의 경계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디지털 문화와 긴밀히 연결된 활발한 비디오게임 산업도 몬트리올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A3 뮤텍의 팀원 모두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한국 음식을 정말 좋아한다”고. 최근 몇 년간 뮤텍은 시각예술과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한국과 의미 있고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관계를 만들어왔다. 2023년 진행된 <INSCAPE: NEW HOMEOSTASIS> 프로젝트는 캐나다와 한국 예술가의 교류를 기반으로 한 라이브 시청각 작품 커미션으로, 몬트리올의 Usine C 극장에서 발표되었다.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등과 함께 2024~2025 한국-캐나다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계기로 《21세기, 인간의 조건》 전시에 협력해 ‘AI 시대의 예술’이라는 주제를 탐구한 바 있다.
A4 서울은 문화·기술·디자인이 유기적으로 교차하는 역동적인 문화도시로 인식된다. 몬트리올의 관점에서도 서울은 도시 규모와 강력한 창의산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흐름이 빠르게 등장하는 문화 환경을 갖춘 도시다. 이러한 점에서 두 도시의 다양한 협력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본다. 모두 실험과 새로운 디지털 창작 방식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MUTEK 페스티벌을 직접 경험해보기를 바란다. 페스티벌만 아니라 주변의 예술가, 전문가, 창작 커뮤니티가 형성하는 생태계 역시 도시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Vivien Gaumand
DynamO Theatre
인터뷰이 | 클로에 베스너Chloe Besner 대표Directrice generale
ⓒDynamO Theatre
A1 디나모 극단DynamO Theatre은 몬트리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애크러배틱 무브먼트 극단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관객을 위한 공연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45년간 공간에서 신체가 지닌 표현 가능성에 대해 탐구해왔다. 이는 작가가 빈 페이지를 마주하고 글을 써 내려가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작품은 창작 과정 전반에 걸쳐 퍼포머와 예술가들이 긴밀히 협업하며 만들어진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이 협력 방식은 독창적인 신체 언어와 작업 방식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오늘날 디나모 극단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 극단은 어린이와 청소년·가족 관객은 물론, 여전히 호기심과 경이로움을 간직한 모든 사람에게 대담하고 상상력 넘치는 공연을 선보이고자 한다. 움직임과 이미지, 때로는 텍스트를 통해 신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울림을 주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관객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한다.
A2 몬트리올은 북미에서 가장 활기찬 문화도시 가운데 하나로 자주 언급되며, 최근 예술 현장 또한 흥미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술가·기관·지역사회 간 협업 중요성이 점점 커지며 많은 창작자가 연극·무용·서커스·디지털 미디어·시각적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융복합 형식을 탐구하고 있다. 또한 몬트리올은 접근성과 문화적 다양성, 국제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양한 페스티벌과 네트워크 투어, 국제 플랫폼을 통해 몬트리올의 예술가들은 세계 여러 곳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지역 관객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처럼 실험과 대화에 열린 태도는 몬트리올을 풍부하고 역동적인 예술 창작 환경으로 만들어준다.
A3 디나모 극단은 이미 한국과 의미 있는 예술적 인연을 맺고 있다. 2015년 5월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I on the Sky>를 선보인 것이 한국과의 첫 만남이다. 이 작품은 애크러배틱과 무용, 연극적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바흐에서 영감받은 음악과 시적인 이미지로 인간 삶의 흐름을 성찰하는 작품이다. 2018년에는 같은 작품으로 다시 방문해, 한국 아시테지와 협력해 서울 아르코예술극장과 부산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이후 2023년에는 예술의전당에서 <Life-Cycle!>을 선보이며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났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은 전통과 혁신이 흥미롭게 공존하는 나라이며, 서울은 매우 활기찬 문화적 에너지를 지닌 도시다. 관객은 호기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공연에 참여하며 공연예술에 깊은 관심을 보여준다. 우리는 다시 한국을 찾게 돼 매우 기쁘고 뜻깊게 생각한다.
A4 몬트리올과 서울은 규모 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지만, 두 도시 모두 문화를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몬트리올은 다양한 페스티벌과 예술적 실험정신, 창의적 다양성에 관한 개방성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서울 역시 탄탄한 문화 인프라와 문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관객에 의해 뒷받침되는 문화적 역동성을 보여준다. 두 도시 모두 창의성이 도시의 정체성과 공동체, 그리고 국제 교류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러한 공통된 가치는 두 도시의 만남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고, 새로운 영감을 끌어낸다. 또한 도시 간 예술적 관계는 시간이 흐르며 성장한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한다. 반복되는 교류를 통해 신뢰가 쌓이고, 예술가와 공동체 사이에는 좀 더 긴밀한 연결이 형성된다. 이러한 문화에 대한 공동의 노력이 앞으로도 두 도시의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이어주고, 문화 교류가 지닌 다양한 가능성과 인간적인 만남의 가치를 더 확장해나가기를 기대한다.
ⓒRobert Etcheverry
글 김성은 서울문화재단 글로벌협력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