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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S+

5월호

예술인 아카이브

고요손

시각예술/조각
@goyoson
goyoson.kr
2026 금천예술공장 입주작가
제3회 서울예술상 포르쉐 프런티어상

《곁》 전시 전경 ⓒ이석기

조각을 하고 있는 고요손이라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 조각을 특정한 기능이나 역할을 갖는 것으로 다루며, 그것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실험합니다. 작업은 하나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가 사용하거나 경험하는 과정에서 다른 성질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조각이 기념물처럼 놓이기도 하고, 반대로 먹거나 소비되는 방식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비를 통해 조각이 유지되는 방식과 소멸하는 조건을 함께 드러냅니다. 이를 통해 조각이 하나의 정의에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쓰임 속에서 다르게 작동할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창작 활동이라고 부를 만한 행위를 자연스럽게 이어왔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집에서 혼자 온갖 물건으로 집을 만들거나, 테이프를 늘어뜨려 벽과 벽 사이를 선으로 빽빽하게 채우는 식의 놀이를 반복하곤 했습니다. 또 현실로 구현하기 어려운 거대한 덩어리를 상상하며 자연 풍경 위에 그것들을 올려놓는 장면을 혼자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에 흥미를 느끼다가 고등학생 때 미술부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하게 됐고, 그 경험을 통해 관객과 작업을 나누는 일의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성인이 되어 ‘밴드 바우어’라는 컨셉추얼 밴드이자 다원예술 그룹을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고, 미술을 하면서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망을 계속 갖고 있었습니다. 악기를 다루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서 무대에 서는 방식을 고민하던 중, 제가 만든 조각들이 저와 함께 무대에 선다면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설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계기로 지금의 작업을 이어오게 됐습니다.

특정한 순간이라기보다, 작업을 이어오면서 점진적으로 예술 활동을 한다고 체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분명하게 자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동경하던 예술가들과 협업하거나 관객과 작업을 통해 직접 소통할 때입니다. 또한 머릿속에 그리던 조각을 실제로 손으로 깎아 완성하고, 그것이 하나의 대상으로 눈앞에 놓이는 순간에 제가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스스로 하나의 대표작을 꼽기는 아직 어려운 것 같습니다. 현재 작업마다 드러나는 내용과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특정하기보다는 여러 흐름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적절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몇 가지로 나눠본다면, 조각을 하나의 주인공으로 두고 다양한 극의 형식으로 풀어낸 작업이 있습니다. 퍼포머 15명과 함께 매일 다른 조각의 움직임을 실현한 첫 개인전 《미셸》을 비롯해, 조각활용극을 포함한 시 낭독 전시나 고백극 등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또한 제가 좋아하는 두 가지 요소인 조각과 디저트를 새로운 맥락으로 풀어낸 ‘먹는 조각’ 시리즈 역시 관객에게 인상 깊게 받아들여진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2024년에는 세 번째 개인전 《곁》을 진행했는데, 처음으로 제 주변인이자 협업자들의 이름으로 작품명을 붙여 작업을 구성했습니다. 이후에도 이러한 방식을 이어가며 작업을 통해 주변을 호명하고 관계를 드러내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도 여전히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며, 관계에서 주고받는 마음의 형태를 조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축하나 응원처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상에서 점점 희미해지거나 충분히 표현되지 못하는 감정의 표현 방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영감은 때마다 다르게 찾아오는 것 같고, 삶 전반에서 갑자기 튀어 오르거나 제 안으로 스며드는 어떤 순간에서 얻곤 합니다. 특정한 대상이라기보다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감각이나 장면이 자연스럽게 축적되면서 작업으로 이어지는 편입니다. 특히 자연을 볼 때 그 원초적인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여러 형상을 상상하게 되고, 훌륭한 음악을 들을 때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곤 합니다. 그렇게 떠오른 이미지들이 조각의 형상으로 이어지거나, 때로는 연극을 구성하는 하나의 시나리오로 확장되기도 합니다. 또 함께 곁을 나누며 살아가는 주변인의 특정한 상황이나 감정이 담긴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일부를 끌어와 전면에 드러내고 관객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제 주변인과 나누는 사랑, 그들이 건네는 마음의 방향과 형태를 따라가며 많은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최근 인상 깊게 본 작품으로는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소설 『별의 시간』과 티아고 호드리게스 연출 <바이 하트By Heart>가 있습니다. 『별의 시간』은 네덜란드를 여행하면서 완독한 책인데, 대부분 시간을 혼자 보내는 여행이라 책 속 인물들과 함께 여행하는 듯한 감각으로 몰입해 읽었습니다. 특히 화자가 서서히 주인공을 드러내는 시선의 방식이, 여행하는 동안 제 상태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평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인물의 특성에 공감이 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이해되지 않아 답답함이나 감정적인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몰입해 여러 생각을 확장해준 책이었습니다. <바이 하트>는 책을 읽으며 셰익스피어의 시를 함께 외워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시를 외운다는 행위와 그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사랑과 연극,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좀 더 본질적인 측면을 투영하게 되는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방식이 기억과 감각, 그리고 관계를 다루는 제 작업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부분을 계속 이어가며, 지금까지 이어온 작업의 방향을 밀도 있게 발전시켜나가고 싶습니다. 특히 조각을 하나의 대상이자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방식으로 다뤄온 흐름을 바탕으로, 그 안에서 드러나는 감각과 감정의 층위를 좀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7월에는 가장 친한 친구와의 2인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서로의 작업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관계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주고받아왔기에 제게는 무엇보다 뜻깊은 전시가 될 것 같습니다. 가까운 관계 안에서 함께 작업을 만들어가는 만큼, 드러내기 어려운 마음과 생각을 평소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꺼내볼 수 있을 것 같고, 그러한 지점이 전시 안에서 어떻게 드러날 수 있을지 기대가 큽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나혜린 서울문화재단 커뮤니케이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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