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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1월호

공예에 깃든
시대 미학

인간의 손길로 완성된 예술적 유산이자,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의 언어, 공예. 정교한 기술과 창의적 상상력이 결합한 공예품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삶의 품격을 높이는 오브제로 기능한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어 시대정신을 보여주는 도자기와 주얼리를 만날 수 있는 두 가지 전시를 소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현대 도자공예의 흐름을 살펴보는 전시 《한국 현대 도자공예: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5월 6일까지)이 한창이다. 오래전부터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는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과 미의식을 대표하는 민족적 상징으로 여겨왔지만, 현대에 이르러 이들을 잇는 새로운 도자공예의 대표 양식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 그렇다면 현대 도자공예는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야 할까? 이 질문에서 시작한 전시는 시대별로 섹션을 나누고 해당 시기를 대표하는 도자공예 작품을 한데 모아 그것에 반영된 흐름과 양식을 탐구한다. 일제 강점기의 그늘과 6.25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고자 했던 1950년대를 시작으로 한국 도자공예가 본격적으로 현대성을 갖추게 된 1960년대, 88 서울 올림픽이라는 국제적 이벤트를 계기로 해외 예술 양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1980~90년대, 다원화·혼종성·탈식민화를 추구하는 21세기 도자공예까지.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을 통해 한국 도자공예가 전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현대까지 이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에서 기증받은 도화 시리즈 12점을 최초로 공개해 눈길을 끈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한국미의 전도사’ 최순우의 기획으로 안동오 도공이 제작한 백색 도자기 위에 장우성·김기창·서세옥 등 동양화가들이 그림을 그려 넣은 작품으로, 시대와 장르가 어우러져 빚어낸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도자·회화·영상 약 200점과 아카이브 70여 점을 선보이며, 도자공예의 제작 방식을 이해하는 ‘감각하는 도예’, 청화백자 문양을 표현해보는 ‘그리는 도예’, 참여형 작가 워크숍 ‘잇는 도예’ 등 체험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1994년 과천관에서 열린 《한국 현대도예 30년》 이후 30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 도자공예를 개괄하는 대규모 전시”라며 “그동안 미비했던 한국 현대 도자사를 정립하고, 도자공예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열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통이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고유한 가치를 드러내,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롭게 파악된 것”이라고 정의한 한국 최초의 미술사가 고유섭의 말에서 인용한 전시명처럼 그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매 순간 생동해온 도자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롯데뮤지엄은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 시대정신과 미학이 깃든 예술 작품으로서 주얼리를 조명하는 전시 《디 아트 오브 주얼리The Art of Jewellery: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를 3월 16일까지 개최한다. 40여 년간 6,600억 원어치에 달하는 보석을 수집하며 세계 최대 보석 수집가로 이름을 알린 카즈미 아리카와의 컬렉션 208점을 만날 수 있다. 20대 중반 승려가 되기 위해 절에 들어갔다가 불교 장식에 빠져들어 보석의 세계에 눈을 뜬 그는 속세로 돌아와 30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보석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영국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주얼리 갤러리에서 얻은 큰 감동을 기반으로 고대와 근현대, 동서양을 아우르는 귀하고 중요한 주얼리 수집에 오랫동안 정성을 쏟았다.

전시에서는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직접 고른 팔찌부터 독일 뷔르템베르크 왕가의 왕관, ‘보석 조각의 라파엘로’라 불린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발레리오 벨리가 조각한 십자가 주얼리 조각 ‘크로스’, 기원전 330년에 만들어진 올리브 황금 왕관, 러시아 예카테리나 2세의 보석 컬렉션, 뷔르템베르크 왕가의 보석 세트 등 저마다 흥미로운 사연을 품고 진귀한 재료와 정교한 수공예 작업을 통해 탄생한 역사적인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컬렉션에 대해 카즈미는 “근대미술사에서는 이 최상의 예술을 그저 사치스러운 공예라 치부해 그 진가에 대해 논하지 않았으나, 새로운 시대의 시선은 판도가 바뀌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전시실은 세계적인 건축가 쿠마 켄고가 특별히 디자인해 감상의 즐거움을 더한다. 다른 방해 요소 없이 주얼리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을 어둡게 연출하고 배경에는 패브릭만 활용해 하늘하늘한 천과 단단한 보석의 대비되는 물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치장의 도구를 넘어 정치·경제·예술 등 당대의 시대상이 깃든 최고의 공예품이자 인류의 유산으로서 주얼리를 살펴볼 기회다.

글 김수진 노블레스 라이프스타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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